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평가제를 원하는 여론이 높고 교원평가제를 찬성하는 쪽의 주장에 대해 전교조를 비롯한 교사집단의 반대주장은 왠지 설득력이 약해 보입니다. 그러나 교원평가제에 동의한다 해도 그 실행에 따르는 효과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먼저, 학부모와 학생들이 얼마나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가의 문제입니다.

  그 동안 교사들은 국가교육체계 맨 끝에 자리 잡은 ‘막장집단’이었습니다. 과거 전교조의 참교육운동은 학생들을 어리석은 백성들로 만드는데 앞장섰던 반교육 관료들과 교장들에 대해 ‘우리들은 더 이상 니들 막장이 아니다’라는 외침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교사들은 한편에서는 학부모와 학생들 앞에서 ‘왕’노릇을 해왔습니다. 물론 우리사회의 어떤 전통적 요인도 있고 교사-학생의 특수한 관계도 있겠지만 그러나 이제는 학부모나 학생들도 마찬가지로 교사집단에 대해 ‘우리도 더 이상 니들 막장이 아니다’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권위적 관계들이 청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변화는 한편 바람직스럽긴 하지만, 또 교사들이 학부모나 학생들에게 우스운 취급을 받을 지경까지 된 게 교사들 자기책임도 있지만, 그러나 우리사회가 아무리 교직을 전문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해도 교직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교육노동에 함부로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이건 아무리 사회적으로 지위가 낮은 직업이라 해도 일생을 페인칠만 해온 페인트공 노동자가 자기 붓은 아무나 절대 못 만지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학부모와 학생들은 교육노동을 잘 알지 못합니다. 교사들이 학부모들의 직업에 대해 일일이 평가하는 것이 불가능하듯 학부모들도 몇 번의 공개수업을 통해 교사들을 평가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 겁니다. 이것은 학교문제에 관심을 가질 여유가 있는 고학력 중산층 학부모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학생들도 평가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아직 충분하지 않은 초․중학생들은 빠질 것이고 고등학생들이라 해도 얼마나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지 의문입니다.

  게다가 이러한 평가는 교사-학생-학부모가 교육공동체 내에서 자연스럽게 맺어야 할 교육적 인간관계를 그릇되게 이끌어 일부 개념없는 교사들은 개콘의 개그맨들처럼 교실에서 ‘이상’행동을 벌이거나 삼성전자 기사님들처럼 ‘억지웃음’ 짓도록 그릇된 유인을 얻을 수 있고, 불량교사와 치맛바람의 잘못된 만남도 마련되기 쉬울 것입니다. 즉, 애초 교사들의 수업능력 향상을 목표로 했던 평가는 ‘다른 쪽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빼놓을 수 없을 겁니다.

  둘째, 무엇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평가문항은 아마 교사들의 수업능력에 주로 초점을 맞춘, 답변하기 쉬운 객관식문항 중심으로 구성될 것입니다. ‘교사들의 목소리크기는 적당하냐,’ ‘수업내용은 알아듣기 쉽냐’, ‘수업준비는 잘 해오냐’ 등 뭐 이런 것들로 구성될 텐데 이미 교원평가제를 실시해봤던 시범학교들에서 나타났듯이 문항이 많이 유치했던 것으로 압니다.

  실질적으로 입시가 지배하는 교육현실에 따라 교육부나 학부모들이 요구하는 수업방식은 점수향상에 가장 효율적인 방식입니다. 그리고 교사들은 이 방식이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수십 년 동안 그렇게 해왔습니다. 이미 굳어질 때로 굳어진 교사들의 일방적인 강의식수업은 국어, 영어, 수학, 어느 과목을 떠나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이러한 단일한 수업방식을 다양한 각도에서 평가하는 것은 애초에 가능하지 않을 겁니다.

