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애호박·옥수수 등 주력작물 대부분 하락
중간상인 출하 늑장 대체 작물 파종도 못해

▲ 최근 평창군 등 준고랭지지역 채소류 가격이 폭락한 가운데 평창읍 이곡리의 한 농업인이 파종한 배추가 팔리지 않자 뽑아 밭이랑에 폐기하고 잡곡류를 대신 파종해 가격하락으로 인한 농업인들의 어려움을 보여주고 있다. 평창/신현태

고유가와 농자재값 인상 등으로 농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농산물 가격마저 폭락, 농민들의 고통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더욱이 중간상인들이 포전거래(밭떼기 거래)로 계약한 뒤 출하를 늦추면서 잔금을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이모작 파종도 못해 농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17일 평창군농업기술센터와 준고랭지지역 농민들에 따르면 출하를 앞두고 있는 평창읍과 방림, 대화면 등 준고랭지 지역의 농산물 가격이 폭락해 산지에서 폐기하는 물량이 늘고 있다.

지난 10일 기준으로 가락동농산물시장에서 거래된 배추가격은 10㎏에 2063원으로 지난해의 절반 수준이고, 무도 18㎏에 4403원으로 지난해 1만1674원의 3분의 1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또 양배추도 8㎏에 2763원으로 지난해 3369원보다 600원 정도 하락했고 양상추도 8㎏에 5000원으로 지난해 1만9000원의 4분의 1 수준으로 폭락했다.

이처럼 출하가 임박한 준고랭지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자 적기에 출하되지 못한 배추와 무 등이 방림면과 대화면 지역에만 35농가 35㏊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김 모(53·평창 방림면)씨는 “비료와 농약 등 농자재 가격은 두배 이상 올랐는데 농산물 가격은 오히려 하락해 농촌지역 경제가 파탄지경에 이르고 있다”며 “정부가 농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무·배추에 이어 애호박과 옥수수 등 도내 주력작물 대부분도 가격이 폭락하고 있다.

지난 해 같은 기간 1만원 이상 하던 애호박이 16일 현재 10㎏에 4680원으로 절반 이상 떨어졌으며 옥수수 가격도 한접(100개)에 3만∼3만5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 4만∼4만5000원에 비해 1만원 가량 하락했다. 이에 따라 애호박 주산지인 양구 농민들은 출하량 조절을 통한 가격안정을 위해 17일부터 산지폐기에 나섰으며 23일까지 1일 19.2t을 폐기하기로 했다.

농촌의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일부 농민과 단체를 중심으로 정부의 대책마련을 촉구하며 물리적 시위에 나서기로 하는 등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관계자는 “비료·사료·경유값이 계속 오르고 인건비와 농자재값도 상승하고 있지만 정작 농산물 가격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며 “차라리 농사를 포기하고 아예 농작물 출하를 거부하는 투쟁에 나서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농업경영인 도연합회도 17일 성명서를 통해 “농업관련 기관의 통합 등 최근 상황은 우리 농민들에게 농업을 포기하라는 압력”이라며 “농산물 수입개방으로 큰 어려움에 봉착해 있는 농업을 위해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는 일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창/신현태·정동원·박수혁   / 강원도민일보 2008년 07월 18일 (금)

작성일 : 2008-07-18 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