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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혁명당 선언2
(펌)정태인

녹색혁명당 선언2

정태인(2009.3.6)

1.

우리에게 녹색은 기존 진보적 가치에 하나 더 추가되는 요소가 아니라 가장 중요한 진보 재구성의 원리입니다. 먼저 이론적인 측면을 간단하게 살펴 봅니다. 아직 녹색과 관련된 이론을 본격적으로 검토한 것이 아니라서 기본 방향만 다룹니다.


첫째, 마르크스 경제학은 적절하게 녹색을 다루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본주의 초기에 살았던 마르크스는 기본적으로 생산력이 자연을 변형시키는 인간의 능력에 따라 거의 자동적으로 발전하며, 특히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이윤의 추구로 인해 비약적으로 발전한다고 정당하게 가정합니다.


마르크스가 주목한 것은 발전한 생산력이 기존의 생산관계와 부딪히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결국 생산관계를 변혁하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 됩니다. 혁명이란 이 진리를 앞당기는 일일 뿐입니다.


마르크스의 이런 사고는 노동자 중심성으로 이어집니다. 군대와 같이 대규모로 규율을 갖추게 되는 집단이 대공장 노동자입니다. 많은 나라의 초기 근대화 과정을 군대가 쿠데타로 시작하는 것처럼 사회주의도 대공장 노동자가 주도하게 된다는 거죠. 레닌의 ‘한 공장 사회주의’는 이런 사고의 기계적 확장입니다. 자본주의의 사회화는 거대한 공장으로 그려지고 단지 소유만 바꾸면 되는 겁니다.


이런 사고의 오류는 “낭만적 사회주의에서 과학적 사회주의로”라는 말로 집약됩니다. 공동체 민주주의는 낡은 것으로 치부되고 오로지 굴뚝산업의 프롤레타리아 독재만이 진보로 생각하게 되는 겁니다.

민주노총이 사실상 대공장 노동자의 소시민적 이기주의(사교육과 아파트를 위한 잔업과 임금 상승)에 지배되는 현실에 과학적 사회주의란 존재할 수 없습니다. 다만 자산버블 경제의 든든한 공범일 뿐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더 중요해진 것은 발전된 생산력이 자연의 한계를 돌파한다는 사실입니다. 기후온난화에 의한 지구의 파멸은 그 첫 번째이자 거의 마지막 증거입니다. 생산관계와 자연의 한계는 결코 동일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좁은 의미의 생산관계를 변혁하는 것, 즉 생산수단이 생산자의 소유로 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생산수단의 추상화인 자본보다 더 중요하고 절박한 것은 삶의 최종 수단인 자연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혁명 후의 노동자 국가가 녹색 실천을 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만, 그 때의 노동자계급은 전지전능의 어떤 기계로 상정된 허구일 뿐, 현실의 노동자가 아닙니다. 적어도 공장의 규율이 삶을 포괄하는 생명의 문제를 알려주지는 않습니다.


이 점은 케인즈주의와 같은 자유주의 경제학도 마찬가지입니다. 케인즈 역시 생산력에 관해서는 무한한 낙관론자였고 모든 사람이 적당히 생산력 발전의 결과를 나누어 가질 수 있다면 아름다운 문화적 삶(무어의 선한 삶, goodness)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케인즈가 뛰어난 것은 (제대로 경제학 교육을 받지 않은 덕에) 현실의 움직임을 맨 눈으로 통찰할 능력을 가졌다는 데 있습니다. 그 역시 생산관계보다 조금 더 기술적인 거시경제의 문제만 해결되면 인류의 이상은 실현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역사적 상상력에 관한 한 소박하기 그지 없습니다. 그는 자신의 손자가 살 즈음에는 스스로 블룸즈베리에서 누렸던 삶이 보편화할 것이라고 굳게 믿었습니다. 그야말로 아름다운 낙관이죠.


