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작년 봄에 프랑스와 독일에서 유학중인 친구들로부터 프랑스와 독일의 대학 등록금 수준에 대해 들어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프랑스는 한 해 등록금이 15만원~20만원 정도라고 하고, 독일은 (연방국가라 각 주마다 상황이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비싼 주는 한 학기에 70~80만원 정도 하고, 아예 등록금이 없는 주도 많다고 하더군요.

미국이나 일본이 아니라, 유럽 쪽으로 조금만 눈을 돌리면 대학 등록금이 놀라울 정도로 싸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교육경쟁력 1위로 평가받고 있는 핀란드를 비롯하여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에서는 대학교까지 완전 무상교육입니다. 게다가 덴마크에서는 정부가 대학생들 열공하라고 매월 50~60만원을 주고, 스웨덴에서는 20세가 되면 1인당 2천만원 정도씩 지급한다고 하네요. 핀란드와 함께 교육강국으로 손꼽히는 아일랜드 역시 대학등록금이 무료입니다.

정말 정말 부럽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등록금 때문에 ‘청년 빚쟁이’들이 넘쳐나고 있는데, 어떻게 유럽은 등록금이 거의 무료일까요? 단지 이들 나라가 돈이 많아서일까요?

그것은 바로, 교육에 대한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들 나라에서는 교육을 상품으로 바라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교육은 물이나 공기와 같은 공공재이며, 사회구성원들이 두루 차별 없이 누릴 수 있는 재화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들 국가에서는 ‘교육 기회 균등’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는 것이지요. 
 
사실 ‘교육 기회 균등’은 좌파들만 주장하는 게 아닙니다. 자본주의 체제를 지키고자 하는 우파들, 자유주의자들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입니다. 교육 기회가 평등해야 교육을 통한 계층 이동도 가능하고, 그래야 자본주의가 예전의 신분사회와는 다르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교육 기회 균등’은 자본주의가 그럭저럭 잘 굴러가기 위한 기본 요건인 셈입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모든 국민이 신앙이나 성별,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 등에 관계없이 각자의 능력에 따라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교육 기회 균등’의 이념이 근대 국가의 공교육제도의 발달과 함께 대부분의 국가에서 채택되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헌법도 이를 분명히 명시하고 있습니다.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헌법 제31조 1항)

2.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노골적으로 우리 헌법을 부정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정신세계가 거의 중세 신분사회 수준입니다. ‘잘하는 놈을 더 잘하게 밀어주자’, 이것밖에 없습니다. 못하는 놈들은 지원할 필요 없고 경쟁만 시키면 된다, 바로 이거지요.

이번에는 전국의 초/중/고등학교 일제고사 성적 결과를 공개해서 시끌벅적합니다. 전국 초/중/고딩, 성적순으로 줄 세우기. 서태지의 교실 이데아 가사가 생각나는군요. “좀더 비싼 너로 만들어 주겠어. 니 옆에 앉아 있는 그 애보다 더~ 하나씩 머리를 밟고 올라서도록 해 좀더 잘난 네가 될 수가 있어~” 대한민국 교육 현실은 야만 그 자체입니다. 이제 어린이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살아남기 위한 전투’를 벌이게 되겠지요.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지 못하고 오로지 ‘경쟁’과 ‘효율’에만 익숙하게 되겠지요. 이러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커서 어떻게 될까요?  

우리나라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는 거의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PISA(국제학업성취도평가)에서 핀란드 다음으로 공부 잘한다고 인정받았지요. (물론 학습의욕은 최저 수준이었지만...) 반면,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공부 못한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IMD(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에서 평가한 대학경쟁력 순위를 보면, 조사대상 55개국 중 40위~50위 정도입니다.

‘서울대나 연고대, 의대나 한의대 안 가면 인간답게 못 산다’는 생각으로, 어릴 때부터 억지로 공부하다 보니... 중고등학교 때까지는 어떻게 버티는데, 자율성과 창의성이 가장 중요한 대학교 시기에는 ‘억지로 공부’가 더 이상 안 먹히는 것이지요. 스무 살까지 입시공부에 시달리느라 지친 것이기도 할 테고요. 그리고 요즘은 대학교 다니면서 알바하느라 공부 못하는 학생들도 참 많습니다. 

대한민국 교육경쟁력을 향상시키고자 한다면, 대학경쟁력 1위 국가인 핀란드의 ‘대학 평준화/무상교육’에서 힌트를 얻을 일이지, 왜 계속 뻘짓을 하고 있는지, 도무지 이명박의 머릿속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요즘은 정말 “미친 **”라는 욕밖에 안 나오는군요.  

(핀란드는 만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PISA에서도 계속 최고 성적을 거두고 있을 뿐만 아니라, IMD 대학경쟁력 평가에서도 줄곧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교육 예산도 GDP 대비 7.2%나 되고(OECD 평균은 6%, 우리나라는 4.6%), 전 세계 국가 가운데 학교 사이의 학력 차이도 가장 작을 뿐만 아니라 학생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학업성취도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 나라입니다. 성적표의 등수도 없고, 사교육도 없습니다.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은 1:1 보강교육이나 소수 특별교육을 받습니다. 이처럼 ‘정부의 충분한 교육예산’과 ‘평등을 중시하는 교육 문화’가 핀란드 교육경쟁력의 원동력인 것입니다.)

교육정책 측면에서만 보자면, 박정희가 이명박보다 100배 낫습니다. 이명박이 우리나라 교육을 완전히 망쳐놓고 있는 반면, 박정희는 그래도 중고등학교 평준화 조치로 아이들 숨통을 조금이나마 트이게 했었으니까요. 요즘엔 ‘옛날에 박정희가 대학평준화까지 했었어야 했는데’ 하는 생각도 많이 합니다.

서태지의 ‘교실 이데아’, 명곡입니다. 리메이크하면 뜰 것 같은데...    

작성일 : 2009-02-21 13: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