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접근방식이 적절하지 않아 안타깝군요.

  진보신당이 소란해졌군요. 현재의 시국과 관련해서, 제2창당과 관련해서, '새로운 진보'의 진로와 관련해서 흥미로운 얘기들이 오가나 했는데, 그런 얘기가 아니군요. 옆에서 보면 유치해 보이기도 한데, 또 어떻게 보면 이런 일도 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중요하게 겪는 문제이다 보니 관심이 가고 그러네요. 드라마 대본처럼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냥 (지나간다) 해야 하는데 흥미가 있어 저도 좀 끼어들까 합니다.

  당사자 세 분의 고민이 있을 것이고 당을 생각하는 당원들의 목소리도 보이는데, 안타깝군요. 먼저 허성민 당원의 이런 식의 접근방식에 대해 참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더 나은 방식은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네요. 중요한 직책을 수행하면서 적지 않은 맘고생이 있었고 또 필요 이상의 자괴감까지 보이는데, 이런 것들을 감당하지 못하고 이제 물러나겠다는 심정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이해 못할 바는 아니겠지만 몇 분이 지적했듯이 이런 식의 접근방식은 적절하지 않아 보입니다.

  이유는, 문제를 '객관화'하기 어렵거나 '공론화'할 성질의 것인가에 대한 판단이 쉽게 서지 않기 때문입니다.

  허성민 당원이 쓴 글에는 K, Y 두 분에 대한 서운한 감정이 구체적으로 서술되어 있습니다.

  도당 상근자로 있는 K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을 겁니다.

  '진중권 강연회를 준비하면서 시민단체와 협의 중에 있었는데 도당 상근자 K는 이 강연회가 허성민 개인과 관련된 일일 뿐 진보신당과 관련없다고 시민단체 관계자에게 얘기했다. K 본인에게 확인했을 때 그렇게 말 한 적 없다고 얘기하고, 다시 시민단체 관계자는 그렇게 얘기를 했다고 하고 또 허성민 씨라는 표현을 썼다며 직책에 대해 제대로 존중받고 있느냐며 나무라는 식으로 얘기를 했다. 또, K 상근자는 강연회가 성황리에 끝난 후 "출세 하셨네요", "어휴 그래요" 등의 비아냥거리는 어투로 무례했고 이후 다른 업무에 있어서도 춘천당협에 지원할 역할을 맡고 있음에도 제대로 업무지원을 받기가 쉽지 않았고 원하지도 않게 됐다.'

  Y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을 겁니다.

  'Y가 상근자로 있는 시민단체 대표에게는 미리 협조를 부탁했고 Y에게 몇 번의 통화를 해도 안 되다 겨우 통화를 해 강연회 관련 제안서를 집행위원회에서 다뤄줄 것을 신신 부탁했다. Y는 시큰둥한 표정을 지으며 그러겠다고 했다. 그 다음 주에 통화를 해 어떻게 됐냐고 물으니 잊고서 상정을 안했다고 했다. 또, 사정이 있어 이마트 집회에 참석하지 못했고 미안한 맘에 이마트 집회를 준비한 Y에게 몇 번의 전화를 하고 문자를 해도 받지 않았다. 31일 저녁에 집회장에서 Y를 만났는데 왜 전화를 받지 않았냐고 물으려 했는데, Y는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고 몇 번을 마주쳐도 인사는 고사하고 아는 체도 안했다.'

  근데 이런 서술에 근거했을 때 K와 Y를 허성민 당원 개인과의 관계를 떠나 진보신당이라는 공당의 업무와 관련하여 객관적이고 공식적으로 잘잘못을 따질 수 있을까 하는 겁니다.

  K의 경우 '진중권 강연회'건과 관련한 시민단체 상근자와의 통화내용에서 엇갈리는 진술, 즉 '진중권강연회가 허성민 개인의 일일 뿐 진보신당과 관련없다'는 진술의 확인은 K와 시민단체 상근자 중 누구의 말이 맞는가를 떠나 K의 당 업무와 관련한 책임을 물을 근거가 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K가 허성민 당협의장과의 정치적 견해차이나 세력관계 등의 이유로 의도적으로 춘천시협의 공식적인 당업무인 진중권 강연회에 비협조적으로 임하여 당업무에 차질을 주었고 이러한 일은 여타의 많은 다른 증거 중에 하나라는 것이 명백히 확인되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명백한 해당행위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제가 볼 때 허성민 당원의 문제제기는 이렇게 보이지 않고 단지 K와의 사적인 차원의 문제로 보입니다. 설사 K의 행위가 허성민 의장에 대한 개인적인 불신이었다 해도 '그런 말 한 적이 없다'는 K의 말을 믿고 넘어가야 할 사소한 사안이 아니었을까요?

