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은 ‘대선후보 노무현’의 경제 자문역이었다. 2002년 대선 후 참여정부 인수위를 거쳐 청와대에서도 활동했던 그가 3일 현재 몸담고 있는 곳은 최근 창당 깃발을 올린 진보신당이다. 정 전 비서관의 정치권 내 이동 경로는 정치 권력의 신자유주의 추동 흐름과는 반대 방향으로 치달았다. 지난해 8월 민노당에 입당한 뒤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심상정 후보의 정책 자문을 맡았고, 대선 때는 민노당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사업본부장으로 활동했다.

지난달 29일 국회회관의 심상정 의원실에서 만난 그는 신자유주의 반대에 상응하는 대안 만들기에 골몰하고 있었다. 정 전 비서관은 “국민들은 이명박 정권의 노골적인 신자유주의, 건설형 신자유주의를 견제할 세력을 필요로 한다”며 진보신당 참여 이유를 밝혔다. 일각에서 나온 4·9 총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출마하지 않는 조건으로 신당을 돕고 있다. 정치를 할 생각이 없다”고 딱 잘랐다.

-왜 진보신당을 택했는지 궁금합니다.

“이명박 정권에 대한 견제세력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기업하기 좋은 나라’도 비슷한 신자유주의입니다. 자유선진당은 한반도 대운하를 뺀 ‘이명박 당’입니다. 민노당은 믿을 만한 대안정당으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진보진영에서 책임 있고 믿을 만한 정당을 만들기 위해 나왔습니다.”

-민노당과 갈라서게 됐습니다.

“민노당이 잘됐으면 좋겠습니다. 다만 방향에서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민노당에 남아 있는 분들이 진보신당을 개량주의라고 이야기하는데, 그건 정책은 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민노당에는 자주파도 있고 자본 자체를 폐기하자는 순수 좌파도 있습니다. 그것과는 다른 진보정당, 정책 정당으로 할 것이고요. 진정한 경쟁 상대라 할 수 있는 한나라당 및 민주당과 정책으로 대결해서 이길 것입니다.”

-진보신당의 총선 전망은 어떻게 보십니까.

“지난 17대 총선에서 민노당이 받은 13% 정도는 받을 것이라고 봅니다. 지난번보다 공간이 더 넓어졌어요. 그때는 한나라당과 대립하는 열린우리당이 뚜렷하게 있었지만 지금은 국민들이 보면 한나라당 하고 민주당이 비슷한 정당이기 때문에 진보적 공간이 훨씬 넓어졌습니다. 하기에 따라서는 지난번보다 더 좋은 성적도 얻을 수 있으리라 봅니다.”

-진보신당의 경제 정책이나 대안의 주안점은 무엇입니까.

“이명박 정권 아래 주거·교육은 문제가 더 심해질 것입니다. 의료도 민간 보험 문제, 병원 당원 지정제 완화 문제가 나오기 때문에 서민의 삶은 더 악화될 것입니다. 주거·교육·의료 세 가지 분야의 특징은 공기업과 민간 기업이 동시에 경쟁할 수 있는 분야로 민간 영역이 커지면 공공 부문이 죽게 되는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공공재는 아니지만 공공성이 강한 분야입니다. 우리는 ‘자산 재분배’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민간을 완전히 없앨 수 없지만 민간이 이익을 얻는 만큼 세금을 거둬 공공을 보조하는 유형입니다. 단순한 소득이 아니고 교육의 기회나 집을 얻을 수 있는 기회, 의료를 싼값으로 서비스 받는 기회를 늘린다는 점에서 자산 재분배에 해당하는 일입니다. 이명박 정권은 네트워크 산업이라는 철도, 우편, 전기, 수도, 가스 등의 민영화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IMF와 한·미 FTA의 요구이기도 했습니다. 네트워크 산업을 민영화하면 전반적으로 가격이 상승하고 인구가 적은 오지의 가격은 급상승할 뿐 아니라 전기 같은 것은 끊길 수도 있습니다. 계층적·지역적 격차를 심각하게 만드는 것이죠.”

-한·미 FTA 저지운동에 앞장서왔습니다. 한·미 FTA는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까요.

