게시판을 밤을 꼬박 세워 읽어본 평당원의 넋두리

사실 강원도는 제 고향도 아니고 그렇다고 딱히 연고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냥 어찌어찌하여 흘러들어와 다만 몇년째 숨어살고 있는 평당원입니다. 언제 떠날지 알수 없는 철새당원이기도 하구요.

마침 선거도 끝났고해서 당게에 들어왔다가 도당위원장 선거와 관련해서 논쟁들이 있길래 읽다보니 무려 열시간여 꼬박 밤을 세우고 말았네요.

밝히자면 저는 '길00'후보를 찍었습니다.

물론 그분에 대해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단독후보라는 이유때문에 그야말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찍은 것이지요.

만약 투표전에 도당홈피에 잠깐 들르기라도 했다면 그의 결격사유를 인지하고 당연히 반대표를 찍었겠습니다만.. 암튼 저의 무심함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헌데 위원장 후보의 자질 혹은 자격 문제로 불거진 '양측'의 논쟁을 보면서 궁금한 점이 생기더군요.

 낙선운동진영이 주장하는 '길00 후보가 위원장이 되면 안되는 이유'는 매우 구체적인데 반해, 그 대척점 혹은 낙선운동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의견은 딱히 알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뭐 올라온 글들을 보면 '길00'씨가 잘못한 것은 맞지만 낙선운동진영측도 정도가 지나치다 대략 이정도로 요약이 되는거 같은데..

이상하게도 '길00'씨가 위원장이 되어야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사람은 별로 없더라는 것입니다.

아, 한분인가 계시긴 했네요.

'화해'님이 쓰신 글에 보면 '도당의 정치역량  취약'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 글을 읽으니 조금 이해가 가긴 하더군요.

길씨의 때이른 복귀에는 도당의 ‘취약한 정치역량’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길씨의 때이른 복귀를 권유했던 이들은 도당이 현 상황으로 가서는 의미있는 정치세력으로 자리잡을 수 없다는 공멸감이 있었습니다. 현 도당위원장과 집행간부들이 있지만 지역정치에 파고들기에는 역부족이었고, 이 상황을 풀 수 있는 차선이 길씨였을 겁니다.

그러니까 얘기를 좀 쉽게하면, 위원장 할만한 인물이 '길00'씨 외에는 대안이 없었기 때문에 이런저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차선을 선택하게 됐다는 것인데요.

사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일정부분 이해가 가기도 했지만, 조금 솔직히 말씀드리면 한편으론 (썩 좋은 표현은 아니지만) 헛웃음이 나오더군요.

'의미있는 정치세력'이라..

그 의미있다는 것이 어느 정도를 말하는 것인지는 알수 없지만,

중앙정치에서는 말할것도 없고 지역정치에서도, 심지어는 진보신당 내에서도 거의 관심밖에 있는, 좀더 솔직하게 말하면 일반 시민들에겐 존재감 조차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인 '강원도당'의 위원장 자리가, 과연 '당원폭행사태'의 후유증을 감수하면서까지 흠결이 있는 사람을 또다시 후보에 올려야 할만큼 중요한 것인지 납득하기가 어렵더군요.

무엇이든 변화하지 않고 고여있으면 낡고 상하기 마련인데 깊은 우려를 가지게 되는 부분입니다.

이런 것이 소위 '지역'의 특성인지 혹은 '한계'인지는 알수 없으나

모르긴 해도 향후 이삼십년 이내에 국회의원 한명 배출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매우 농후한 강원도에서, 진보정당이 살아남기 위해 정말 필요한 것이 그 미미한 '정치세력'으로서의 존재인지 아니면 진보정당 다운 깐깐한 성찰이 먼저인지 곰곰히 생각해 보게 됩니다.

 하지만 뭐 선거는 결국 투표로 말하는 것이고 결과가 나왔으니 그것으로 이런 얘기는 쓸데없는 소리가 된셈이겠지요.

 더구나 저는 알량한 의무감에 묻지마 투표를 한 무책임한 당원이니 더욱 할말이 없겠구요.

 그냥 지나치다가 그래도 명색에 진보정당인데 이건 좀 아니다 싶어 몇줄 적었습니다.

 다음부터는 좀 정신 차려서 투표에 임해야겠다는 생각도 함께..

 제 글을 보실런지는 모르겠지만,

지난 폭행사태로 깊은 마음의 상처를 입고 탈당하신 당원분께는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중앙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이보다는 훨씬 원칙적이고 납득할만한 방식으로 결말이 지어졌을 것인데 안타까운 마음이 큽니다.

더불어 다른 사람의 상처를 지나치지 않고 함께 나누고자 하신 낙선운동측 당원들께도 부끄러운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작성일 : 2009-04-01 0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