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집회가 다소 소강 상태로 접어들고 있다. 그나마 서울은 꾸준히 동력을 유지하며 촛불집회를 진행하고 있지만, 춘천을 비롯한 강원도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주 1회 촛불집회를 진행하기에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강원도 촛불운동 평가 및 진로 토론회”가 광우병 강원대책위 주최로 개최되었다.

"97년 노동법 개악 투쟁 이후 최초의 민중운동과 시민운동의 결합"

유정배 강원대책위 상황실장(강원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사무처장)은 민중운동과 시민운동이 결합하였다는 점을 가장 큰 의의로 꼽았다. “87년 6월항쟁 이후 97년 노동법 개악 투쟁을 제외하고는 사회운동의 양대 축이 의미 있는 최초의 결합”이라는 것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조직된 참여자를 중심으로 한 가두시위 중심의 활동방식에 대한 반성을 비롯하여 사회운동이 자기혁신을 위한 계기가 되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았다. 이러한 성과를 “지역운동 재구성을 위한 조직적 기반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문하였다.

반면 “지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풀뿌리 운동이 진행되고 있지만 왜 가두에서 표출이 안 되는지, 생활정치, 생활적 의제는 지역과 밀접한데 왜 정작 지역에서는 주체와 의제의 측면에서 모두 취약한지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 일상의 정치, 일상의 운동화를 통한 풀뿌리 보수주의를 극복하지 않는 한 서울 중심의 일상정치 현상을 타개할 별다른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며 우리 운동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풀뿌리 운동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촛불 투쟁에 대한 중간평가와 향후 진로를 고민하기 위해 광우병 강원대책위 차원에서의 토론회가 진행되었다. (2008.7.23(수) 오후2시, 민주노총 강원본부 5층)

"민중운동과 시민운동의 연대를 통해 풀뿌리 운동 가능할 것"

유정배 상황실장은 “풀뿌리 보수주의에 맞서 시민사회에서 다양한 진지를 구축해야 하지만, 미시적 생활공간으로의 진출 확대는 실제 해보면 굉장히 힘이 들고 조직과 의제가 있어야 한다. 실질적으로는 민중운동과 시민운동의 연대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풀뿌리 운동을 위한 민중운동과 시민운동의 연대를 주문했다. 풀뿌리 운동의 구체적인 성과로 “(춘천의 경우) 생활협동조합 조합원, 여성단체 회원, 도서관 운동 등을 통해 형성된 새로운 동력의 참여가 있었으며, 지역의 공공 과제를 매개로 한 연대가 지속적으로 되면 실질적인 연대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 보았다.

그는 또 “현대자본주의의 특성상 가두전 보다는 헤게모니 공간에서의 담론투쟁이 더 중요하다. 온라인 공론장의 비중과 역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대안적 담론의 헤게모니 유지를 위한 계획이 필요하다"며 담론투쟁의 중요성과 온라인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지역재단운동 등을 통하여 사회운동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기반을 구축해야 하며, 지역에 대한 정치전략과 헤게모니 전략 등 총체적인 지역전략이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지역을 헤게모니적으로 장악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제도정치권은 무주공산. 정치운동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이 있어야"

그는 또 “현재 정치는 공동화되고 있으며, 제도정치권은 무주공산 상태이다. 여기에 경제위기가 가속화되어 대중들이 직접 체험하면 분노가 바로 행동으로 표출될 수 있다. 사회경제적 위기는 (촛불 집회와는) 수준과 성격을 달리하는, 한국사회의 근본 모순이 표현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러한 위기와 사회운동의 성과는 결국 정치적으로 수렴될 것이며, 이를 어떻게 수렴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이러한 대중의 분노가 패배로 귀결될 경우 역으로 보수 우위가 더욱 강화될 수 있다 보수의 정치적 위기가 예견되는 2010년 지방선거에 대한 대응부터 지역에서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생활공간에서 자기 역할을 어느 정도나 실현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

민주노동당 강원도당 엄재철 위원장은 “풀뿌리 골목정치도 필요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지난 10여년간 지역에서 뿌리를 박겠다고 하고 있지만 성과는 잘 안 보인다. 풀뿌리 운동의 미래에 대해 잘 못 믿겠다는 생각도 있다. 생활공간에서 자기 역할을 어느 정도나 실현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이 든다”며 풀뿌리 운동의 한계에 대해서도 언급하였다.

