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모토 겐이치 일본 오사카시립대 명예교수(오른쪽)가 박진도 지역재단 상임이사(충남대 교수)와 함께 지속가능한 지역사회 발전방안, 공공서비스 확대를 통한 경제위기 극복방안 등에 대해 대화하고 있다. |김정근기자


박진도 교수(이하 박진도) = 선생께서는 세계 경제 위기와 관련해 ‘신자유주의와 지역사회의 위기’를 제기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위기인가.

미야모토 겐이치 교수(이하 미야모토) = 신자유주의는 기업의 자유를 최대한으로 인정해 공공부문의 경제개입을 최소한으로 하는 사상이다. 신자유주의의 실패는 단기적으로는 이번 미국 금융위기로 드러났는데, 장기적으로는 지구 환경의 위기를 낳았다. 이 정책은 국제적으로는 다국적기업의 투자와 무역 자유화, 국내적으로는 경제효율을 우선하는 정책이다. 생산성이 낮은 농업과 지방특색산업을 잘라 버려 복지·의료·교육의 위기가 일어나고 있다. 최근의 경제 불황은 이에 더해 빈부격차, 실업, 중소기업 도산, 의료 사각지대 확대, 학업의 중도포기 등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대도시와 지방도시·농촌 사이의 격차도 심각해지고 있다. 경제의 세계화는 지구환경의 위기도 불러오고 있다. 이대로 가면 21세기말 세계 평균기온은 1.8~4도 상승하고, 해수면은 18~59㎝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구증대와 성급한 수탈방식인 미국형 대량소비 경제의 세계화 때문에 석유 등 재생 불능 자원뿐 아니라 식물, 삼림, 물, 토양 등 재생 가능한 자원도 급격히 고갈되고 있다.

박진도 = 선생께서는 일본 정부의 지역개발에 대해 발전효과가 적고 환경파괴적이었다고 주장해왔다. 한국 정부가 추진하려 하는 지역개발사업도 같은 비판을 받고 있다.

미야모토 = 1929년 대공황처럼 전쟁으로 경기를 회복할 수 없다면 각국은 신자유주의를 중단하고 정부 개입에 의해 공공사업과 공공서비스를 확대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어떤 공공사업을 할 것인가다. 97년 3월1일 뉴욕타임스는 일본을 ‘토건국가’라고 불렀다. 일본의 공공투자 규모는 70년대에 이미 미국을 제쳤고, 90년대엔 미국의 2배, 유럽 주요국 전체보다 컸다. 그렇지만 국민 생활은 이들 선진국에 비해 풍요롭다고 할 수 없다. 토지취득비가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일본의 공공투자는 도로 등에 우선 투자해 건설업이 비정상적으로 발전한 반면 주택, 하수도, 공원, 복지, 교육 등 생활기반 투자는 부족했다. 공공사업이 환경파괴나 공해를 유발했으며 과도한 수요예측으로 막대한 재정손실을 가져왔다. 또한 공공사업이 집권당 권력기반 유지에 사용돼 부정과 부패의 근원이 되었다.

박진도 =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4대강 정비사업은 환경파괴가 심각하게 우려되고 투자대비 고용효과도 크지 않아 많은 국민들로부터 비판받고 있다. 선생은 한국 정부의 이러한 중앙집권적·환경파괴적 토목사업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미야모토 = 한국 정부의 사업에 대해 구체적인 조사를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직접적인 논평은 할 수 없다. 하지만 일본뿐 아니라 미국의 테네시계곡개발(TVA), 소련의 대자연 개조, 이집트의 아스완 하이댐 등 대규모 자연 개조는 장기적으로는 자연이 파괴되므로 경제적으로 실패한다. 사회·경제·환경영향 평가를 실시해 ‘예방의 원칙’으로 공공사업 정책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공공 토목사업과 사회보장, 의료·보건의 경제 효과를 비교해 보면 거의 차이가 없고 고용면에서는 후자의 효과가 더 크다. 따라서 앞으로의 공공사업은 도로·공항·항만·댐과 같은 대형 프로젝트가 아닌 주민생활의 안전·방재, 의료·보건, 복지, 교육, 환경보전과 같은 분야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박진도 =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수도권 규제 완화, 5대 광역권 개발 정책 등은 일본의 지역개발정책과 유사하다. 현재 일본도 고이즈미 개혁 이후 수도권 입지 제한 완화, 대도시 재생, 시정촌 합병, 교부금 삭감 등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 않은가.

