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여성들의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삶을 위하여" 장애여성의 억압과 차별에 대항하는 장애여성공감 박영희 대표 한국의 장애여성의 권익을 위해 왕성한 활동을 벌여온 장애여성공감(이하 공감). 그들의 꾸준한 활동만큼이나 분주한 활동가들의 움직임으로 가득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문을 열고 들어선 사무실 안은 텅 비어있었다. 멀리서 박영희 대표가 인사를 하면서 다가왔다. 장애여성성폭력 전문상담원 교육에 공감 활동가들이 참여하고 있어 사무실이 비어있다는 설명을 듣고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전문상담원 오전 교육을 마칠 시간이었는지 활동가들이 하나 둘 사무실 안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박주희 운영위원이 옥수수를 사온 덕분에 박 대표와 정영란 사무국장과 담소를 나누며 편안한 기분을 망끽할 수 있었다. 사무실 창 사이로 들어오는 여름 햇빛이 전혀 따갑지 않게 느껴지는 쾌적한 오후였다. 인터뷰 전 박 대표는 두 가지를 부탁했다. 하나는 동정이나 시혜의 관점으로 기사를 다뤄주지 말 것과 성공한 장애여성으로 박 대표를 그리지 말아달라는 것이었다. "장애인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위치에 오르게 될 경우, 장애인'이' 자신의 장애를 극복하고 성공을 일궈냈다는 표현을 쓰죠. 거기에는 장애인은 무능력자라고 판단하는 전제가 깔려있는 거예요. 그것은 또 다른 억압을 낳죠. 장애인들이 자립에 어려움을 느끼는 원인에 대해 얘기할 때 상황에 대한 비판보다는 장애인 개인에 대한 비판으로 치우치는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거든요." 박 대표는 이를 '장애극복신화'라고 언급했다. '장애극복신화'는 장애인문제 해결의 초점을 흐리게 만드는 경계해야할 대상이라는 설명이다. 이어서 박 대표는 자신이 생각하는 성공은 주체적인 삶을 살아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내 삶을 내가 주체적으로 만들고 선택하는 것이 '성공'이라고 생각해요. 제 사회적 위치를 통해 성공을 거론하기보다는 얼마나 주체적으로 삶을 살아내는가에 따라 성공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25살 때까지 저도 집에만 있었어요" 장애여성계의 기반이 취약한 현실에서 장애여성단체를 운영해 온 박 대표는 '할 말 다하는 사람'으로 유명하다. 논리 정연한 말투와 큰 목소리, 당당한 몸짓에서 뿜어져 나오는 자신감 때문. 간혹 사람들로부터 부유한 집안에서 고등교육을 받고 자란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그녀는 초등학교 2년 중퇴에 25살 때까지 집에서만 지내던 재가장애인이었다. "3살 때 소아마비를 앓고 척추마비가 되었죠. 9살이 되어서야 동생과 같이 초등학교에 입학했어요. 할머니가 업고 등·하교를 시켜줬는데 제가 2학년 때 할머니가 작은 집으로 거처를 옮기셔야 했죠. 그래서 저도 학업을 그만 두게 됐어요. 그때부터 25살이 될 때까지 집에서만 지냈어요. 외출이라고는 1년에 1∼2번 성탄축하미사 같은 데 택시 타고 참가하거나 가끔 동네 사람들 만나는 정도였죠." 그러던 중 장애여성수도 공동체 '사랑의 고리'를 만나게 되면서 타지로의 외출을 시작하게 되었다. "저희 집은 강원도 동해였고, '사랑의 고리'는 부산에 있었는데, 한번은 행사에 참여하라는 요구를 받았어요. 아버지가 반대했지만 어머니가 적극 찬성하셔서 아버지가 출장 가 있는 틈을 타 부산에 내려갔죠. '사랑의 고리' 언니들이 직접 올라와서 저를 데리고 부산에 갔는데 일주일간의 행사가 끝난 다음에 언니들이 저보고 혼자 올라가 보라고 권유했죠. 그래서 혼자 7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집에 올라갔어요. 그 뒤로 수시로 버스를 타고 돌아다녔고, 그렇게 시작한 외출이 나를 많이 바뀌게 한 것 같아요." 88년 아버지가 부산으로 이직하게 되면서 가족들이 모두 부산으로 이사했고, 그녀는 '사랑의 고리' 활동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다. 많은 친구들을 사귀었고, 수녀의 꿈도 키워나갔다. 그리고 90년에는 서울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장애여성'문제에 눈뜨기 시작하다 '사랑의 고리' 비장애 친구의 권유로 집에서 공부를 하며 지내던 그녀는 95년 잘 아는 동생의 권유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에서 주최하는 '세계여성대회 보고대회'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리고 '여성장애인'이라는 생소한 개념을 접하게 되었다. 보고대회 참가 이후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빗장을 여는 사람들'(이하 빗장)에서 활동하게 되면서 그녀는 '96 동아시아 여성 포럼대회'에 참여하게 되었다. 중국의 장애여성들이 중국의 편의시설 문제점을 얘기하는 모습이나 각 아시아 국가들의 장애여성들의 말들을 들으며 자신이 이제껏 겪었던 어려움들은 '장애여성'이기 때문에 겪어야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주체인 우리는 소외된 채 비장애인들이 우리를 '무능력하다'고 평가했죠. 언제나 그들의 의견을 따르는 수동적 존재가 되길 원했고, 저희들도 그 요구에 동의해 왔었어요. 