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활동 두 달을 포함해,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지 이제 석 달이 지났다. 그 짧은 시기에 국민들은 무수히 많은 논란들을 지켜봐야 했다. 영어몰입교육부터, 전면적인 친기업 시장지상주의 정책 등 정책의 가치관이나 방향에서뿐만 아니라 인수위원들의 집단 접대사건부터 일반 국민들의 상식으로는 전혀 납득이 안 가는 부자내각 장관들의 천문학적 부동산소유 및 부도덕한 행적 등, 앞으로 현정권이 어느 편에 서서 어떻게 정권을 운영할 지에 대한 적나라한 예고편들이었고 굳이 본편을 보지 않고도 그 내용을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게 했다.

  정치이념이야 짐작은 갔겠지만, 정책운영의 즉흥성이나 비일관성, 국정 최고책임자가 함부로 뱉는 말들은 국정운영의 불확실성을 더욱 부추기면서 국민 다수를 불안에 떨게 했다. 그렇게 강조했던 영어몰입교육이 사회 전체적으로 큰 논란을 빚고 있을 때는 “인수위가 잘 하고 있다”고 했다가 이제 와서는 “해서도 안 되고 할 수도 없다”고 말을 바꿨다. 경제를 반드시 살리겠다며 경제대통령을 자임하던 사람이 최근의 물가상승상황에 대해 “위기가 몰려오고 있다”며 오히려 경제불안을 한층 높이는 경솔한 발언을 일삼았다. 친기업, 친시장정부를 자임하면서 특정품목에 대해 직접적인 물가통제를 가하는 모순된 정책방안들도 보여주었다. 위에서 이러니 같은 편이라 생각했는지 서울시교육청은 사교육이 더욱 활개를 치도록 학원영업시간 규제를 철폐해 학원운영이 24시간 가능하도록 하려다 논란을 빚자 결국 없었던 일로 돌아서 버렸다.

  오락가락-갈팡질팡-우왕좌왕-이랬다저랬다 하니 도무지 코앞의 상황조차 예측하기가 어렵고 아침에 한 말을 저녁에 주워 담기가 바쁠 지경이다. 예측불허의 조령모개(朝令暮改)세력이 아닐 수 없다. 같은 코메디도 한 두 번이지 앞으로 5년 동안 어떻게 이 코메디를 지켜켜봐야 하나? 그러나 대운하 건설계획은 몰래몰래 우직하게 진행하고 있는 것이 밝혀졌으니 언제 어떻게 뒤통수를 맞게 될지 모를 일이다. 오락가락, 갈팡질팡에 좌충우돌까지 더 해진다면 앞으로 이 사회의 앞날은...?

  코메디 같은 상황은 또 있다. 대충 넘어갔지만 ‘좌민수’의 위선적 이중행태를 우리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우경화’라는 여자를 그렇게 천박한 여자로 몰아붙이며 그녀와 만나는 모든 남자들을 형편없는 바람둥이들로 낙인찍고 내려깎으며 오직 자신만이 순결무구한 정절남이라고 사람들을 향해 그렇게 목청을 높이던 ‘좌민수’가 결국은 ‘우경화’와 모텔에서 나오는 어이없는 장면이 발각(?)됐다.

  탈당 난리부르스를 쳐도 모자랄텐데, 비정규직보호법을 개악하고 신자유주의를 옹호하며 이라크에 군대를 파병하고 국가보안법을 유지한 정치세력을 대선에서 옹호하며 자기조직을 배반한 자들을 자신들의 대표로 내세운, 이 배알도 없는 현실주의자들은 도대체 ‘주체성’을 제대로 학습이나 한 걸까?

  좌민수가 내세운 이번 총선의 5대 핵심공약은 (1) 150만원 등록금 실현, (2) 비정규직 없는 사회, (3) 중소기업이 살아야 경제가 산다, (4) 살아나는 지역경제, 활기 찾는 재래시장, (5) 농업이야 말로 국가경쟁력 등이다.

  좌민수의 중심노선과 마찬가지인 ‘좌’-보다 왼쪽으로, ‘민’-민족문제 우선노선은 다 어디에 팔아먹고 갑자기 ‘서민도 먹고살자’며 민생문제 '우선'에다 이도 모자라 '유일'까지 한 노선을 밟는 것일까? 중소기업 살리는 게 보다 왼쪽 노선인가? 통일과 반미는 이제 안 할 건가? 그 많던 원칙주의자들은 다 어디로 갔나?

  2006년 지방선거와 무슨 관련이 있다고 뜬금없이 나온 것인지 지금도 이해가 안 가는 대미외교협상 테이블 뒤집기 광고와 2007년 대선의 코리아 연방공화국의 압권을 또 한 번 보고 싶은 나 같은 사람은 좌민수의 변신이 납득이 안 가 다음과 같은 요구를 하고 싶다. 코리아 연방공화국은 계속돼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변화일까 아니면, 아침에 3개 주고 저녁에 4개 주다가 아침에 4개 주고 저녁에 3개 주면 이번 총선에서 이길 거라 생각하는 전술의 변화일까?(조삼모사:朝三暮四)

  중국근대의 대표적인 문학가이자 사상가인 루쉰의 작품 중에 ｢아침 꽃을 저녁에 줍는다｣(조화석습:朝花夕拾 )라는 산문집이 있다. 읽지는 않고 제목이 좋아서 기억하고 있었는데, ‘아침 마당에 떨어진 꽃을 바로 쓸어버리지 않고 해가 진 뒤에 치운다’는 뜻으로, 떨어진 꽃에서도 꽃의 아름다움과 향기를 취하는 여유를 갖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조령모개(朝令暮改), 조삼모사(朝三暮四) 세력이 판치는 혼란스런 세태이다. 모든 일을 급하다고 그때그때 즉각적으로 처리하려 하지 말고 보다 사려 깊고 여유 있는 자세로 현명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급박한 총선일정도 그렇지만, 총선이후에도 진보신당은 눈앞의 이익에만 빠져 중요한 가치들을 놓치고 갈 것이 아니라, 길고 먼 길을 간다는 생각으로 주위를 살피고 자신도 되돌아보며 저녁, 떨어진 꽃잎 하나에서도 삶의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진정한 진보세력이 됐으면 좋겠다.

작성일 : 2008-03-29 03: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