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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연대전략, 어떻게 볼 것인가?
[기고] 소득연대-고용연대-생활연대-복지연대로 나가자
이상호(레디앙)

다시 떠오른 진보진영의 화두 ‘사회연대전략’

‘사회연대전략’이 다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4월 1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보선 유세에서 위원장 후보로 나선 임성규 비대위원장은 민주노총이 앞으로 정규직 조합원 중심의 경제적 실리주의에서 벗어나 미조직노동자, 사회적 약자, 소외된 서민들과 소통하고 함께 하는 사회연대운동에 기반한 노동운동을 할 것이라고 공언하였다.

   
  ▲ 지난 2일 민주노총 5기7대 지도부 당선발표에서 임성규 위원장(가운데)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사진=노동과 세계)

민주노총은 ‘사회연대노총’으로 거듭나기 위해 사회연대전략의 구체적 내용을 제출하고 조직체계 또한 이러한 사회연대전략을 실현할 수 있는 체계로 전환할 것이라고 4월 2일 당선 기자회견에서 발언하였다. 이를 계기로 민주노총의 내부에서는 독자적인 단위를 구성하고 이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를 하고 있으며, 5월 1일 노동절에 맞추어 소위 ‘사회연대선언’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09년 중반 ‘사회연대전략’이 다시금 민주노조운동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2007년 1월 민주노동당 대표의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사회연대전략’은 어떤 논쟁과정을 거쳤으며, 그 현재적 의미는 무엇인가? 민주노조운동의 ‘사회연대전략’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시대적 가치로서의 ‘사회연대전략’

민주노조운동에게 ‘연대’란 익숙하면서도 불편한 가치이다. 노동자의 단결과 투쟁을 위해서는 노동자의 연대가 필수적이라고 알고 있지만, 현실적 조건과 이기적 본성을 이겨내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님을 경험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특히 자신의 처지와 상황이 녹녹하지 않을 때, 타인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은 어찌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하지만 민주노조운동은 지난 20년 동안 연대의 가치를 버리지 않고 끊임없이 이를 실천하는 오랜 여정을 걸어왔다. 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수많은 연대투쟁을 벌렸고 그 성과로 1995년 노동자연대의 틀로서 민주노총을 건설하기도 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평등사회를 건설하는 사회비전을 가진 민주노조운동은 한국사회의 변혁을 위한 주체세력인 동시에, 억압받는 민중들에게 신뢰받는 연대세력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연대의 가치는 98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본격화된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로 인해 파편화되고 협소화되고 말았다. 노동자의 연대투쟁은 민주노총의 총파업으로 형해화되고, 민중연대활동은 집회지원으로 대체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민주노조운동의 ‘연대’는 ‘우리만의 리그’에서 통용될 뿐, 사회적 약자와 계급내 소수자에 대한 ‘사회연대’는 서서히 실종되고 말았다.

대기업 조직노동자에 대한 따가운 사회적 여론은 이를 반영하는 것이고, 민주노조운동이 봉착하고 있는 사회적 고립이 이러한 상태를 잘 보여주고 있다.

과연 그렇다면 지금 왜 다시 민주노조운동은 ‘사회연대’라는 시대적 가치를 화두로 삼아야 하는가? 그 이유는 경제위기국면에서 더욱 악화되고 있는 한국사회의 양극화와 차별화를 저지하고 민주노조운동의 사회적 고립을 극복하기 위한 민주노조운동의 전략적 대응방침으로 ‘사회연대’가 절실하게 요구되기 때문이다.

모름지기 ‘사회연대’는 지배계급의 이념이 될 수 없다. 바로 우리, 사회적 약자들이 지향해야 할 가치이며, 운동방식이다. 즉 경제위기로 인한 양극화와 차별화의 심화가 자본과 정권에 일차적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내부격차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조직노동자들의 실천적 역할과 활동이 중요하다.

모든 것을 저들의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사회경제적 현실이 너무나 참혹하다. 시장만능주의가 초래한 경제위기와 구조조정으로 인해 계급 간 격차뿐만 아니라, 계급 내 분화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계급 내 응집력을 복원하고 계급 간 전선을 제대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약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조직노동자의 연대와 실천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위기의 현실 속에서 미조직 노동자, 더 나아가 영세업자 및 서민 등 사회적 약자들은 민주노조운동에게 묻고 있다. 사회양극화의 극복과 새로운 사회건설을 위해 민주노조운동은 우리와 함께 무엇을 구체적으로 실천하고 있는가라고.

