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좋은 교사가 될 것 같다고 격려(칭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신 님의 견해에 대부분 동의합니다. 의견이 다르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중심으로 글을 써 보겠습니다. (신 님의 글을 인용한 부분은 파란색으로 표시.)

교원평가제에 동의한다 해도 그 실행에 따르는 효과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 저 역시 신 님과 의견이 다르지 않습니다.
   객관성을 담보하는 '계량화된 평가 지표'를 개발하는 것도 만만치 않겠지만
   개발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교사들을 서열화한다는 것이 마뜩치 않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교원평가제 반대] 입장을 고수하게 되면 교사집단과 전교조가 더욱 더 코너로 몰리게 됩니다. "평가 자체는 반대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대안적인 교원평가제 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전략적인 선택으로서, 현재 우리 사회의 여론과 이데올로기 지형을 감안할 때, 일종의 차선책을 택해야 하지 않나 하는 것입니다.  

1. 학부모와 학생들이 얼마나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가?
-> 저 역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주 잘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교장이나 교감, 동료교사보다는 (중고등학생 정도라면) 학생이 더 잘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료교사-특히 같은 과목 교사-는 사실 학생보다 더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는 주체일 것입니다. 그러나 '동료교사에 의한 평가'는 주로 공개수업(연구수업)이라는 특별한 이벤트를 통해 평가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한계를 지닙니다. 일상적인 수업 평가와는 다소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그렇다고 cctv를 설치할 수도 없을 거고요. 해서는 절대 안 될 일이지요.)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가 공공영역까지 덮치고 있습니다.
의료/교통/에너지/교육/주택 분야... 공기업, 공무원 조직까지...

저는 신자유주의를 참 싫어하지만, 부지불식간에 저 스스로도 물들어 있을 수 있습니다. 학생 평가 비중을 확대한 '대안적인 교원평가제 안'을 만들어 싸워야 한다는 제 주장 속에서 혹시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의 그림자를 발견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함정에 빠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가끔 하게 됩니다.)

2. 교사는 전문가이기에 비전문가인 학생과 학부모가 평가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것에 대해서는...

교사는 전문가 맞습니다. 교사의 역할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전문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의사에 비유하자면, 의사들도 저마다 다른 수준의 신뢰와 존경을 부여받습니다.
주로 전문적인 의학기술 수준이라든가 연구논문 발표 실적 등이 큰 영향을 주겠지요.

그러나 의사 역시 시장에서 다른 의사들과 경쟁하기도 하고,
(즉 의료 서비스를 소비하는 환자들에 의해 평가를 받고 있고)
공공의료기관에서 일하는 의사들도 점차 '환자들이 그 의사의 진료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가'를 점차 의사 평가에 더 많이 반영하게 될 것입니다.

이것 자체는 좋은 일입니다.
가장 좋은 의사는 환자에게 좋은 의사이며,
가장 좋은 교사는 학생에게 좋은 교사입니다.

그리고 공공성을 핵심으로 하는 영역이라고 하더라도
의료나 교육은 일종의 '서비스업'과 같은 특징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는 학부모에 의한 평가 비중은 매우 낮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모든 학부모가 다 교사 평가하기도 힘들 것이고
안 그래도 요즘 '똑똑한 학부모들' 때문에 교권이 많이 위축되고 있는 것 같은데...

3. 신 님께서 말씀하신 결론과 관련하여

일단 교사집단 안에서 평가가 이루어지도록 어떤 공식적인 절차를 만들자.
또 교사들에게만 한정되지 않은 다양한 평가영역을 다루는 학부모 학생 만족도조사 같은 것을 중립적인 위원회를 구성해 정기적으로 하자.

반대하지 않습니다. 좋은 의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신 님께서 말씀하신 결론도 '전교조(진보적 교육운동 진영)의 대안적 교원평가제'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 가지 문제는 남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존재하고 있는 교원 근무평정 제도는 어떻게 할 것인가?'하는 겁니다. 신 님께서 어떤 견해를 갖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교장 40%, 교감 30%, 동료교사 30%로 교사를 평가하여
인사고과를 매겨 승진이나 전출 등에 영향을 주는 제도 말입니다.

저는 사실 매우 위험한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교원근무평정제도. 아예 없앴으면 좋겠는데, 그게 불가능하다면 합리적으로 바꾸기라도 해야 한다. '교장에게 잘 보여서 좋은 점수 얻으려는 교사 문화'보다는 '학생에게 잘 보이려 노력하는 교사 문화'가 낫다. 

예를 들면 교장 15%, 교감 10%, 동료교사 15%, 학부모 10%, 학생 50% 뭐 이런 식으로요. (대충 한번 써 봤습니다. 매우 만화같은 주장 같기도 하네요.)

이러한 평가가 인사에 반영되는 안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게 정말 옳다고 확신하는 것은 아니고요. 더 고민해봐야 할 것입니다.

제가 현재 이렇게 주장하는 이유는,
현재 교원 인사관리에 있어 '평가'의 핵심은 근무평정제도이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교장이 좌지우지하고 있습니다.
교장이 좌지우지하는 것을 학생이 좌지우지하게 만들자. 뭐 이런 겁니다.

교장 1인에 의한 평가 vs 다수 학생들에 의한 평가

전문성에 있어서는 전자가 나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후자가 저는 더 중요하다고 보는 것입니다.
전교조 교사들이 학생들의 마음을 얻어 나간다면
교사 운동도, 학생 운동도 더욱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신 님께서 말씀하신 것들, 대부분 동의합니다.
특히 본질적인 문제집단은 교육부라는 것, 현 정권이라는 것. 당연히 동의합니다.

그러나 학생 평가 부분에서 의견이 확연히 갈리는군요.
제가 더 많이 고민해 봐야 하겠습니다.
좋은 의견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전교조가 정작 두려워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어서 글을 써 주시길~~!! 기대하겠습니다.)
 

작성일 : 2009-03-05 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