시장만능 경제학은 최악의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만일 공기나 물 같은, 과거의 자유재가 귀해진다면 희소성의 원리에 따라 가격이 급등할 것이고 이에 따라 사람들은 이런 생명의 필수재를 자동적으로 덜 소비하게 될 겁니다. 그러나 이 해결책은 대다수 사람들의 생명을 빼앗아 갑니다.
 

예컨대 공기의 값이 치솟으면 부자들만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돈 없는 사람들은 ‘공기 시장’(이미 산소방이라는 형태로 초기 시장이 형성되고 있습니다)에서 쫓겨나서 죽음을 맞이하겠죠. 이미 물과 에너지, 식량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입니다. 앞으로 10년 내에 저개발국가들은 깨끗한 물, 에너지, 식량 부족으로 대규모 전쟁이 초래했던 대량살상을 맞게 될 겁니다.

이러한 명명백백한 사실은 녹색혁명이 다뤄야 할 대상이 대단히 강력한 외부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대량살상이야말로 극도의 외부성입니다. 다 죽으면 나 혼자 돈이 많거나 능력이 많아도 같이 죽을 수 밖에 없으니까요. 외부성을 시장이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은 주류경제학에서도 인정합니다만, 이렇게 강력한 외부성은 언제나 가변적인 국가(이명박정부를 생각해 보십시오)가 아니라 숙고하는 민주주의 공동체만 해결할 수 있습니다(증명 요)

단지 예외로 치부되던 외부성이 미래 경제학의 중심에 등극한다는 것은 이제 과거의 사고방식(시장이론)이 주변으로 밀려나고 완전히 새로운 사고/행동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2.

둘째, 녹색혁명은 현단계 자본주의의 한계를 극복할 수단이기도 합니다. 모든 것을 시장에 맡기자는 간단한 원리가 불러온 것이 현재의 자산버블(부동산, 증권)경제입니다. 작년의 유가, 곡물가격 급등은 앞으로 파생상품 시장이 자연을 주 대상으로 삼을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 줍니다(골드만 삭스는 유가 급등의 주역이었습니다).


자산의 더 많은 소유가 삶의 목표가 되고(“부자 되세요”라는 구호, “당신의 노후는”이라는 위협) 자산 가격의 상승이 임금의 상승을 앞지르게 되면 이제 삶에서 노동시장보다는 자산시장(부동산이나 증권)이 훨씬 더 중요해집니다.

오로지 노동조합은 자산시장에 뛰어 들기 위한 기초 자산을 확보하는데 진력하는 집단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몇몇 실천가들이 변혁을 얘기한다고 해서 이 경향을 바꾸지는 못합니다(그러니 만날 술과 한탄이죠^^).

마르크스는 노동과정을 관찰하면서 ‘형식적 포섭’(절대적 잉여가치의 생산)에서 ‘실질적 포섭’(상대적 잉여가치의 생산)을 얘기했지만 이제 생산된 잉여가치의 재분배 경쟁에 뛰어드는 생활과정의 포섭이 완성된 겁니다(이 문제는 로버트 라이시의 ‘수퍼자본주의“가 탁월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치는 이런 대중의 열망에 부응하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만 그런게 아닙니다. 과거의 자본주의는 물질에 관한 기초적 욕망을 무기로 지배했지만 이제는 정신까지 지배합니다. 그리고 그 수단은 ’불평등한 수인의 딜레마‘와 ’로또의 욕망‘입니다(이건 조금 자세하게 나중에 쓰도록 하겠습니다).


녹색혁명은 이 문제를 자산재분배로 해결합니다. 이제 소득이 문제가 아니라 자산이 문제라는 인식으로 이 개념은 만들어졌지만, 자연을 시야에 넣으면 결코 임금 등 유량(flow)이 현재 당면한 문제가 아니라 저량(stock)이 문제라는 게 명백해집니다.  자연은 말 그대로 스톡입니다.