미야모토 = 이런 정책이 지방자치와 민주주의를 침해해 지역경제를 파괴하고 있다. 대기업이나 공공사업 유치에 지역의 운명을 맡기는 개발은 ‘외래형’이다. 이런 외래형 개발은 여러 문제를 낳았다. 유치 지역에 공해와 자원 낭비 등 사회적 손실을 발생시킨 반면 부가가치와 고용, 조세 등의 측면에서 해당 지역에 대한 경제적 기여도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소득이나 조세가 도쿄로 환원되면서 중앙과 지역의 격차는 해소되지 않았다. 또한 산업구조가 바뀌는 등 경제환경이 바뀌면서 유치 기업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거나 폐쇄해 지역경제가 파탄났다. 마지막으로 해당 지역의 독자적인 경제·문화가 없어져 중앙정부나 대기업에 대한 의존이 심해지고 지방자치가 쇠퇴했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서도 일본과 같은 외래형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데 일본과 달리 외국 자본의 유치를 통해 진행되므로 경제적 성과는 현지에 충분히 남지 않고 본국 자본의 이익을 올리게 되어 있다.

박진도 = 선생께서는 일본의 중앙집권적·외래형 지역개발정책을 비판하면서 분권적 주민자치와 ‘내발적 발전론’을 주창했다. 내발적 발전론의 핵심 내용은 무엇인가.

미야모토 = 앞서 말한 것처럼 외래형 개발은 많은 문제점을 낳았다. 일본에서는 이러한 외래형 개발 대신 지역의 자원과 인재를 살려 자주적으로 발전을 지향하는 지역이 농촌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역사도시로만 평가되던 교토지역이나 가나자와 지역 등이 도시의 지속적인 발전을 시도하고 있다. 외래형 개발은 소득·고용·인구 등의 증대를 목적으로 하지만, 내발적 발전의 목적은 안전과 건강, 자연보전, 문화재 보전, 복지·교육·문화의 향상, 무엇보다도 주민인권의 확립을 목적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지역내 자원과 기술, 전통을 최대한 살려 복잡한 산업 연관을 만들고 그로부터 이윤, 조세, 저축 등 사회적 잉여를 확보해 지역에 재투자하도록 해야 한다. 주체의 측면에서는 지역의 기업, 지자체, 개인, 협동조합, NGO·NPO 등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 배외주의는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주체는 지역 내에 있고 필요할 경우 외부로부터 지원을 받는 방식이어야 한다.

박진도 = 치열한 국제경쟁과 세계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시대에 과연 내생적 발전이 가능할 것인가라는 비판도 있다.

미야모토 = 현재의 신고전파 경제학자나 신자유주의 구조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정치가들은 내발적 발전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의 글로벌화로 수출 진흥을 도모해온 자동차·전기 등 주력 산업은 한계에 부딪히고 사회적 규제완화로 노동권을 무시하거나 사회 서비스를 민영화해 온 정책은 실패가 명확하다. 내수 확대, 공공 개입에 의한 경제 정책을 취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환경 위기로 인해 지금까지와 같은 무한의 경제성장론은 비현실적이다. 유지 가능한 발전으로 바꾸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박진도 = 선생께서는 세계 경제위기와 관련해 ‘신자유주의 세계화 노선 수정’과 ‘밑으로부터의 사회개혁’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것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미야모토 = 현재의 세계화는 국제적·국내적 빈부격차와 환경 문제, 노동 조건 악화 등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미국식이 글로벌 스탠더드가 되고 미국적 대량소비 양식과 문화가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어떻게 인류가 평화 공존하면서 환경을 보전하고 절대적 빈곤으로부터 벗어나 각각의 다양한 생활 습관이나 문화를 유지해 갈 것인가가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과제이다. 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신자유주의에 의한 시장원리주의를 수정해야 한다. 다국적기업의 투자나 무역을 진행시키는 국제기관으로서 세계무역기구(WTO)가 있지만 지구 환경을 지키는 세계환경기구(WEO)는 없다. 우리는 우리 주변부터 유지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 온실가스는 우리 주위에서 발생한다. 국제기구가 만들어진다고 해도 구체적인 개혁은 지역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밑으로부터의 사회개혁’을 주장한 것이다. 이를 위해선 분권형 복지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은 지방의 공공부문을 확대하면서 관료제를 민주화해 가는 과정이다. 현재의 수정자본주의가 계속될지 한층 더 새로운 체제가 필요할지는 국민들이 결정하게 될 것이다.

▶미야모토 겐이치

오사카시립대 명예교수(79)는 중앙정부와 외국자본에 의한 지역사회 개발을 비판하며 ‘내발적 발전론’을 강력히 주장해 왔다. 그는 환경경제학, 지방행정학, 공공경제학, 지역경제학 분야의 세계적인 대가로서 선구적인 연구업적과 리더십을 발휘했으며 행동하는 지식인으로도 유명하다. ‘지역재단’ 초청으로 방한한 그는 지역재단 창립 5주년 기념식(26일)과 한반도대운하를 반대하는 전국 교수 모임의 세미나(27일)에서 특별강연을 했다.

<김재중기자 hermes@kyunghyang.com>

출 처 :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