  춘천당협에 대한 업무지원에 대해서도 위의 단일 사안이자 간단한 내용만으로는 업무태만과 같은 공적인 차원에서 잘잘못을 따질 근거가 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또 불쾌했던 어투는 허성민 당원의 반말 어투가 듣는 사람들에게 본인이 의도한 것과 다른 반응을 낳았듯이 K의 '농담조'의 어투는 허성민 당원에게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이해된 것일 수 있을 겁니다. '허성민 씨'라는 표현도 설사 그렇게 표현했다 해도 이러한 표현은 직책에 대한 무시가 아니라 K가 다른 사람과의 일상에서 허성민씨를 지칭할 때는 쓸 수 있는 표현이고 시민단체 상근자와의 통화에서 그런 표현이 무심결에 나온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겁니다. 물론 이러한 어투에 대해서 잘못을 지적할 수 있겠지만 이 부분도 여기서 풀 사안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풀어야 하는 부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Y에 대해서도 전반적으로 사적인 소통의 문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Y가 상근자로 있는 시민단체의 집행위원회에서 Y가 진중권 강연회를 다루지 않은 것은 Y가 진짜 잊고서 다루지 않았을 수도 있고 일부러 다루지 않았을 수도 있을 겁니다. 일부러 다루지 않았고 일부러 집회현장에서 허성민 의장을 무시했다면 Y의 행동에는 분명 문제가 있겠지만 사전에 허성민 당원은 느끼지 못했던, 예를 들어 열의가 너무 앞서거나 자신을 예로서 존중하지 않은 허성민 당원으로부터 느끼게 된 오해나 불신 같은 것들(허성민 당원이 Y에게 느낀 것 같은)이 Y에게 쌓인 결과 일 수 있을 겁니다. Y와 허성민 의장과의 관계에는 두 사람이 몸담고 있는 시민단체와 진보신당 춘천시협이라는 공식적인 관계가 놓여 있었지만 그 전에 두 사람 개인 간에 상호소통과 존중에 이미 문제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Y의 잘못을 따지는 문제도 역시 개인적 차원에서 접근했어야 할 문제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입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 예측과 견해입니다만.

  2. 극장에서 '불이야'라고 소리 지르는 상황이 안타깝습니다.

  허성민 당원은 직책을 떠날 결심을 하면서 여러 감회가 들었을 것이고 마지막이라 싶어 미안한 맘과 더불어 그 동안 말 못했던 서운한 감정도 나타내고 싶어 넋두리 삼아 얘기를 한 것 같은데, 두 당원에 대한 얘기는 서운한 감정을 넘어 읽는 사람들 사이에 여러 가지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허성민 당원이 공식적으로 어떤 사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거나, 사적인 서운한 감정을 적당한 수위에서 표현했으면 문제는 보다 명확해졌겠지만 그러지 않아 불필요한 논란이 일고 있을 겁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허성민 당원의 글을 과도하게 해석하여 반응하는 일부 당원들로 보입니다.

  위에서 밝혔듯이 허성민 당원의 글은 사적인 차원에서 해석할 부분이 많은데도 마치 허성민 당원이 쓴 글을 통해 그 주위에서 일어난 모든 상황을, 그리고 그것이 모두 '정치적'인 상황이라며 다 알고 있다는 듯, 구체적으로 누가 잘못을 한 것인지 명확히 밝혀졌다는 듯 당기위원회니, 명예훼손죄니, 진상조사니 등등 무시무시한 용어로 된 아주 구체적인 해법들이 논의되는 이런 상황은 어두운 극장에서 담배를 피우기 위해 켠 라이타 불을 보고 주위의 몇몇 사람들이 '불이야!'라고 소리 지르는 상황과 뭐가 다를까요. 심지어 다른 극장 사람까지 와서 들여다보는 상황이 참 우습기 까지 합니다. 왜 제2창당 토론회는 이토록 뜨거운 '불'이 나지 않았나 의문이 들면서 말입니다. 외적인 환경이야 무시하더라도 적어도 진보신당 안에서 만큼은 큰 '불상사'가 나도 좋았을 텐데요. 이런 상황도 안타까움을 주는군요.

  3. 진보신당의 수준을 보여 주세요

  조용하던 진보신당에 소란이 일고 있네요. 조용한 것보다는 나은 것 같아 흥미가 있습니다만 이것이 어떻게 풀릴 지 더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이 상황을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진보신당 수준이 나올 것 같으니까요. '새로운 진보'의 수준은 어떤 수준인지 여러분들의 수준을 보여 보셔요.

  끝으로, 앞서도 얘기했지만 많은 분들이 허성민 당원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 할 겁니다. 이런 글을 쓴 자체가 쉬운 선택이 아니었고 당직을 물러나면서 자신의 책임에 대해 죄의식에 가까운 심정을 보이는데 누가 이해 못할까요. 아는 사람도 거의 없는 춘천에 홀로 와서, 춘천당협 의장직을 수행하면서 열정을 다해 진보정치를 실현하려 했고, 진중권 강연회 준비에서 보듯 열과 성의를 다해 좋은 성과를 냈는데, 자신을 제대로 이해해주지 못하는 주위의 시선과 소통문제로 당직을 떠나는 현실은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번 일과 관련해 허성민 당원도 깨달을 바가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보다 성숙한 모습을 위해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K, Y 두 분에게도 한 번 쯤 주위를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 같고요. 무엇보다 활동가들의 고뇌에 대한 모두의 이해와 관심도 필요할 겁니다. 진보를 말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꺼려하는 이 직업을요. 특히 이 세분 주위에서 이분들을 아우를 수 있는 분들의 특별한 관심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이 세 분이 지역에서 앞으로도 만나야 할 운명이라면 말이죠.

작성일 : 2009-02-03 23: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