우선 자산의 가격이 서서히 끊임없이 내려가도록 종합부동산세와 종합금융자산세(합해서 부유세라고 해도 됩니다)를 부과하고, 여기에서 풀려나오는 자산, 특히 자연은 공동체가 소유하도록 합니다. 공동체가 소유하는 자산은 철저하게 녹색의 개념으로 관리합니다. 예컨대 새로운 주택의 공급은 철저한 녹색주택이며 공동체의 소유입니다.


어제 칼라티비의 토론에서 재개발의 문제를 논의했습니다만 우리는 이제 대안으로 원주민이 입주할 수 있는 재개발을 넘어서 녹색재개발을 얘기할 수 있습니다. 원주민의 최소한의 물질적 권리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정책목표를 넘어서 이제 우리 자연과 스스로, 그리고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서 삶의 보금자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아주 간단한 예를 들면 에너지를 기술적으로 가능한 최대한까지 절약하는 설계(예컨대 단열재의 도입, 1인당 주택 평수의 제한, 빗물을 모으고 활용하는 시설, 옥상공원 등등 무수히 많습니다), 또한 재생에너지에 의한 에너지 공급, 주택부터 직장까지의 동선을 최소화하는 입지 등을 공공주택부터 도입합니다. 몇 개 모델의 성공에 따라 보조금이나 규제를 통해 민간 건설도 녹색혁명을 따라오도록 할 수 있을 겁니다.

모든 자연은 공동체가 소유해서 철저한 녹색의 철학에 의해 개발하거나 보전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공동체가 기존 자산을 구입하는 경우에는 상속세를 감면할 수 있습니다. 군단위 정도의 기초공동체가 녹색민주주의에 입각해서 미래까지 내다보는 운영 방향을 결정합니다. 사실 풀뿌리 정치는 중앙보다 더 심각하게 지역의 건설자본-언론-관료 연합체가 지방유지라는 실행자를 통해 철저하게 지배하고 있습니다. 녹색혁명은 새로운 동맹을 통해 이 연합체를 깨뜨릴 수 있습니다.


기존의 ‘사회공공성’도 ‘녹색공공성’으로 비약적으로 확대되어야 합니다. 자연이야말로 최고의 공공성이고 이는 공동체의 소유와 관리를 요구합니다. 또 자연의 이용은 심각한 외부불경제(토지의 부족, 대기오염, 물 부족과 오염 등)를 발생시키므로 공동체가 철저하게 규제해야 합니다.
 
이른바 ‘공유지의 비극’을 사적소유로 해결해야 한다는 건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옵니다만 이는 대표적인 우리 시대의 이데올로기적 오류입니다. 이 개념의 창안자인 하딩조차도 규제되는 공유지가 또 하나의 대안이라는 점을 인정한 바 있죠.



기존 네트워크산업(전기, 철도, 수도, 개스, 우편 등)은 민영화가 아니라 철저하게 녹색으로 개조해야 합니다. 에너지 등 자연을 극도로 절약하는 녹색개량이 일어나야 합니다. 산업자본주의 시대의 철도와 고속도로, 그리고 정보자본주의 시대의 인터넷(정보고속도로)에 이어 에너지와 식량등 녹색산업의 고속도로가 건설되어야 합니다. 에너지의 전달과 관리체계인 똘똘한 연결망(smart network)은 새로운 ‘고속도로’(물리적으로는 저속이지만 가장 절약적인 도로)의 모범사례일 겁니다.



셋째, 녹색혁명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대규모 일자리 만들기 프로젝트이기도 합니다. 위기로 인한 재정투입을 거의 모두(당장 필요한 저소득층에 대한 소득분배를 빼곤) 녹색혁명에 사용해야 합니다. 재정적자는 탄소세 등 환경세로 보충합니다. 농촌이나 도시의 빈민주택부터 에너지 절약형 녹색주택으로 개량하는 일만 해도 엄청난 투자와 일자리를 보장합니다.