정부와 자본에 대한 투쟁만으로 민주노조운동의 역할을 면피할 수는 없다. 이제 기존의 인식과 관행을 넘어서야 한다. 계급 내 조직노동자의 인내와 결단을 통해 ‘사회연대전략’이 구체적으로 실천될 때, 비로소 민주노조운동은 사회적 고립을 극복하고 계급대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사회적 인정을 받게 될 것이다.

기존 ‘사회연대전략’을 둘러싼 쟁점이 주는 현재적 의미

이러한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조운동의 ‘사회연대전략’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는 지난 2007년 1월 민주노동당 대표의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불붙은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사업’ 논란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기존 국민연금 가입자(정규직)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미가입자(비정규직)의 보험료 지원에 일부 기여하는 방안을 담고 있는 이 사업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내부 분화를 극복하기 위한 계기를 마련한다는 실천적 의미에도 불구하고 소위 ‘사회연대전략’을 둘러싼 진보진영 내부의 뜨거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 글에서는 세부내용을 자세히 살펴볼 수 없기에, 핵심적인 쟁점을 중심으로 현재적 의미를 유추하고자 한다.

먼저 ‘사회연대전략’이 당시의 투쟁현안을 회피하는 수단이라는 비판이 존재하였다. 이러한 주장은 국보법, 파병반대, 비정규직법 저지라는 당시의 정세적 긴박성과 당 지도부노선에 대한 비판을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진보정당의 활동을 투쟁수준으로 평가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연대투쟁과 연대정책의 차이와 상호연관성을 파악하지 못하였다.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사업’으로 구체화된 ‘사회연대전략’의 실천적 함의는 단순히 당면투쟁의 기여도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민주노총의 ‘사회연대전략’은 평등사회의 건설을 위한 계급 내 연대를 강화하는 민주노조운동의 비전으로서 제시되어야 한다. 기존의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사업’이라는 일면적 사업으로 기획되기보다는 임금격차해소와 사회적 임금확보를 위한 ‘소득연대’, 노동시간단축과 고용안정망의 구축에 기반한 ‘고용연대’, 지역사회공헌과 지역공동체형성을 위한 ‘생활연대’, 보편적 복지체계와 사회안정망의 강화를 위한 ‘복지연대’라는 종합적인 ‘사회연대전략’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 지난 27일 열린 제10차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 회의에서 임성규 위원장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노동과세계)

둘째, 정규직 노동자의 보험료 지원이 비정규직문제에 대한 정규직의 책임론을 강화할 것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이는 조직노동자에 대한 정부와 자본의 이데올로기적 공세가 심각한 상황에서 사회연대전략이 정규직 노동자의 책임론으로 와전될 가능성이 존재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사회연대전략’이 지닌 정규직 책임론에 대한 공세적 대응의 의미를 무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수많은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조직노동자의 연대적 실천이라는 의의를 도외시하고 있다.

특히 미래급여의 일정 수준 인하를 통해 미가입자의 실질적인 혜택을 주자는 주장에 대해 ‘임금삭감론’으로 치부하는 과정에서 조직노동자의 기득권 유지 입장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와 같이 소위 정규직의 ‘책임론’과 ‘양보론’은 앞으로 민주노총이 다양한 형태의 ‘사회연대전략’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부딪히게 될 비판일 것이다.

하지만 민주노총의 ‘사회연대전략’이 미조직, 비정규직에 대한 ‘연대’가 될지, 아니면 정규직의 ‘양보’가 될지 선험적으로 예단할 수는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사회연대전략’의 실천을 통해 사회적 약자들과의 연대활동과 투쟁을 얼마나 굳건하게 만들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민주노총의 ‘사회연대전략’은 정규직의 ‘책임론’에 위축되어 수세적이고 방어적인 대응에 머물렀던 민주노조운동의 관행과 관성을 깨뜨릴 수 있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셋째, ‘사회연대전략’으로 인해 노동자계급의 분열이 초래되고 민주노총의 투쟁이 약화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이에 대한 근거로 ‘사회연대전략’의 당내 이견과 갈등, 더 나아가 민주노총 지도부의 반대 등을 들고 있었다.

지만 이러한 주장은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사업’이 추구한 궁극적인 목표가 단순히 연금사각지대에 있는 미조직, 비정규노동자들에게 경제적 이익을 베푸는 것에 있기 보다는 양극화와 차별화에 찌들어가는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조직노동자들의 연대적 실천을 통해 계급내부의 응집력을 강화시키는데 있다는 사실을 보지 못하였다.