더욱이 여성이기에 성적으로 대상화되는 곤란함까지 겪어야 했고요." 빗장활동을 통해 그녀는 장애여성연대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었고, 97년 한국 대표로 참석하게 된 '국제장애여성리더십포럼'은 그녀의 고민을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장애여성이란 무엇인가'로 고민하던 한국의 장애여성과는 달리 장애여성의 삶의 복지와 레즈비어니즘, 섹슈얼리티를 논하는 유럽의 장애여성들의 모습을 보며 큰 충격을 받았던 것이다. " '우리들의 비너스'라고 불리는 양팔 절단 장애여성이 있었어요. 그녀는 장애 있는 몸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보여주고 싶어서 누드모델을 한다고 했었죠." 그녀는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 장애여성문제가 장애단체에 한 부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장애여성단체가 필요하다는데 빗장멤버들과 의견을 같이 하고 같은해 7월 8명의 멤버들과 함께 빗장을 탈퇴했다. 장애를 가진 여성들을 위한 단체,'장애여성공감'창립 96년 12월 어머니가 뇌졸중으로 쓰러지고 남동생이 어머니를 모시게 되면서 그녀는 자립을 결심했다. 박순천씨(현 공감 간사), 정영란씨(현 공감 사무국장)와 함께 고덕동에 집을 마련하였고, 자연스레 빗장 탈퇴 멤버들의 모임장소가 되었다. 단체 설립을 위해 여성주의부터 공부하기로 결정하고 9명(장애여성 6인, 비장애여성 3인)이 한 명씩 돌아가며 '여성학'관련 세미나를 준비했다. 98년 2월 14일 장애여성공감이 창립되었고, 그녀가 간사직을 맡아 활동했다. "114 안내요원을 해보려고 교육도 받아보고, 텔레마케터도 해봤는데 그다지 큰 수입을 얻을 수는 없었어요. 다른 사람들은 대학생이거나 직장인들이었기 때문에 마침 단체의 일을 맡아서 보는 사람이 필요했고, 그래서 제가 간사직을 맡았죠." 99년 공감 멤버들은 그간 공부하고 고민한 것을 바탕으로 '장애에 대한 몸', '여성에 대한 몸'에 관련하여 자신들의 이야기를 털어 낸 장애여성 전문지 '공감'을 창간했다. 사회적으로 성역할을 수용할 수 없기에 여성으로서의 존재성이 부정되었던 장애여성의 몸에 대해 얘기했고, '여성'과 '장애'라는 이중적 차별에 눌려 자신의 몸을 긍정할 수 없었던 장애여성들의 문제를 공론화 시켰다. "저희 처음 모토는 '우리끼리 한다'였어요. 장애여성들의 문제를 외부적 억압기제에 눌리지 않은 상태에서 심도있게 고민하기 위해서였죠. 그래서 '여성들이 드세다', '비장애 여성들이 착한 장애여성들을 꼬셨다'는 말들을 많이 들었어요. 사람들이 장애여성들을 천사로 보는 경향이 있거든요." 공감은 장애여성관련 세미나, 교육, 문화행사 등을 치러왔고, 최초로 '장애극복신화'를 언급하거나 '정상성 중심사회', '장애여성이란 말의 의미' 등을 거론하며 '정상'이라는 불분명한 개념으로 '비정상'으로 분류되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폭력을 가하는 사회에 비판을 가해왔다. '장애여성'의 권익을 위해 열심히 달려온 공감, 박 대표는 단체 활동으로 분주하게 보내는 나머지 버스를 타며 즐기던 여행도 못하게 되고, 결혼에도 신경 쓰지 못하지만 한 명의 장애여성으로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는 마음으로 공감의 일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공감을 통해서 자기 자존감을 회복해가는 사람들을 볼 때 가장 보람을 느껴요. 박주희 운영위원도 공감을 통해 많이 변화되었고, 지금은 방송이나 신문을 통해 고정 칼럼을 맡아 장애여성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있어요." 소위 장애여성을 약자 중의 약자라고 일컬으며 가장 대하기 만만한 사람으로 대우하기도 한다. 기반이 취약한 장애여성계, 박영희 대표는 장애여성들의 목소리를 사회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열성을 다하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정상'이라는 잣대에 의해 차갑게 분리되는 장애여성이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그런 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박영희 대표는 공감과 함께 당당하고 힘있는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강원일보] [4.9 총선]민노당 진보신당 강릉 격돌 도내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강릉’ 선거구에서 격돌한다. 지난해 12월 대선 이후 분당의 수순을 밟은 두 당은 강릉 선거구에 각각 염우철 민노당 대의원 및 김봉래 진보신당도당공동대표를 후보로 낼 예정이다. 김대표의 경우 지난 15일 도당창당대회에서 후보로 확정됐으며, 염의원은 17일∼20일 당원투표를 거친 후 중앙당 인준을 통해 이번 주중으로 후보로 확정된다. 비례후보 경쟁도 만만치 않다. 춘천 출신 최옥주 전 전국여성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은 지난 10∼15일 민노당 당원투표를 통해 당내 비례후보 7번으로 선출됐으며, 동해 출신 박영희 전 장애여성공감대표는 지난 16일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진보신당 비례후보 1번으로 확정됐다. 정영선기자sion@ (강원일보 2008-3-18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