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립 앞서 철저한 준비부터


춘천사람들이 ‘기와집 골’이라고 부르는 곳이 있다. 1950년대에 형성된 주택밀집지역으로 한때는 춘천의 부유한 사람들이 살았고 ‘겨울연가’라는 드라마를 찍은 장소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한류를 타고 꽤나 유명해지긴 했으나 재개발지역이라 곧 없어질 판이다.

서울 명동처럼 춘천도 명동이 있다. 이름처럼 밝고 휘황한 거리에 한 시대의 소비문화를 과시하는 점포들이 즐비한 곳이다. 춘천 상권이 이곳에만 집중되어 있을 때, 춘천의 선남선녀들이 낭만을 엮어가던 곳이다. 그러나 색깔 없는 개발로 다른 도시들처럼 도시의 역사와 숨결이 살아있는 장소들이 시나브로 사라져갔다.

도심은 공동화되고 사람들의 마음은 정처없게 되었다. 최근 지역의 경쟁력이 ‘공간’에 있다는 공감이 커지고, 자치단체장의 성과를 보여주는 것 중 하나가 한 공간을 디자인하는 것으로 이해되면서 자치단체가 주도하는 디자인운동이 유행이다.

춘천도 예외가 아니다. 쇠락한 옛 도심을 재개발해서 ‘경쟁력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기업도시’를 조성하며, 오랜 기간 미군이 주둔하던 터를 도시발전의 새로운 계기로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바로 그것 때문에 춘천시도시개발공사 설립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개발수요가 넘치니까 춘천시가 운영하는 공기업이 사업을 해서 이익의 외부유출을 막고 재정에도 도움을 주며 사회환원도 하면, 시민공동의 이익이 되지 않겠냐는 판단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춘천시도시개발공사 사업이 성공하고 계속 이익을 낸다는 전제 위에 가능하다. 현재 전국 234개 기초자치단체에서 공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곳은 4군데다. 그 가운데 도시개발공사 형태로 운영하는 곳은 용인과 하남이다.

한국자치경영평가원 자료에 의하면 하남도시개발공사의 당기순이익은 2005년 1억781만5000원, 2006년 9억5685만5000원이다. 또 용인지방공사 당기순이익은 2005년 6억9582만7000원, 2006년 7억5118만2000원이다. 이들은 아직 직접 지방재정 확충에 기여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개발사업 이외에 주차장 관리 등 자치단체의 일부 사무를 수탁하고 있는데 자본금 규모와 직원 수에 비해 영업성과나 기여도는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평가자료는 이익을 늘리려면 자치단체의 수탁사업을 더욱 늘려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아직은 기초자치단체의 지방공기업 경영이 자립적이거나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춘천시가 도시개발공사를 추진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춘천은 수도권 주택·택지시장과 경쟁해야 하고 기업유치 또한 수도권과의 치열한 경쟁을 넘어야 성공할 수 있다. 도시개발공사의 기술능력, 시장에 대한 마케팅 능력 등이 준비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도시개발공사를 추진하려면 조직·재무·영업관리 등에서 뛰어난 실력을 갖춘 검증된 사람들을 준비하여야 하고 어떻게 지속적인 수요를 찾아 기업을 존립시킬 것인지 구체적인 전망을 제시해야 한다. ‘묻지마 경쟁시대’에 춘천시민들은 그에 대한 답을 찾고 있는 것이다. 

* 유정배 / 강원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사무처장
* 출처 : 경향신문 2008년 02월 28일자

작성일 : 2008-03-03 0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