이들은 계급구성의 분화와 차별이라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계급내부 구성원들의 공통된 경험과 의식을 통한 신뢰형성이 전제되어야 하고, 이를 통해 응집된 사회정치적 정체성이 계급의식으로 발현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였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민주노총의 ‘사회연대전략’은 정규직 조직노동자들이 미조직 비정규노동자는 물론, 한국사회의 사회적 약자로 대변되는 민중과 서민들의 생활현장과 삶의 고민을 경험하고 그 문제점을 공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소통의 한계’와 ‘실천의 부재’를 넘어 새로운 운동전략으로

이와 같이 2007년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사업’을 계기로 촉발된 ‘사회연대전략’에 대한 논란은 ‘투쟁회피론’이라는 전술적 비판에서 ‘정규직 책임론’, ‘계급분열론’과 같은 전략적 논의로 비화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논리적 쟁점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을 포함한 진보진영의 ‘소통의 한계’와 ‘실천의 부재’라고 평가할 수 있다.

각 정파세력은 정책핵심라인의 전략적 고민 속에서 마련된 사회연대적 실천사업을 특정 세력의 기획물로 오도함으로써, ‘사회연대전략’의 기본취지와 운동적 의미를 무시하고 정파논란으로 귀결시키고 선거정치에서 악용하였다.

한편 이러한 문제점과 함께, 당과 노조지도부, 더 나아가 내부정파와 단위조직의 ‘실천적 의지’의 부족은 ‘사회연대전략’의 실험조차 불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이러한 경험은 심각한 정파갈등과 취약한 토론문화에 노출되어 있는 민주노총이 ‘사회연대전략’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봉착할 수밖에 없는 문제를 예고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민주노조운동 지도부와 정파조직으로 대표되는 의사소통의 ‘횡적 구조’를 복원하는 동시에, ‘사회연대전략’에 대한 평조합원과 간부간 의사소통을 활성화해야 한다. 또한 이론적이고 추상적인 거대담론적 논란에 치중하기보다는 민주노총의 ‘사회연대전략’을 사회적 약자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고 조직노동자들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바로 이러한 과정을 거쳐야만 민주노총의 ‘사회연대전략’은 진보진영의 혁신의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민주노조운동의 새로운 사회비전으로 위상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2009년 04월 29일 (수) 12:20:55 이상호 / 금속노조 정책연구원 연구위원 webmaster@redian.org

     

작성일 : 2009-04-29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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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4-30 03:25  

좋은 글 추천합니다

한겨레신문
09-05-04 16:14  
 
‘정규직이 고통분담’ 연대인가 자해인가
‘사회연대전략’의 실현 가능성
한겨레 황보연 기자
‘쇠고기 협상’에 분노해 촛불을 든 시민들이 왜 ‘차별받는 비정규직’에 대해선 침묵하는 걸까.

한국의 비정규직 규모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뜻밖에도 시민사회는 ‘비정규직 차별’에 관대해 보인다. 심지어 노동조합 마저 ‘정규직 중심’이라는 비판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비정규직 차별 철폐’ 구호는 주로 파업과 농성을 벌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주변에서 맴돌고 있다.

<한겨레>는 지난달 20일 한겨레신문사 8층 대회의실에서 연 ‘진보ㆍ개혁에 따져 묻다 - 비정규직 해법’ 두 번째 토론회에서 ‘연대’라는 화두를 던졌다. 복잡하게 꼬여있는 비정규직 해법의 실마리를 ‘연대’에서 찾아보기로 한 것이다. 해법의 시선을 (정부와 경영계에 대한) ‘요구’에서 (노동자와 시민사회의) ‘참여’로 돌려 본 의미도 있다.

이번 토론에서 정규직 노동자들은 왜 비정규직과 선뜻 연대하지 못하는지, 이를 가로막는 복잡한 현실 속의 문제는 무엇인지를 두고 참석자들은 열띤 토론을 벌였다. ‘사회적 연대’를 실현해야 한다는 큰 원칙에는 이견이 없었지만,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선 뜨거운 논쟁이 오갔다.

“신규 채용은 줄고 노동조합은 늙어갑니다. 정규직 노조는 따가운 눈총 속에 고립되고, 비정규직은 노조 울타리 밖에서 절규합니다. 이대로는 안 됩니다.”