"거시적인 의제를 미시적으로 구체화하고 대중과 소통해야"

▲ 6월 10일, 강원도내 12개 지역에서 8천명 가량이 촛불집회에 참여하였다. 87년 6월항쟁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혁명을 일어나지 않았고, 재협상도 관철되지 못했다. / 사진은 6.10일 원주 촛불문화제

진보신당 강원도당 박석운 사무처장은 “공당으로서 많이 반성하고 있다. 너무 거시적 의제에만 많이 관심을 갖다 보니 지역의 일상적 의제에는 소홀히 해 온 측면이 있다. 가두투쟁 중심의 투쟁을 계속해 왔고 진보적 의제를 선점하고 투쟁해 왔지만 이번 촛불집회는 (오히려) 대중이 판을 깔고 우리는 왜 이렇게 당황했을까를 되돌아봐야 한다. 거시적인 의제를 미시적으로 구체화하고 대중과 소통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고민을 하고 있다”며 대중적 기반이 부족한 우리 운동을 반성적으로 평가하고 대중적 기반 마련을 위한 풀뿌리 운동의 중요성에 공감하였다.

"민주당과의 연대 비판적. 좀 더 전투적일 필요도 있지 않은가?"

민주노총 강원본부 조한경 사무처장은 “민주노총이 제 역할을 못했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민주노총의 한계를 반성하고, “민주당의 경우 반 이명박 전선에서는 하나의 연대를 형성할 수 있지만 나머지 부분에서는 한계가 있는 것”이라며 민주당과의 연대에 대해 비판적으로 평가했으며, “서울의 경우 공권력의 폭력에 대한 반폭력으로 대중 스스로가 폭력시위가 나왔지만, 오히려 대책위가 자발적인 폭력을 막는 역할을 했다. 반폭력으로서의 폭력은 의미가 없는 것인가? 좀 더 전투적일 필요가 있다”며 “생활적, 정치적, 지역적 수준의 요구가 결국은 계급적 기반 자체가 반민중적이라는 점을 명확히 보지 않으면 공허한 전투가 된다. 지도부 없는 투쟁이 아니라 명확한 지도부와 전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미리 고민하고 준비해야"

전농 강원도연맹 오용석 사무처장은 “지역은 자발적인 참여가 부족했다. 이러한 지역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면 이후 강원도 운동의 한계가 명확하다”며 대중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또한 “촛불은 때가 되면 시들해 질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이런 것들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다. 올 하반기에도 사회경제적으로 힘이 들 것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주도적으로 풀어낼 것인가에 대해 지금부터 고민하고 준비해야 한다”며 미리 고민하고 준비할 것을 요구하였다.

"새로운 진보야당 건설이 필요하다는 의미는?"

춘천청년회 나철성씨는 “유정배 처장의 발제문을 보면 예민한 사안이 많이 있다. 계몽주의적 사업 작풍, 엄숙주의적 시위문화 등을 지역에서 극복했는가에 대한 문제와, 지역에서는 생협, 여성단체 등에서 적극 참여했지만 일반 대중의 참여는 미미했으며 전통적 운동권이 주도하였다. 이런 문제를 지역에서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를 토론했으면 한다. 또한 YTN, KBS등 언론장악이 깊숙하게 진행되고 있다. 광우병 투쟁은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해 기민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발제문에 '헤게모니를 상실한 제도야당을 대체하는 새로운 진보야당 건설이 필요하다'고 되어 있는데, 구체적으로 함의하는 바는 무엇인지,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에 대해 질문하였다.

"정당간 정책연합에 기반한 공동 대응 필요. 2010년 지방선거를 어떻게 준비할지 논의해야"

유정배 처장은 “87년 투쟁의 성과를 보수야당이 가져갔다. 이번 촛불집회가 폭발하는데에는 그간 축적된 시민사회의 역량이 내재되어 있다. 이런 것들이 어떻게 힘을 합해서 정당의 형태를 띌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진보정당간에) 꼭 살림을 합하지 않더라도 정책연합에 기반한 공동 대응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유 처장은 또 “조직 진로와 관련된 대표자 회의를 개최하는 것과 더불어 (정치가 공동화되고 제도 정치권에 대한 대중의 불만은 높은데 대안 야당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2010년 지방선거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에 대한 집담회 같은 걸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에서 주선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하였다. “지방선거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수준에서라도 지금부터 준비해야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겠냐”며 “촛불의 연장선에서 2010년 지방선거에 대한 공론장이 필요하고, 시민단체 수준에서도 2010년 지방선거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를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작성일 : 2008-07-23 20: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