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골에서 농사지으며 혼자 계시는 노모께 들은 

50여 년 전 제 고향마을 이야기입니다.

노모의 이야기는 불과 한세대 전 이야기인데

먼 옛 전설 같은 이야기로 들립니다.

제 고향은 영산강이 휘감아 돌고 가는 남도의 작은 마을입니다.

온 나라 거의 시골 마을에 독자적인 마을풍습이 있었듯이

우리 마을도 당산할머니가 마을 지켜준다는 풍속문화가 있었습니다.

해마다 정월 초사흘이면 마을 당산제를 지냅니다.

집집마다 돌아가면서 제사를 지내는데

지난해 좋은 일이 일어난 집에서 제주가 됩니다.

수도시설도 없던 시절, 이날 마을 모든 사람들이 목욕을 합니다.

제주는 영산강가에 가서 목욕을 합니다. 그 추운 겨울인데도.

가부장제 풍습이겠지만 제사준비는 남자가 하고

소머리를 놓고 떡을 올리고 .....

밤새 풍물 치며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했습니다.

그해 제주가 된 사람은 상가나 흉한 곳에 가지 않습니다.

행여나 자기 행실로 마을에 좋지 않는 일이 일어날까

조심하고, 조신했다고 합니다.

2.

개별 존재가 혼자 살수 없기에 인류는 수 천 년 삶의 지혜로

거의 모든 마을에 두레 공동체 건설했습니다.

지금처럼 풍요와 편리가 없었지만

그 덕에 나눔과 베품 문화가 만들어졌습니다.

물론 그때도 사람 사는 세상인데 어찌 갈등이 없었겠습니까마는

내 이기적 욕망이 타인에게 피해를 줄까 차마하지 못하는

인간다운의 마음은 지금보다 훨씬 두터웠으리라 생각합니다.

논 농사짓고, 밭에 나물 뜯고,

강가에 나가 조개 줍는 소농경제에서

생명의 근원인 자연을 함부로 한다는 것은

더더욱 불경스러운 짓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한 세대 전 마을 문화가 이러하는데 증조, 고조부 때

마을은 아마도 국가 복지에 의존하지 않고도

두레라는 공동 품앗이 경제를 만들고

수많은 계조직등 자생 복지체계를 만들었을 것입니다.

이러한 자구책을 만들지 않았다면 조선 봉건수탈이나

일제 강탈에 백성들은 살아남지 못했겠지요.

3.

문명이라는 가면을 쓰고 나타난 서구자본 산업화 물결에

시골마을 살림은 졸지에 미개 야만으로 치부되고

마을도 ,사람도 ,나눔의 정도, 영성문화도

자본이 주도하는 물신의 블랙홀에 모두 빨려 들어갑니다.

개인의 이기심이 작동하여 사회가 발전하고

보이지 않는 손이 지배한다는 자본사회의 이성은

남과, 자연에 피해를 줄까 차마하지 못하는 마음이 아니라

남을 속여야 내가 살고,

경쟁에 이기기 위해서는  남을 것을 빼앗아야하고,

사람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자연을 끊임없이 파괴해야하는

자본의 올가미에 걸려든 사나운 마음이였습니다.

마음하나 지키고, 나누며 사는 게 인간 삶인데

마을 공동체 모태에서 튕겨나가,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해야 하는 돈의 노예들이

무슨 수로 사람마음을 온전히 유지하며,

사람세상의 분배, 나눔이 공평하게 될 수 있겠습니까?

또 도시인들의 무한 탐욕에

유구한 산천이 어찌 남아날 수가 있겠습니까?

4.

황금단추를 위해 옷을 짓는 세상입니다.

아래를 덜어 위를 채우는 세상입니다.

세계적 시장의 대실패로 삶의 재앙의 그림자가

짙게 깔리고 있습니다.

불행의 한국현대사 .

사람의 옷을 짓겠다는 그 많은 잘난 자들은

정권을 잡아 황금단추 달기 바빴습니다.

급기야 주거복지 실현해야할 땅도,

후손 때 까지 영원히 흘러야 할 강물도

황금단추의 희생양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의 지속가능한 삶은 자본의 선의로 주어지지 않는 법,

자구책마련을 위해 늘 깨어있고, 연대하여

우리 조상들이 했던 것처럼 돈벌이 경제 대신 살림살이 경제가

되도록 공동체 삶의 기반을 튼튼히 만들어나가야 될 듯싶습니다.

작성일 : 2009-02-14 1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