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이 글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선거결과와 무관하게 선거과정에서 불거진 문제에 대해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답답함을 풀어보고자 미리 써나가던 글입니다. 저는 최근 논란을 지켜보면서 도당 선관위원이라는 이유로 발언을 자제해 왔지만 적절한 때에 의견을 나누지 못하는 점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러나 도당 홈페이지를 통해 벌어지는 감정적인 공방을 지켜보고 있기가 더 이상은 힘들었고, 더구나 제가 ‘5.3사건’ 조사위원의 한 사람이기도 했다는 점에서 이 논란에 책임이 있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소 늦은 감이 있고, 중도에 당이 부여한 중요한 임무를 방기한다는 점에서 무책임한 면도 있지만, 도당 선거관리위원의 임무를 사퇴하고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최근 논란에 대해 몇가지 의견을 나누고 싶습니다. 제 의견이 또 다른 분란꺼리가 될까 우려스럽기도 합니다만, 감정을 추스리고 냉정하게 상황을 돌아보았으면 합니다. (급하게 써나간 글이라 다소 표현상의 무리가 있을 겁니다. 이 점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선, 저는 한재천님의 글에 깊이 공감합니다. 그러나 해당선거를 연기할 명백하고도 중대한 사안이 발생했다는 판단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우울하게도 저는 이 판단에 대해서는 지금도 자신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선거일정이 시작되고 얼마후 길00 당원의 출마문제와 관련해 일부 갈등이 있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제 반응은 '왜 출마 자체를 막으려 할까? 반대한다면 낙선운동을 하면 되는 것 아닌가?'였습니다. 선거보이콧을 포함한 낙선운동은, 선관위의 임무와 다소 충돌하더라도 당원의 권리라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법리적으로 하자가 없다면, 출마를 막을 방법은 없다는 인식이 선관위원으로서 선거와 관련한 제 판단의 출발점입니다.

이른바 '5.3사건'을 접하게 된 초기의 제 의견은, '피해자(신00)의 글이 특정 개인에 맞추어진 게 안타깝고 당내 민주주의(당기위 제소 등)를 통해서 해결하는 과정을 거치지 못한 점이 아쉽다. 당문화가 물리적인 폭력과 나아가 말과 글로 인한 폭력에 관대하고, 가해자(길00)와 피해자(신00) 모두를 아우르는 인권의식이 부실하다. 이 사건을 당원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문제로 접근하고 당문화를 쇄신할 수 있는 기회로 삼자. 가해자(길00)는 진정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 힘들더라도 당시 사건 현장에 있었던 분들이 당기위에 제소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5월 23일에야 도당운영위에서 '5.3사건'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결정되고, 6월 14일, 저를 포함한 5명으로 조사위원회가 구성되었습니다. (어찌된 팔자인지 선관위원과 조사위원이라는 독이 든 성배를 마신 셈입니다. 같이 마신 분이 한 분 더 있죠^^ 마저 고생해주시길) 아시는 바와 같이 조사위원회의 활동결과는 6월 23일 '5월 3일 사건에 대한 강원도당 사과문'과 '5월 3일 사건에 대한 강원도당 결정문('결정문')'의 형태로 공개되었습니다.

'5.3사건'에 대한 조사결과를 세세하게 공개하지 않은 탓에 이번 선거과정에서 불필요한 논란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늦었지만 바로잡을 필요가 있습니다. 길00 당원의 '다시 한번 사과합니다' 글 중 "피해자가 'XX, 이게 무슨 민주주의냐? 진보신당이야'라고 소리쳤"다는 내용은 '5.3사건'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사실과 다릅니다. 당시 피해자(신00)는 "이게 무슨 민주주의냐? 심한 것 아니냐"며 항의한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길00 당원의 잘못된 사과는 결국 신00님을 격노하게 만들었습니다. 진의여부는 차치하더라도 길00 당원의 부적절한 표현은 신00님의 상처에 소금을 뿌린 셈이 되었습니다. 선관위원이 아닌 조사위원에게라도 사실을 확인시켜드리자고 권했어야 합니다. 제 소심함으로 인해 신00님의 상처를 덧나게 한 점 사과드립니다.