앞에서 거론한 녹색 네트워크의 건설은 나라 안의 모든 지식을 모두 동원해야 가능합니다.

환경세의 부과로 자동차 운행이 줄어들면 차선 하나는 자전거도로로 만들 수 있습니다. 대운하가 아니라 저번에 얘기했던 전국의 아름다운 숲을 연결하는 오솔길 프로젝트를 시행합니다. 공동체가 숲을 증가시키거나 다른 녹색 아이디어를 실천하면 그 성과에 비례해서 보조금을 지급합니다(지방양여세의 원리).


넷째, 녹색혁명은 대규모의 교육을 필요로 합니다. 당장 재생에너지 발전소나 스마트 그리드를 설계하고 설치할 대규모의 인력이 필요합니다. 설치나 보수는 간단하니까 짧은 교육으로도 바로 일자리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뿐만 아니라 녹색혁명 자체를 전파할 대규모의 교육인력도 필요합니다.

(사교육을 금지하면 학원선생 등 수많은 관련 종사자가 어찌 되나 걱정합니다만, 2/3 정도는 간단한 교육을 통해 공교육에서 흡수하면 되고 원하는 분들은 녹색 선생으로 재탄생시키면 됩니다) 현재 양산될 청년 실업자만큼 이러한 교육에 걸맞은 집단은 없을 겁니다. 녹색혁명의 그린전위대가 탄생해야 합니다. 진보신당만큼 여기에 적합한 집단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섯째, 이런 일이 공동체 차원에서 일어날 수 있도록 금융도 재편되어야 합니다. 여기에는 지역재투자법과 마이크로 크레딧을 비롯한 풀뿌리 금융이 창설 등이 도입되어야 하겠죠. 이 부분은 세박자경제론에서 이미 얘기했기 때문에 여기서는 생략합니다.


여섯째, 녹색은 생명입니다. 사실 이게 제일 중요합니다. 생명과 관련된 모든 제도를 생명의 만개에 맞춰서 재설계해야 합니다. 건강보험, 약 등 생명과 관련된 지적 재산권, 광우병 소, LMO 등 먹을거리, 나아가서 로컬푸드, 아토피 등 환경질환... 등등 우리 아이들의 생명에 관한 모든 문제를 녹색혁명의 개념 안에 넣어서 해결해야 합니다.

생명을 위협하는 어떠한 제도(이윤추구 때문에 생기는 자본주의적 문제든, 아니면 사고의 자유를 억압하는 무수한 통제기구)도 '혁명'으로 바꿔내야 합니다. 모든 제도의 목표는 생명입니다. 자연과 그 부속물인 인간의 생명을 살리고 한껏 피어나게 하는 것, 그것이 녹색혁명당 최고의 가치입니다.

인간은 짧은 시야를 가진, 대단히 부족한 존재입니다. 장기적 문제는 오로지 민주주의적 합의와 동의된 규제(터부)에 의해서만 해결될 수 있습니다. 그러지 못하면 우리가 맞을 것은 파시즘입니다. 실로 파시즘은 바로 우리 앞에 있습니다. 녹색혁명으로 임박한 파시즘을 막아야 합니다.

우리 당의 장기 전략과 정책, 그리고 홍보를 모두 녹색에 맞추는 일을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합니다. 당명도 녹색혁명당이 어떨까요?

녹색혁명을 수행할 녹색동맹(green alliance)는 그 성격상 모든 계급과 인종, 젠더를 하나로 묶지 않으면 안 됩니다. 예컨대 새로운 녹색산업의 담당자들은 이기적 욕구에 의해서도 녹색혁명을 지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비전을 정리하면 동맹의 모습도 확연히 달라질 겁니다. 우리가 고민하는 폭넓은 지지는 여기에서 해결될 겁니다.

작성일 : 2009-03-07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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