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이가 고등학생이 되었습니다. 아침 7시 조금 넘으면 집을 나가
밤 10시 30분이 넘어야 돌아옵니다. 늦은 밤인데도 많은 아이들은
학교 끝나자마자 학원으로 달려가더군요. 도대체 우리 아이들이 하루에
몇 시간을 공부해야 어른들은 만족하는 것일까요?
최근 학부모들이 사교육비를 얼마나 쓰는지 통계가 나왔습니다.
20조가 사교육비로 쓰더군요. 1인당 28만원 수치입니다. 77%가 사교육을 받고,
성적이 높을수록 사교육을 받고 있고 지출하는 비용도 많더군요.
우리 아이는 23%에 속하는 사교육을 받지 않는 아이입니다.
큰 애 초등학교부터 학습관련 사교육에 아예 담을 쌓아버렸습니다.
사교육의 동굴에 한번 들어가면 좀처럼 나오기 힘들다라는 사실과
성적의 유혹이 학부모들에게 얼마나 강하게 다가오는지 주위 분들을 보고
사교육에 눈을 감고 귀를 닫아버렸습니다. 아이가 원해서 학원을 간다고 하면
어쩔 수 없지만 부모의지로 ‘이 학원 가라, 저 학원가라’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우리 집 아이들에게 해준 것은 음악과 붓글씨를 쓰게 했습니다.
그 시간만큼이라도 공부에서 벗어났으면 하는 생각에서요.
△ 아이들과 함께 주말농장을 하고 있는 필자 / 사진제공 : <주인없는 농장>(일명 '주말'없는 농장)
솔직히 말하자면 학원 보내는 돈이 너무 아까웠고
사교육 때문에 허리가 휘고 싶지 않았습니다.
또 내 귀한 자식이 투자한 만큼 성적이 안 나온다고
원망의 대상이 되고 아들을 미워하는 마음이 생길까봐 두려웠습니다.
겨울방학 때 고1학기 과정을 범위로 고등학교 반 배치고사를 본다고 하길래
저는 걱정이 되어 ‘학원에 가서 수학이라도 하지. 어려울텐데’ 라고 했더니
‘내가 알아서 합니다, 걱정 마세요. 피아노 좀 배우고 싶어요.’라고 말하더니
피아노 학원등록을 바로 해버리더군요.
이제는 길들여 놓은 아들에게 부모가 길들 판국입니다.
해마다 사교육비가 25%씩 증가한다고 합니다.
부모의 피와 땀을 사교육으로 쏟아 붓는데 그 효과는 얼마나 날까요?
전체 사교육시장이 크지 않았을 때 사교육을 시키면 큰 효과를 보았겠지만
지금은 모두 다 시키기 때문에 효과 볼 확률은 점점 낮아지지 않는지요?
또 대학을 졸업하면 우리 아들 딸 들이 청년실업자로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데 우리부모가 사교육에 쏟아 부어 나오는 마지막 결과가
물거품 되는 것을 우리의 눈으로 보고 있지 않는지요?
우리 학부모들은 현명하게 전략을 다시 짜야 할 것 같습니다.
암기식 사교육 시장이 똑같은 암기식 공부의 학교교육을 앞지르는 현실에서
학교수업 만큼은 교사가 강의하고 숙제 내주고 토론하고
발표하는 식으로 바꾸어서, 암기하는 기계가 되어 버린
우리아이들에게 공부다운 공부 좀 시켜달라고 요구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로섬 게임의 무자비한 경쟁교육정책을 거부하고
국립대 네트워크를 만들어 모두들 가고 싶어 하는 서울대를
강릉에도, 춘천에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는 것입니다.
학비에 생활비까지 가중되는 서울까지 가지 않고
각자 편한 곳에서 ‘서울대’를 다니고,
필요하면 전학가고 학점도 교환하는 식 말입니다.
마치 프랑스에서 파리1대학, 파리2대학...파리 10대학처럼 말이지요.
어느 고등학교 졸업했고 어느 대학을 입학했는지
하등에 의미를 부여하지 말자는 것이지요.
그리고 등록금이 연 1000만원까지 오를 대로 올라
등록금 대출 이자를 갚느라 아르바이트 현장을 전전하면서
공부해야하는 우리 아들 딸들에게
국민들의 소득격차와 관계없이 대학교육까지는 국가에서
최소한의 공공책임을 지어달라고 요구하는 것입니다.
(핀란드, 스웨덴은 무상, 프랑스는 15-30만원 수준입니다)
더 나아가 우리 아이들이 대학 졸업을 해도 취업을 못해
실업상태가 되면 우리 청년들에게 실업, 의료, 퇴직 보험등의
사회보장제도를 마련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소망은 교육지배 권력이 완고히 자리 잡아 있기에
거의 불가능한 일이겠지요. 또 사교육 시장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반대도 많겠지요. 그런데 이것이 정말 어려운 것은 아마도
약육강식 시대에 살아온 우리 학부모들의 생각을 지배하는 경쟁의식이지 않을까요?
우리 자식들이 무서운 경쟁사회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어떻게 해서든지 지배층, 상위계급에 들어가는 방법밖에 없다고 하는
우리들의 왜곡된 생각들 말입니다.
사교육의 고통에서 부모의 허리가 펴지고,
아이들도 ‘인간답게’ 제대로 자랄 수 있는 길은
우리 아이들이 서열식 교육체제와 사교육이라는 동굴에서
빨리 벗어나는 길뿐이라고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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