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권 때 한창 논란이 됐던 주제여서 저도 잠시 관심을 가지고 지켜 본 적이 있는데요, 그 때 교육부는 ‘무능교사’ 퇴출 같은 고용문제와는 관련짓지 않고 교사들 수업능력 향상을 위한 수단으로만 활용하겠다는 식으로 해서 시범학교 몇 군데 시행한 후 그대로 진행하겠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 이후에 조용해졌는데 아무래도 현 정권 사고방식을 보면 그 이상도 가능하겠죠.

  말씀하신대로 교사들이 동네북이 됐습니다. 한창 경제가 잘 될 때는 쳐다보지도 않던 직업을 이제는 부러움 반, 배아픔 반으로 바라보고 있지요. 내가 힘들면 남도 힘들어야한다는 일종의 평등주의 심리인데, 왜 이런 사회주의 심리는 고소득계층이나 권력있는 사람들에게는 잘 작동이 안 되나 모르겠네요. 너무 센 놈들이라 그런 것인지...

  학부모들은 교사를 임금님이나 어버이, 또는 추기경과 같은 성직으로 여기지도 않고 전교조가 주장하는 ‘노동자’로 보지도 않으며, 단지 제 자식들 명문대만 들어갈 수 있도록 잘 가르쳐 점수 쑥쑥 올리는 인기 ‘학교강사’가 되 주길 바라고 있을 겁니다. 아니면 최소한 학원강사들 보다는 나아야 한다는 것이죠. 교원평가논란은 50m 건너 서 너 개씩 있을 정도로 학원이 넘쳐 나는 지금과 같은 사교육 ‘개락인’ 상황이 아니면 이 정도까지 논란이 될까 싶네요.

  논점을 짚어 가면서 논란을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1. 대한민국 교사들 진짜 평가가 필요할 만큼 무능하고 형편없을까요?

  일반적으로 사람들 보면 가르치는 일을 그렇게 전문적인 직업으로 여기지 않는 것 같습니다. 요즘같이 학부모들 교육수준이 옛날 부모들처럼 못 배운 사람이 없어 교사들 어려워하지 않는 상황이니 교직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이런 인식은 본인들 학창시절 경험도 일부분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문제집 베껴서 시험문제 그대로 내고, 밤늦게 술 먹고는 다음 날 자습이나 시키고, 몇 해가 지나도 필기내용이나 수업방식 그대로 이고. 게다가 인권의식인 거의 바닥이어서 나라 안의 전두환이가 있었다면 교실 안에도 ‘전두환’이가 있어 제 자식은 중히 여기면서 공부 좀 못하면 사람취급도 안하고. 사실 이런 교사들이 없지 않았죠.

  근데, 진짜 대한민국 교사들 그렇게 문제가 있는 걸까요? 다른 거 빼고 교원평가제가 핵심으로 삼는 교사들의 수업능력, 그렇게 문제 있다고 봐야 할까요? 저는 그렇지는 않다고 봅니다. 그렇게 여길 객관적 근거가 없거나 오히려 최근의 국제학업성취 비교결과 같은 거 보면 한국은 줄 곧 상위권에 속하고 그랬죠. 물론 사교육의 영향으로 볼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교육체계를 전반적으로 떠받치고 있는 게 공교육체계니까 대한민국 교사들이 잘 가르치고 있다고 봐야 하거든요. 앞으로도 학업성취에는 거의 문제가 없을 겁니다. 이렇게 ‘무식하게’ 물량주의 일변도로 공부를 시키는 나라가 거의 없거든요. 이렇게 때려 부으면 더 높이 올라갈 수는 없지만 어느 수준은 유지가 되거든요. 교사들도 한국의 입시제도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고상한 교육철학을 갖고 있는 전교조 교사라고 해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평균적으로 볼 경우 학부모들이 자기 직장에서 그러 듯 교사들도 국민들 돈 날로 먹을 정도로 기본적인 직업윤리가 없지는 않거든요.

  문제는 그동안 교사들이 변화된 시대상황을 인식하지 못하고 과거에 누리던 권위적 지위를 그대로 누리려다 보니 과잉체벌로 인한 학생폭력문제, 강제두발, 성추행, 촌지수수, 인격모독에 의한 학생자살 등의 문제들이 거의 이틀 걸러 한 번 정도로 언론에 의해 선정적으로 보도되면서 대다수의 교사들이 사회적으로 찬밥이 된 거죠. 옛날엔 그림자도 못 밟는 그런 사람들이였지만 이젠 심심하면 학부모들에게 멱살 잡히고 무릎 꿇리고, 학생들이 신고해서 경찰서에 불려가고 그렇게 된 거죠.

  
  이런 상황과 더불어 과거와 같이 학교가 교육기능을 독점공급 하는 게 아니라 사교육시장의 팽창에 따라 경쟁관계에 놓이면서 학부모들도 교사의 평균적인 교육적 능력이나 자질과는 별도로 뭔가 더 많은 것을 요구하게 됐고, 일부 무능력 교사들의 문제가 대다수 교사들의 문제로 확대해석 된 거죠. 이렇게 '좋은' 여론이 형성되자 물 만난 고기처럼 그 동안 평가 → 경쟁 → 퇴출·고용 → 혁신 → 국가경쟁력상승 이라는 경제주의적(신자유주의 또는 주류경제적) 교육개혁을 주장하던 교육계 내의 보수세력들이 자신들의 이념을 현실화시키려고 밀어붙이게 된 것 같습니다.

