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한 젊은 미국인 부부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미국인은 영어강사 일을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한국에 온지 2년이 안되었지만 우리말을 거의 알아듣기 때문에
이야기 내용은 대부분 전달이 되더군요,

“한국말 어떻게 잘하게 되었냐?”라고 물으니
“하루에 5시간 씩 집중해서 한국말을 공부했다.”
그 젊은이는 사실 필사적으로 한국어 공부를 한 것인지요.
그러면서 하는 말이
“한국에서 영어를 잘 말하고 싶다라고 하는 사람들은
참 많이 보았지만 영어를 ‘주의 깊게’ 잘 듣고 싶다라고
말한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다”라고 하더군요.

최근 영어교육 문제로 나라가 뒤집어 질 정도로 야단인데
그 젊은이는 왜 한국인들이 영어에 몸살을 하는지
또 쏟은 노력만큼 영어가 되지 않는지 알 수 없다는 눈치입니다.
한국에 온지 2년도 되지 않는 외국 젊은이가
수 십 년간 우리아이들이 단지 ‘주의 깊게 하는 것’은
영어 성적 점수 따기 인 뒤틀려진 한국의 영어교육의
실상을 이해하기는 거의 불가능하겠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날 점심을 같이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내가 고기를 먹지 않자
“왜 고기를 먹지 않느냐?”
“채식을 한다”
“왜 채식을 하느냐”
“너희 나라 광우병 소고기 때문이다. 미국 축산은
소에게 동물사료를 먹이는 공장식 축산이 대부분이다”
“풀을 먹는 소가 어떻게 고기를 먹냐?”며 기겁을 하더군요.

그 젊은이는 광우병 소고기랄지
지엠오 식품에 대해 거의 몰랐습니다.
고기 음식에 익숙한 이 젊은이에게
이런 이야기하기에는 참 불편하더군요.
더 이야기 힘든 것은
한국정부가 정치논리로 국민의 건강을 희생양으로 삼고
미국산 소고기를 받아들이려고 한다라는 말은 차마 못 하겠더군요.

건강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미국에 비만 인구가 20%이상 될 것이다.
치료비가 너무 비싸 가난한 사람은 병원에 가기도 겁난다”
“잘 산다는 너희 나라가 건강보험제도라는 기본적인 복지제도도
제대로 갖추지 않아서 그런 것 아니냐?
불행하게도 우리나라가 너희를 따라 기려고 한다.”라고 말하자

“why""why"하며 연신 묻더군요. 그러면서
“한국에서 돈 버는 것이 미국에서 번 것보다 낫다.
우리부모 모두 실업 상태에 있다.
모기지론으로 큰 어려움에 처해있다.
의료 법률 IT 종사자 같은 직종을 제외하곤 참 어렵다”
라며 경제이야기를 하더군요.

“흥청망청 빚내다 집사고 소비하고
이것을 은행이 나서서 조장하여
이루 셀 수 없는 파생상품을 만들어
어떻게든지 이윤을 남기려는 기형적인 돈이 넘쳐나는
금융자본세상이 이렇게나마 굴러가는 게 너무 신기하지 않느냐?”
라고 화답했는데 직장 구하러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그 젊은이의
어깨를 짓누르는 무거운 삶의 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동시에 이 애들은 ‘영어 봉’이 되어버린 우리나라에 와서
영어라도 가르치며 밥벌이를 하는데
우리나라 청년들은 거품이 언제 꺼질 줄 모르는 세상에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더 큰 걱정도 들었습니다.


*이 글은 '생협편지' 에도 실은 글입니다.

작성일 : 2008-03-08 18: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