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성의 날에 강금실 장관에게 빨간 장미를 선물했다는 노회찬의원의 기사를 읽고 사무실 여성분들에게 빨간 장미를 선물했다가 별 반응을 못 얻었던 경험으로  많이 좌절한(ㅜㅜ) 기억을 갖고 있다. 만원 가까운 금액을 썼음에도 노회찬 의원에게 열등감을 느껴야 했던 나 자신을 많이 아파하기 보다는 아까워했던(!) 것이 떠오른다. 나는 내가 노회찬 의원보다 못 낫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특히, 민주노동당이 대박 터뜨렸을 때 한겨레 21 표지를 장식했던 노회찬 의원의 얼굴 확대사진의 콧구멍에서 삐져나온 날 선 코털을 보며 순간적으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을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여성의 날은 의미있는 날이다. 


  물론 여성주의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솔직히 이날을 몸소 뜻깊게 여긴다고  볼수도 없는 사람이지만, 여성주의에 대해 항상 열려 있어야 하고 또 인정하고 고쳐야 할 부분은 고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나마 상대적으로 괜찮은 남자가 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여성의 날과 관련해서 내가 느끼는 부분에 대해 쓰고 싶은 글이 있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간단히 몇 가지만 얘기하고 싶다. 

  후배 둘을 입당시키고 저녁을 먹다가 우연히 여성주의 관련한 얘기들을 하게 됐다. 예전에는 여성주의에 대해 모든 것을 수용하려 했거나 남성위주의 한국사회에 대해 웬지 미안한 맘이 앞섰는데, 지금은 내가 동의하기 어려운 입장이나 주장도 경험하면서 여성주의에 대해 부분적으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후배가 얘기하는 부분도 비슷했다. 여성부의 정책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는 후배의 주장은 과잉된 측면이 있어 부분적으로 설득은 했지만 한국남성들이 가지고 있는 어떤 '피해의식'에 대해 좀더 부드럽게 다가가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한다.
 
  예를 들면 일전에 여성부에서 기업들이 송년회에 유흥업소를 가지 않으면 보조금인가를 주는 정책을 냈다가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나도 그렇고 대한민국 남성 모두가 잠재적으로 '2차'를 즐기는 사람들이 돼 버린 것 같아 기분이 안 좋았다. 또 노조 총회에서 '성폭력 내규'를 회칙에 포함하기로 했는데, 남성의 여성에 대한 '성폭력'이 이 조직에서 사전적으로 '의심'된 듯 해 순간적으로 표현이 거슬렀던 기억이 있다. 성폭력의 심각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내용은 같더라도 내규의 제목이 '양성평등 내규'처럼 보다 순화되면 좋지 않을까했다(내가 여성주의에 대해 여전히 부족한 인식이 있을 것이다. 관심있는 분들의 도움댓글을 기다린다). 

  한국남자들의 무책임성이나, 주로 '돈', '스포츠', '섹스', '군대'얘기 말고는 할 줄 아는 얘기가 별로 없고 또 여성주의에 대해서는 '군가산점' 얘기말고는 할 줄 아는 얘기가 별로 없는 한국 남성들의 의식수준에 대해 같은 남자이면서 안타까워 하는 편이지만, 한국남자들을, 사회의 변화에 대해 한국 남자들이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피해의식'에 대해 그저 가르치거나 훈계해야 하는, '어른애' 쯤으로 취급하지 말고 좀 더 그들의 입장을 이해하면서 세련되게 다가갈 필요가 있지 않을까?

  끝으로, 진보신당은 새로운 가치를 제시하면서 여성의 존재가치에 대해 보다 높게 평가하기로 했었다. 여성의 날에 맞춰 바깥을 향해 특정한 이슈제기에 골몰하는 모습이 없지 않은데, 내부적으로도 여성주의에 대한 이해는 충분하며 실천의지는 분명한 지 되돌아 봐야 하지 않을까.

   40대 남성들이 다 그런 것은 분명 아니겠고 다른 연련층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이 연령층으로 대표되는 그릇된 '남성주의 문화'가 운동권이라는 특정의 공간에 들어와 다소 변형된 형태로 실재한다고 본다. 진보의 외피를 쓰고 교묘하게 발붙이고 있는 모습은 아닐까 한다.  

  다들 주변에서 느끼는, 여성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한 감수성이 부족한 이러한 40대 운동권 남성주의 문화는 이 곳이라고 다를 것이란 보장이 없다. 진보신당이 진정 성찰하고 반성해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하고 또 극복하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 덧붙임-
  내가 장미꽃을 선물했는데 왜 여성들은 감동하지 않았을까? 내가 도시에 사는 키크고 깔끔하며 세련된 남자처럼 생기지 않아서 그럴까? 그렇다면 노회찬의원은 왜?  내 팔자가 이렇다면  혹시 노회찬의원처럼  생긴 삶은 감자를 선물하면 어떨까? 창조적 발상! 감동할 수 있을까? 내년에 한 번 생각해 봐야 겠다. 농민당원님께 내 기대를 담은 멋진 감자파종을 부탁하며, 어쨌든 난 노회찬의원 만큼은 자신있다.

작성일 : 2008-03-10 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