  근데, 불행히도 ‘일부’ 교사들의 이 ‘일부’가 평균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라고 해도 우리사회가 관대하게 볼 정도는 아니라고 여기는 것 같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주워들은 얘기도 그렇습니다. 교생실습 나간 어느 학생이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한 연구수업을 준비했는데 해당과목 교사가 그런 식으로 하지 말라고 하더랍니다. 그렇게 최신 프로그램을 이용해 아이들에게 수업을 하면 나중에 교생실습 끝나고 학생들이 본인과 교생선생을 비교하면서 본인을 어떻게 생각하겠냐는 거예요. 또 다른 경우는 현직 교사인데 교육대학원에 입학을 하게 됐습니다. 교수가 대학원과정을 밟는 이유를 물었더니 승진이나 이런 거 때문이 아니라 자기 아들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여선생님었는데, 아들이 자신도 나중에 엄마처럼 선생님이 되겠다고 했대요. 왜냐고 물었더니, 엄마처럼 TV볼 거 다 보고 놀 거 다 놀면서 월급 나 올 만큼 나오는 직업이 세상에 어디 있냐고 하더라군요. 이 교사는 부끄러워서 자기계발을 위해 교육대학원 입학을 결정했다고 합니다.

  안타깝게도 이런 얘기는 저만 아는 얘기가 아닌 것 같습니다. 더 안타까운 것은 교사들 본인들의 얘기입니다. 다음은 한겨레신문 2005년 9월 22일자 기사입니다.

  “동료 교사 가운데 부적격 교사를 경험해 본 적이 있는 교사가 58.6%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교육위 소속인 이주호 한나라당 의원은 22일 교육인적자원부 국정감사에서, 전국 현직 교원 5859명을 상대로 부적격 교사 경험 여부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8.6%가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교단에서 접한 부적격 교사 유형을 있는대로 꼽아달라고 했더니, 33.3%가 ‘현저한 학습지도 능력 결여’를 꼽았다. 이어 △과도한 업무 회피(32.2%) △정신적·신체적 장애(28.8%) △학업성적 조작 등 비리(19.3%) △체벌 등 학생 인권 침해(18.4%) 차례였다.

학교 유형별로는 국·공립 교원이 65.5%, 사립 교원이 49.8%로 각각 나타났다. 이 의원은 사립에서 국·공립보다 부적격 교사를 접했다는 응답이 적게 나온 이유에 대해 “사립의 경우, 교원들이 같은 학교에서 계속 함께 근무하기 때문에 온정주의가 좀 더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

 이주호가 경쟁지상주의자이긴 하지만 '교사들 스스로 10명중 6은 부적격 교사'라는 이 결과가 크게 왜곡이라도 됐을까요? 사실, 전교조 교사들 내에서도 평가를 받자는 여론이 있으니 말입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일반의 그릇된 여론과 달리 대한민국 교사들의 평균적인 자질에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사교육시장의 팽창에 따른 보수언론의 교사집단에 대한 부당한 여론몰이, 여기에 맞춰 경제주의자들의 이념공세가 결합된 것으로 봅니다. 현실에서 대한민국 교사들의 자질이 심각한 문제가 돼 교원평가제를 실시할 수밖에 없는 어떤 충분한 합리적 근거가 제시된 게 아니라 그냥 경쟁하고 구조조정 해서 뺀질거리는 교사들 긴장시켜야 교육이 발전한다는 자신들의 주관적 이념과 선동에 근거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죠.

  게다가 교사들 탱자탱자 놀만큼 근무조건이 그렇게 좋다고 볼 수도 없을 겁니다. 뉴스에서 문제된 교사들 함부로 욕하는 사람들 일주일만 교사 시키면 애들 때려 패서 다 뉴스에 나오고 그럴 겁니다. 또 경쟁유인이 너무 없어 시키지 않으면 스스로 안 하기  쉬운 교사집단의 특수한 근무환경이 문제가 있지만, 마찬가지 경제논리로 과도한 경쟁과 긴장은 유능한 인력들을 교직으로 유인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좋은 해법이라고 볼 수도 없을 겁니다. 이건 전교조가 내세우는 근거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부당한 여론몰이에 대해 그 동안 교사집단은 온당한 명분들을 제대로 갖추기나 했나 물을 수밖에 없네요. 자업자득한 측면이 적지 않다는 것이죠. 위에서 몇 가지 예를 들었지만, 교사들은 학부모나 학생들 앞에서 터럭 하나의 기득권이라도 생기면 어떻게 하면 편히 눌러 앉거나 움켜쥐려고 하진 않았는지 스스로 물어봐야 할 겁니다. 교원평가제 자체는 피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힘들게 됐지요.

작성일 : 2009-02-26 16: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