민주노총이 지난 2005년 ‘비정규 기금 50억 원 모금’에 나서면서 만든 포스터의 문구다. 조합원 한 사람이 1만원씩 내서 비정규직 조직화에 쓸 50억 원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절박감이 엿보엿다.


하지만, 모금은 더디게 진행됐고, 이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차가웠다. 비단 저조한 모금 운동의 성적표 때문만은 아니었다. 외환위기를 전후로 심각한 고용불안을 겪었던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와 기꺼이 연대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런 탓에 정규직 노조들이 비정규직에 빗장을 걸어잠그는 사례도 속출했다.

비정규직 해법을 찾는 시선을 ‘연대’에 두기로 한 것은, ‘비판’은 많았지만 ‘토론’은 부족했기 때문이다. 논쟁의 실마리는 진보신당이 지난 4월 핵심 총선공약으로 내건 ‘사회연대전략’(그래픽 참조)으로 풀어 나갔다.

윤진호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누구나 느끼고 있다. 그러나 심각한 문제를 해결할 의지나 국민적 합의가 어느 정도 있는지 모르겠다. 자본과 정부가 먼저 의지를 보여야 하지만, 경우에 따라선 국민들의 양보도 어느 정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노중기 사회연대전략은 정규직이 비정규직과 연대하기 위해 어느 정도는 양보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정규직들의 참여로 임금소득과 복지소득, 일자리 등을 비정규직과 나누자는 것이다. 그동안 실천되지 않았던 방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수호 (사회연대전략은) 지난 2006년에 민주노동당이 제기했던 저소득 계층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 사업과 맥락이 닿아 있다. 당시 왜 좌초됐는가를 잘 봐야 한다. 민주노총이 소극적 태도를 보여서 발목 잡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런 현상만 봐선 안 된다. 이런 사업이 현실화하려면, 정부와 기업의 호응이 필수적이다. 이명박 정부 아래서 가능하다고 보나. 예컨대 일자리 나누기를 위해 실노동시간을 단축하자고 할 때, 최소한 지금 받고 있는 임금 수준은 보장이 돼야 한다.

박태주 임금의 일부를 양보하더라도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해야 한다. 임금 손실이 전혀 없는 속에선 실현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하부영 정부와 기업이 추구하는 ‘고통분담론’ 혹은 ‘정규직 양보론’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 정부와 악덕 기업주에 칼을 들이밀라고 진보정당을 만들었는데, 그 칼을 왜 노동자에게 내미는가.

정부와 기업에 책임이 있다면서 외환위기 이후 지난 10년 동안 싸워왔지만, 결과가 어땠나.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격차는 더 심해졌고, 정규직 노동자들을 향한 비정규직의 불만도 커졌다. 좀 더 정치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정규직 노동자가 10원을 더 내면, 기업은 100원을 더 내도록 하는 정책의 틀을 잡아나가야 한다. 우리가 왜 돈을 내야 하는지로 접근해선 안 된다.

현정희 (양극화를 만든) 주범을 찾다보니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과 노동조합이 걸린 셈이다. 이전 정부에서부터 이런 인식이 있었는데, 위험한 발상이다.

한 비정규직 노동자가 이런 말을 하더라. 민주노총이 비정규직이라는 거대한 암반수가 뚫고 나오는 걸 가로막는 ‘암반’이라는 거다. 노조가 책임이 없다는 것은 아무 것도 하지 못한 데 대한 자기 변명이다.

노동운동의 중심에 서 있는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이 꺼려하는 문제를 어떻게 할 거냐가 핵심이다. 정부나 사용자가 먼저 움직일 가능성이 없어 보이니, 그나마 정규직이라도 나서서 양보하면 충격을 주지 않겠냐는 논리인 것 같다. 다만 도덕적으로만 접근해선 안된다. 정규직들에게도 인센티브를 주는 방향으로 논의를 풀어가야 한다.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의 틀을 벗어나게 되면, 그들도 삶의 질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지금 밑거름을 쌓자는 식으로 접근하자는 거다.

정규직 양보론은 연대에 도움이 안 된다. 갈등만 더 조장한다. 가장 절실한 것은 비정규직을 노조로 끌어들이는 거다. 현재 비정규직 노조 조직률이 3% 수준이다. 정규직 노동자들이 산별노조 등을 통해 비정규직 조직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연대의 방식을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 비정규직 조직화가 중요하다고 하면서, 언제까지 얼마씩 돈 내라고 하는 게 장기적으로 바람직한 방식인가. 수공업적이고 뒤떨어진 방식이다.