  수업방식에는 토론식수업이니, 문답식수업이니, 체험학습이니, 다양한 기자재를 활용한 수업이니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 이런 것들을 쉽게 허용하지 않고 원하지도 않는 현실에서 교사들에게 바라는 전문성이 단지 특정 수업기술에 한정하여 평가하는 것은 몇 가지 유치한 객관식 문항이 아니고는 가능하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수업방식조차도 평가를 통해 개선될 수 있겠지만 일부 무능교사들을 걸러내는 방식이 이렇게 대다수 교사들에 대한 불신에 근거해서 전국의 모든 학교의 모든 교사들을 대상으로 하나같이 똑같은(획일적인) 수량적 평가를 통해 얼마나 의미있는 평가결과를 끌어낼 수 있을까요?

  현재 우리사회가 교사들을 평가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 해도 정부가 구상하는 교원평가제도는 여러모로 무리한 면이 적지 않습니다.

  그럼 어떤 대안을 생각할 수 있을까요?

  제가 학부모나 학생, 교사들 입장에 서 있으면 문제를 보다 직접적이고 현실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또 특별히 교육정책을 연구하는 전문가라면 구체적인 해법도 가능하겠지만 그렇지는 못하고 대강 방향만 제시해 보겠습니다.

  저는 학부모나 학생들이 교사들의 교육노동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학부모나 학생들이 보다 나은 수업을 요구할 학습권이 있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고, 단지 교사들의 수업능력의 개선은 교육전문가인 교사집단 안에서 해결해야하는 것이 맞지 않냐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사회는 교직을 전문직으로 보지 않습니다. 불행히도 실제 그렇습니다. 지천에 학원이 널려 있고 교사자격증이 없어도 아무나 아이들을 가르칩니다. 교직을 이수하는 데 대단한 노력이 드는 것도 아니고 교직과정이 교사들의 자질을 높이거나 학교현장에서 얼마나 쓸모가 있는 지도 의문입니다. 자격증 발급을 위한 형식적인 과정 아닐까요? 또 수업자체도 대단한 숙련을 요구한다고 보기도 어렵고, 일정기간의 적응기간과 문제집 몇 권만 풀고 하면 대강의 선생모양은 다 나옵니다. 교사들 스스로도 자신들의 직업이 여타의 전문직에 비한다면 무척 단순하다고 여길 겁니다. 물론 위의 얘기들은 입시제도아래 교사가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단순 강의식 수업에서 그렇다는 것입니다. 왜 우리사회는 교육노동을 스스로 단순노동으로 만들어 놓고서 교사들에게 전문성을 요구하는 걸까요?

  물론 강의식 수업이라고 해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질이 다 다릅니다. 좋은 수업을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전문성도 요구됩니다. 그리고 강의식 수업이 문제가 많은 수업방식이라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사회가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교사의 전문성을 요구하면서도 교사들에게 특정 수업기술이나 점수향상 능력만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문성 논란을 한정하는 현실이 안타까운 것이죠.

  어쨌든, 학부모나 학생들 병원가서 의사들에게 이렇게 수술해달라 저런 처방전 써달라 하지 않습니다. 교육이 사람을 만들고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과 태도, 가치관을 키우는 일이라면 의사의 잘못된 처방이 사람하나 망가뜨리듯 역시 사람 하나 충분히 잘못 만들 수 있는, 아무나 할 수 없는 ‘전문영역’이라고 봅니다. 이런 교사들을 돌팔이집단으로 보는 우리사회 현실이 안타깝지만 괜찮은 교사들도 많으니 일단 그래도 해본 사람들에게 맡겨 교사집단 안에서 문제의 해법을 찾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라는 겁니다.

