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당원 동지들께

힘든 시간 함께 해주신 강원 당원 동지들께 감사드립니다. 낙선운동그룹은 폭력에 대한 성찰과 강원도당의 권위주의적 문화에 대한 문제제기로 여러분께 불편한 첫인사를 드렸었습니다. 그리고 동지들은 저희의 고통스러운 질문에 진지하게 고민해 주셨습니다. 그저께, 길기수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었습니다. 낙선운동그룹은 길기수 후보에 대한 동지들의 판단을 존중합니다.

선거기간 동안 우리는 길기수 후보의 당선에 대해 별로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더 주목하고자 했던 것은 ‘폭력에 대한 성찰’을 수반하는 문제제기의 확산 그 자체였습니다. 찬반선거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문제제기와 논쟁은 단순화 되어 갔고 복잡한 논란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지나친 경직성을 드러낸 것 같습니다. 이번 선거가 찬반선택으로 인해 다양한 가치들에 대해 포용하고 인정하기에 일정한 한계를 지닌 공간이었다고 하더라도, 날선 문제제기 속에서 상호존중과 배려의 자세가 부족했던 것은 우리들의 미흡함입니다. 문제제기에는 동의하지만 우리들의 방식에 더 큰 문제가 있어 동의하기 힘들다고 지적해 주신 당원들이 계십니다. 상당수의 찬성표와 7명의 기권표는 저희들의 방식에 대한 평가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길기수 당선자와 당원 여러분 잊지 말아 주십시오. 48명의 반대표는 길기수 당선자의 자기 성찰에 대한 평가입니다. 또한 진보신당의 자기 정체성에 대한 기준을 형성하는 가장 단호한 입장입니다. 여기서 멈추지 말라는 충고입니다. 그리고 이후 길기수 당선자의 행보를, 그의 ‘반성하고 또 반성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눈입니다.

우리를 잊지 말아 주십시오. 실패한 실험에서 그나마 한 가지 의미를 찾는다면 그것은 다시 반복하지 않으리라는 교훈일 것입니다. 우리는 이번 문제제기 과정에서 보였던 방법상의 오류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평화를 이야기하면서도 어떻게 평화로워질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당원 여러분의 사려 깊은 고민을 수용하는 데 있어서도, 사람에 대한 따뜻한 애정을 가진 당원들에게 ‘사람’을 이야기하며 공감대를 얻는 데에서도 한계를 보였습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정말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소수자에 대한 존중'이었습니다.

평화를 이야기하는 방법, 끊임없는 성찰, 낡은 관성과의 단절, (성)폭력사건의 올바른 해결방법, 소수자에 대한 입장과 인권감수성... 우리에게는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주제들을 통해 진보정당이 지향하는 자기 입장과 가치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고 싶습니다. 소수자의 편에 서는 것, 사회적 약자의 입장이 되는 것, 이번 논쟁을 통해 풍부하게 이야기되지 못한 부분입니다. 이후에 당원 여러분과 인권감수성과 소수자 입장에 대한 보다 섬세한 논의를 진행해 보고 싶습니다.

공감, 연민, 답답함, 분노, 성찰이 겹겹이 쌓아둔 소용돌이에서
낙선운동그룹과 그 이해당사자들, 지켜보는 당원들, 선관위와 도당 운영위, 우리 모두에게
돌아보면 짧지만 아득하고 힘든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진보신당과 당원 여러분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내일을 살아가겠습니다.

작성일 : 2009-03-29 1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