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신님의 글을 읽고 부담감에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고민하다  글을 올립니다.

좁은 지역에서 진보정당의 입지가 얼마나 작은지, 소수의 활동가들이 얼마나 고군분투하는지 직간접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진보신당에서 치뤄지는 첫 선거의 의미도 마음으로 느껴지는 애절함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제2창당, 지방보궐선거 그리고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반진보적인 정부정책의 문제점들이 진보정당의 어깨를 무겁게 하는 시점입니다.

무거운 어깨에 한가득 짐을 짊어진 진보신당이 이번 선거 논란은 당혹스럽고 답답함을 넘어 회의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저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이번 기회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폭행사건의 피해자로 3일만에 탈당한 당원을 잊었을 지도 모릅니다. 우리 모두가 당시 그를 방치했음을 아무 의식 없이 지나쳤겠지요. 그리고 이러한 방치는 분명 또다른 피해자를 담보하고 있습니다.  서투른 논의가 쌍방에게 상처를 주고 낯선 문제제기에 우리의 눈과 귀가 불편하다는 점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해야되고, 가야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100인위 사건이 생각납니다. '불편한 진실'에 등을 돌리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런 비난이 성폭력, 폭력을 두둔하기에 가능한 것은 절대 아닙니다. 경직된 운동권 문화와 사회가 깊게 내면화 시켜놓은 가부장제가 원인이라면 원인이었죠. 조직의 중요성을 강요받아온 운동권 문화에서 조직원 끼리의 충돌이 공론화 된다는 것은 이만저만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었을 겁니다. 우리들 사이에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기까지 얼마나 큰 고통이 수반되는지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100인위 라는 진통을 겪으면서도 아직까지 터져나오는 성폭력 사건에 정말 화가나지만 안되면 말고는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진보'라는 이름을 걸고 계속 부딪치고 까이면서 가야하는 이유는 분명 있습니다. 가시밭길을 피할 수 없다고 제자리에 멈출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진보는 언제나 험한 길을 택해 걸었고 불꽃을 튀기며 진행되어 왔음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실제로 길기수 후보는 단일 후보 입니다. 정당활동을 해본 당원들은 아시다시피 단일후보의 당선율은 매우 높죠. 전국 어느 정당보다 홈페이지 구성이 완벽한 강원도당이지만 아직 이 논란조차 알지 못하는 당원들이 있을 겁니다. 수 많은 페이퍼 당원들이 존재하니까요. 낙선운동그룹이 길기수 후보와 경선이라도 치루는 것 처럼 공격받고 과거까지 들춰지는 상황이지만 낙선운동그룹의 목소리는 단지 홈페이지 내에서 뿐이라는 것을 잊지말아주셨으면 합니다. 이들끼리의 싸움이라면 형평성이 맞지 않죠.

그들이 좀 더 부지런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면대면으로 욕먹어가면서 당원들을 만나고 설득하는 과정 그러면서 차분히 공론화 하는 단계가 필요했음은 여러 말 할 필요가 없지요. 하지만 우린 그들이 홈페이지 내에서 두 명이 세 명이 되고 다섯이 열이 되는 과정을 지켜 보았습니다.

사실 실제 싸움을 하고 있는건 당원 한 사람 한 사람 입니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죠. 어떠한 가치를 선택할 것인가.
의미없는 가치는 없습니다.
안정감과 조직을 위해 선택하는 가치가 있을 것이고
반감으로 생겨나는 내 감정을 존중하는 가치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절대 무시해서는 안되는 가치가 있음을 잊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무수히 많은 무명닉의 활약을 지켜보면서 저도 부끄러워 지는 군요. 하하.

작성일 : 2009-03-26 1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