  현재 여러 학교에서 교사들 상호간 참관수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교사집단이 위계가 없는 평등한 조직이고 체면을 중시하는 직업이라 상호비판을 많이 꺼리는 특성이 있어 형식화될 우려는 있습니다만, 이 정도에 만족하지 않는 여론을 생각한다면 이런 방식을 넓혀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같은 지역에 위치한 여러 학교들에서 제비뽑기로 구성한 교사평가단을 통해 참관수업을 하게하고 평가결과를 해당교사에게 통보하는 식의 방식도 고려해 볼 수 있지 않나 싶네요. 물론 평가결과를 다룰 때는 여러 주의사항이 요구되겠죠. 또, 교원연수체계나, 사범대 교육과정, 교사들 근무조건 등 다양한 제도적 요인들도 교사들의 수업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을 겁니다(하나마나 한 소리이긴 하지만요).

  근데 학부모와 학생들의 학습권에 대한 요구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라 이들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하겠죠. 교사들의 수업 질만이 아니라 인권의식, 학교환경 개선 등 평가의 영역을 다양화한 표본조사를 통해 교육부나 교원노조가 함께 구성한 위원회를 통해 매년 또는 6개월 단위로 평가하는 것도 어떨까 싶네요. 개별학교의 특성이 파악되지 못하는 한계가 있지만 학부모나 학생들의 견해가 담긴 이런 정기적인 보고서 결과가 교사집단에 아무래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요? (정권의 교육정책 평가와도 이어질 수 있으니 이것도 하나마나한 소리로 들립니다만요. 자기들은 평가받고 싶지 않게죠.)

  결론은 이렇습니다. ‘일단 교사집단 안에서 평가가 이루어지도록 어떤 공식적인 절차를 만들자. 또 교사들에게만 한정되지 않은 다양한 평가영역을 다루는 학부모 학생 만족도조사 같은 것을 중립적인 위원회를 구성해 정기적으로 하자’ 입니다. 아무래도 제 결론은 학부모들과 학생들의 입장을 보다 강조하는 손민균님과는 강조점이 좀 다를 듯 합니다.

  근데, 사실 전 이런 얘기들이 큰 의미는 없다고 봅니다. 대한민국 교육문제가 곧 교사문제가 아닐 겁니다. 교사들 문제 있다는 거 모르는 거 아니지만, 오히려 본질적인 문제집단은 교육부 아닐까요? 그리고 교사들 문제도 수업문제만 문제일까요? 맨 날 뉴스에 나오는 교사들 문제는 뭘까요? 더 큰 문제는 자신들과는 견해가 다른 집단은 온통 적대집단으로 몰아 민주주의 사회에서 일체의 대화도 없이 일방적으로 검증되지 않는 자신들의 무모한 신념을 밀어붙이는 현 정권일 겁니다.

  아무리 뭘 진정성을 갖고 대하려고 해도 다 ‘개무시’하고 자기들만 옳다고 주먹 휘두르면서 그냥 시키는 대로만 하라는데, 참...

  얘기가 많이 길어져서 더 이상 긴 얘기는 힘 들어서 못하겠습니다 --;.(전교조한테 술 한잔 얻어먹은 적 없는데 왜 이리는 지...) 전교조가 현정권을 상대할 때 여러모로 신중해야 할 것 같습니다. 뻔한 얘기지만, 너무 순진해도 안 될 것이고 주특기인 ‘돌진, 앞으로’도 명분 잘 만들어서 영악하게 해야할 것 같고... 특정 부유층만을 위해 공화국(?)의 평등교육 이념을 마구잡이로 훼손하는 현실에서 좀 세련되게 이념투쟁도 해야 할 것 같고...

  뭐, 시원치 않은 얘기들이었습니다.

  그렇더라도 손민균님이 던진 주제가 의미없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결국은 부딪힐 문제인데, 이명박정권처럼 어떤 사안에 깽판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결국 민심을 잃게 만들고 있듯이 전교조도 교육현안에 대해 여론의 외면을 받지 않도록 진지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겠지요.

좋은 얘기 감사하고 훌륭한 선생님이 되실 것 같습니다.

저는 이만...





- 덧붙임-

근데, 저는 전교조가 정작 두려워해야 할 것이 따로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올리도록 하죠.

작성일 : 2009-03-04 1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