김경욱 사회연대전략을 정규직 양보론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무책임해 보인다. 이랜드 투쟁 1년이 다 됐는데, 민주노총이 결의한 생계비를 현대자동차노조는 한 푼도 내지 않았다. 민주노총이 이랜드를 위해 엄청난 지원을 했지만, 그럼에도 비판이 이어지는 것은 비정규직들의 고통에 비해서 민주노총의 지원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현대차노조가 2006년에 비정규직 문제로 파업을 10차례나 했다. 조합원 1인당 100만원 임금 손실이 있었다. 이랜드 생계비 문제를 논의할 때 이런 점들도 고려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현대차노조가 정치적 볼모로 잡혀 있었던 측면이 있다. 정부는 현대차노조를 공격하지만, 결과는 현대차 정규직 조합원들이 아닌 주변의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이 더 나빠지는 걸로 나타난다. 대기업 노동자들의 안정성이 일부 양보되더라도, 전체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럼, 현대차노조가 더 유연해져야 한다는 건가? 이미 물량에 따라 다른 지역의 공장으로 옮기는 것도 감수하고 있다. 비정규직 해법을 어떻게 찾을 건지를 제대로 짚어야 한다. 알량한 정규직 노동자들의 주머니를 털어서 해결할 생각을 하지 말고, 기업이 더 양보하도록 압박해야 한다. 기껏해야 180만명인 대공장 노동자들이 어떻게 1300만명 노동자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나. 한 국책연구기관에서 비정규직 차별을 해소하고 정규직화하는 비용을 20조원으로 추산한 적이 있다. 비정규직 문제의 본질이 기업의 초과착취에 있는 만큼, 기업이 이런 비용을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

자동차 산업이 많이 유연화됐고 노조가 많이 양보를 해왔다는 데는 동의한다. 다만, 이처럼 유연화가 빠르게 정착되고 있는데도 노조의 요구가 상당부분 경제적 이득을 챙기는 데 모아져 있었다는 거다. 이런 부분에 대해선 철저한 자기 반성이 필요한 것 아닌가.

우리는 도덕군자가 아니다. 정규직도 생산하는 차종이 바뀌는 5년마다 고용불안에 상시적으로 노출이 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비정규직을 챙길 여유가 있겠나. 게다가 기업은 정규직 보호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면서, 비정규직 채용을 묵인하도록 하는 이기적 선택을 강요한다.

논의가 좀 더 진전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노동자만 부담해선 안 될 텐데, 경영계와 어떻게 분담할 건지, (일정정도 임금손실이 있더라도) 노동시간 단축을 한 뒤 임금보전은 어느 정도나 할 건지 등 세부 방안이 필요하다.

완결적 정책은 아니다. 오히려 문제제기성이 크다.

연대라는 큰 원칙에 동의하면서도 구체적인 각론에는 차이가 있다. 아쉬운 점은 노동운동이 방어적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연대를 위한) 다양한 실험을 자꾸 해봐야 한다. 원칙을 정해 놓고 그 틀에 안 맞으면 안 된다는 식으로 바라봐선 안 될 것 같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 고용형태별 월평균 임금 및 격차

“사회적 기준 바탕 직무급 도입을” “성과급 변질 우려”

고용 높이게 연공 임금 바꿔야하나

기업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덜 고용하는 대신 정규직 노동자를 더 많이 고용하도록 하는 유인책은 없을까?

일각에선 정규직 노동자들의 보편적 임금체계인 연공급 임금체계의 개선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연공급 임금체계는 근속연수가 올라갈수록 임금이 높아지도록 설계돼 있다. 노동자가 결혼 및 출산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늘어나는 생계비를 기업이 뒷받침해주는 생애임금의 성격을 지녀 왔다. 하지만 기업이 장기 근속자의 임금 부담을 피하려 비정규직 고용을 선호하게 되면서, 비정규직을 늘리는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받아 왔다.

그동안 노동운동 안팎에서도 이런 연공급 임금체계의 개선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대안적 임금체계에 대한 논의 속도는 더딘 편이었다. 게다가 일부 기업들이 비정규법 시행에 따른 차별시정 제재를 피하려 직군과 직무를 분리한 직무급 임금체계를 도입하면서 좀 더 복잡해 졌다.

이번 토론에서도 일부 전문가 패널들은 “기업이 비정규직 고용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유인책으로 경직된 임금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지만, 현장 패널들은 좀 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윤진호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같은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같은 임금을 줘야 한다는 것이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현재의 연공급 임금체계로는 곤란하다. 비정규직들은 대체로 회사를 다닌 기간이 짧아서 격차가 더 벌어지기 때문이다.