“한·미 FTA는 적어도 올해는 미국에서 비준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서두를 이유가 없습니다. 기회 비용이 15조원이라는데 근거 없는 말입니다. 미국이 비준할 가능성이 제로(0)면 기회 비용이 제로죠. 우리가 먼저 해서 미국에 압박을 가한다는 논리도 있는데 우리가 먼저 비준하면 그 다음 미국 요구에 대해 카드가 없어집니다. 이제 FTA 전략이 경제 교류의 적합한 틀이냐도 검토해봐야 합니다. 지난 10년 동안의 유행입니다. 새로운 경제 교류 형식을 취할 때도 방해가 될 겁니다.”

-이명박 정부의 향후 5년은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한·미 FTA 협정문에는 없어도 우리가 자발적으로 개방하고 그 다음 한·미 FTA가 적용되면 훨씬 많은 개방, 규제 완화가 될 것이고 그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명박 정부가 자발적 개방을 하고 있습니다.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고 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경기 침체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미국은 장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있고, 중국은 베이징 올림픽과 상하이 박람회가 있기 때문에 2, 3년은 고도 성장을 하겠지만 이후 조정 국면이나 위기에 빠져들 것입니다. 그런데 한국이 수도권 규제 완화나 한반도 운하 건설 등 버블 경제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경제 성장을 위해 한반도 운하를 추진할 것이고,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면 광범위한 투기가 일어날 것입니다. 미국, 중국이 나빠지면 급속하게 위축되어서 3년차에 경제 위기가 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인수위 활동과 내각 인선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대단히 위험한 정권이에요. 인수위가 설익은 정책을 막 내놓았습니다. 기업이 신상품 발표하듯이 하거든요. 정책은 신상품 발표처럼 안 팔리면 거둬들일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각료 구성을 보면 이 분들 상식은 일반 국민들 하고 다르다고 봐요. 자기들의 말은 잘못된 게 아닌데 국민들이 못 받아들이는 겁니다. 부부 교수 하면 30억원 정도는 그 분들 세계에서는 보통일 것이라고 봅니다. (교체돼) 나가면서 왜 그만둬야 하는지 억울한 거예요. 쇼가 아니라고 봐요. 도덕적으로 비난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개인적 이익을 추구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데 정부처럼 공익을 추구하는 곳에 들어와 괴리가 일어나고 그런 정책을 쓰게 되는 게 문제죠.”

-참여정부 5년을 평가하신다면요.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될 때 국민들이 원했던 바를 사회경제정책, 특히 경제정책을 축으로 국정운영을 했으면 실패 안 하고 존경받았을 겁니다. 후반으로 가면서 재벌, 관료 뜻에 따라갔습니다. 그걸 현실주의라고 생각한 모양인데 그게 아쉽죠. 상당 부분은 이명박 정부와 대비해서 평가를 받긴 받을 거예요. 참여정부는 머뭇거리는 신자유주의였어요. 복지 쪽 신경을 쓰면서 규제를 완화했지만 머뭇거리면서 몇 가지 원칙하에서 진행했는데 이명박 정부 들어 그것마저 깨지고 있거든요.”

-진보신당은 어떤 정당이 되어야 합니까.

“중앙 정책 강화가 중요하고 한·미 FTA나 대운하에 대해 후퇴하지 않으면서 대안을 제시하는 정당이 되어야 합니다. 특히 풀뿌리, 군 단위에서 뿌리내리고 군 단위 문제를 해결하는 정당이 되어야 합니다. 지역 재투자법으로 지역 금융을 활성화시키고 지역 조직들도 활성화시켜야 합니다. 밑에서부터 삶을 개선하면서 성장률 높이는 게 굉장히 여지가 많아요. 진보신당의 과제는 밑에서부터 지역 조직을 만들고 토호가 돈을 쥐고 움직이는 것부터 민주적으로 개혁하는 일상적 실천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정태인 누구인가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은 196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한국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 한국학술진흥재단 전문위원으로 일했다. 2002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 1분과 인수위원으로 들어가 2005년 5월까지 국민 경제자문회의 사무차장을 마지막으로 나왔다. 청와대 재직 시절 삼성 문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의 대처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방침에 반발, 다른 비서관 및 관료들과 갈등을 빚었다. 청와대를 나온 이후 주로 칼럼 등을 통해 한·미 FTA와 신자유주의 문제를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 출처 : 경향신문 [경향과의 만남]  / 글 김종목·사진 박민규기자 / 2008년 3월 4일자

작성일 : 2008-03-05 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