다만, 신00님의 연이어 올리신 글중, '진보신당 당원들에게 경고합니다' 이하의 내용('더 위험한 인류 진보의 적'..)에 대해서는 매우 유감입니다. 또 '도당 선관위 판결을 환영하는 분들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제목의 글 역시 유감스럽습니다. 의도는 아니겠지만, 마치 도당선관위가 길00 당원에게 면죄부를 주었다는 의미로 곡해될까 우려스럽습니다. 신00님께 표현을 재고해주시길 부탁합니다. 또한 삭제되었다 다시 올리신 '탈당의변'의 일부 내용은 길00 당원에 대한 언어(문자)폭력에 해당되므로 삭제해주시길 바랍니다. '결정문'은 신00님의 '탈당의변'의 일부 내용 역시 언어폭력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본론입니다. 저는 낙선운동그룹 당원들에게 강한 아쉬움을 느낍니다. 님들은 ‘강원도당 선관위와 운영위 답변에 대한 우리의 입장’ 글에서 '5.3사건' 가해자(길00)의 자진 후보사퇴를 요구하셨고, 경신님은 전00님의 글에 대한 댓글에서 ‘길00 후보의 사퇴가 사과와 성찰의 진정성을 보이는 시작점이자 척도로 이해’한다고 설명하셨습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낙선운동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가해자(길00)의 인권이 상당히 유린되었고, 그러한 언어(문자)폭력이 방치되었습니다. 말과 글로 행해지는 폭력이 물리적인 폭력 못지 않다는 점을 님들도 잘 아실겁니다. 신00님이 위에서 언급한 길00 당원의 글에 대해 격노하면서 '탈당의변'이 다시 올려졌습니다. 그러나 님들은 이 언어(문자)폭력에 대해서 님들이 '5.3사건'의 물리적 폭력에 대해 대응하셨던 기준을 적용하지 않았습니다. 전후에 익명의 댓글들을 통해 벌어진 '권력욕', '완장욕', '걸레', '잔머리', '추악하고 더러운 사람' 등의 표현이나 '소심증환자'님의 자의적 해석에 따른 타인에 대한 왜곡 등에 대해서도 대응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러한 과정을 경과하면서 '5.3사건'의 가해자(길00)가 언어폭력에 의한 피해자(길00)가 되어버렸다고 생각합니다.

선거기간이었다는 특수상황을 감안하더라도, 님들의 표현대로 폭력은 성찰되지 못했고, 인권 또한 보호되지 못했습니다. 저는 님들의 이런 실책이 가해자(길00)를 폭력행사자로 지나치게 단순화시킨 데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님들에게서 '말 한 마디, 행동 하나에서 상대를 배려하며 소통하는' 모습을 기대했지만, 오로지 가해자(길00)에 대한 찬/반으로 선택지를 가르는 그 편협함에 때로는 무서웠습니다. 누구나 그렇듯이 잘못을 저지를 수 있지만, 한 번의 잘못으로 평생을 폭행범으로 살아가서는 안됩니다. 잘못은 용인되어서는 안되지만, 인간은 잘못을 저지르기도 하며 반성하며 조금씩 성장합니다. 잘못에 대한 진실한 사과와 반성이 선행되어야 함은 물론입니다.

낙선운동의 일환으로 타 선거 후보자들에게 의견을 묻는 과정에서 길00 후보 지지여부를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것 역시 대단한 폭력입니다. 사안에 대한 의견을 묻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양심에 해당하는 지지여부의 공개를 요구하는 것은 대단히 옳지 못합니다. 현명하지 못한 방법이었습니다. 또 님들과 다른 입장을 가진 분들과의 논란의 과정에서는 서로 추정과 과장, 비아냥, 야유, 헐뜯기, 인신공격 등 당원간의 논쟁이라 하기에는 낯뜨거운 모습들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님들은 길00 후보의 사과가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하시는 것이고, 어떤 분들은 그렇다하더라도 후보 사퇴는 과도하다, 또 어떤 분들은 진정성을 인정한다는 정도이지, 님들과 조금 의견이 다른 분들이 길00 후보의 잘못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모든 당원들의 생각이 하나로 일치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차이가 있더라도 다른 분들의 의견을 인정해 주셔야 합니다. 모든 분들에게 냉정해지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특히 사안과 관련없는 문제로 불필요한 감정을 자극하며 논란을 이어가시지 말길 부탁드립니다. 그런 식의 논란은 다수의 당원들을 괴롭고, 힘들게 만듭니다.

마지막으로 결론입니다. 저는 님들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님들에게 피해자(길00)의 인권유린에 대한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익명의 타지역 당원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선거결과에 상관없이 님들의 낙선운동 과정에서 본의아니게 피해자 당원(길00)의 인권이 폭력적으로 유린한 점에 대해서는 도의적으로 사과하시길 바랍니다. 님들의 사과가 님들의 낙선운동의 의미를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5.3사건'의 해결과는 별개로 당원간의 신뢰회복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생각합니다. 님들에게는 다소 무리한 주문으로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만, 현명한 판단을 기대합니다.

* 별론입니다만, 일부에서 '5.3사건'을 '양양소풍사건'이라 지칭하는 것은 양양군 주민들과 당원들에게 모욕감을 줄 수 있습니다. 유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조금 다른 경우이지만 '촛불메신져'님의 댓글은 소급적용해석에 대한 오해라 생각합니다.

작성일 : 2009-03-21 23: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