박태주 연공급 임금체계가 기업이 비정규직을 선호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하루아침에 뜯어 고치긴 어렵겠지만, 일의 내용과 특성에 따라 가치를 매기는 직무급 등을 단계적으로 도입해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하부영 연공급 임금체계를 바꾸려면 사회안전망이 뒷받침돼야 한다. 자칫하면 당장 생계비가 깎일 수도 있는 문제 아닌가. 생활임금을 보장하기 위한 여러 조건들이 전제되지 않으면 현행 임금체계를 바꾸기 힘들다.

경직된 임금체계는 어느 정도 양보하자는 거다. 그래야 기업이 정규직화 할 수 있는 여지를 좀 더 제공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규제 완화를 서두르고 있는데, 진보 진영은 규제 강화만 외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 현실적으로 규제를 이끌어낼 수 있는 수단을 만들어내야 한다. 5년 근무한 사람과 2년 근무한 사람이 왜 서로 다른 임금을 받아야 하는지 현재로선 기준이 없는 것 아닌가.

이수호 더 시급한 것은 같은 일을 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차별을 어떻게 시정할 것인가에 있다. 할인매장에 죽 늘어서 있는 계산원들도 고용형태에 따라 임금이 다른 것 아닌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

노중기 장기적으로 기업 내부의 특수한 임금 결정 요소들을 뛰어넘는 사회적 임금체계를 추진해나갈 필요가 있다. 다만, 기업들이 이전처럼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막 쓸 수 없다보니 왜곡된 개념의 직무급제를 도입하고 있다. 새로운 직군을 만들고 이를 통해 차별을 정당화할 수 있는 임금체계를 만들고 있다. 이런 시도와는 선을 그어야 한다.

김경욱 우려가 있다. 연공급을 기반으로 한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은 일종의 기준치가 돼 왔다. 연봉 2천만원만 받고 일해 온 비정규직들이 같은 일을 하면서 연봉 5천만원을 받아 온 정규직들만큼 대우가 올라가야 하는데, 정규직의 임금체계가 흔들려버리면 불가능한 것 아닌가.

연공급이 유지된다고 해도 기업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정규직과 같은 임금을 주진 않을 거다. 또 비정규직 입장에서 볼 때도, 연공급이 아닌 직무급이 더 나을 수 있다. 다만, 임금을 받는 사회적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다보니 기업마다 자의적으로 직무급의 개념을 설정해버리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거다. 그렇다고 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연공급을 그대로 놔둘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산업별 교섭을 통해 그 기준을 만들어가야 한다.

조합원들에게 동일노동 동일임금 찬성하냐고 물어보면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3개월 일한 노동자하고 30년 일한 노동자의 임금이 같아도 되냐고 하면 반대한다고 하더라. 연공급이 파괴되면 숙련 노동자에 대한 보상은 어떻게 할 건가. 그래서 우리 세대가 다 죽고 나서, 새로 시작하자는 이야기도 나온다.

오해가 있다. 똑같은 기술을 갖고 있다면 전국 어떤 기업을 가도 똑같이 받을 거라는 생각을 해선 안 된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이런 방식으로 임금을 주는 데는 없다. 임금은 어차피 다양한 요소들이 결합돼서 결정된다. 새로운 임금체계를 도입한다고 했을 때 기존 임금 격차가 얼마나 줄어들지 계산해봐야 한다. 의외로 큰 차이가 안날 수도 있다. 직무급을 도입하더라도 경험과 숙련 요소는 반영이 된다. 이런 논의 자체가 상당히 왜곡된 측면이 있는데, 보다 실증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현정희 노동자가 자식을 낳아 기르고, 자신의 노후까지 해결할 수 있는 생활임금이 보장돼야 한다. 그런데 기업이 주도하는 직무급은 노동자 개인의 삶은 개인이 책임지라는 식이다. 사실상 능력이나 성과급 위주로 바뀔 우려가 크다.

직무급이 대안이 되려면 공정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한국의 기업문화에서 가능한지 모르겠다.

비정규직법에 명시된 차별 시정의 기능조차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현장에선 이런 문제가 더 다급해 보인다. 하지만 지향점은 분명히 있어야 한다. 직무급으로 이야기하니까 자꾸 혼선을 빚는 것 같다. 이미 경영계가 개념을 선점해서 그렇다. 새롭게 사회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개념을 만들자.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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