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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혁명의 구체적 모습
(펌)정태인

녹색혁명의 구체적 모습 - 신혜진님께


정태인(2006.3.7)


* "녹색혁명당선언"이라는 도발적인 글을 썼지만 저는 전문가가 아닙니다. 오히려 저는 고전적 좌파(물론 이 분들이 보기에 저는 영락없는 '개량주의자'지만)에 가깝습니다. 평등과 연대라는 사회주의의 가치에 더해서 생태라든가, 젠더 문제를 '추가로' 공부한 정도였지요. 이 생각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하지 않을까, 즉 최우선의 가치의 순서가 바뀔 수 있다는 건 이번 위기를 맞아 해법을 고민하면서 부터입니다.


이번의 금융위기(뭐 이윤율의 하락에 의한 전형적인 자본주의의 과잉생산위기라고 불러도 마찬가지입니다)는 좀처럼 헤어날 수 없을 것이다. 제가 만든 말이지만 '3중의 위기'인데다 해법도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요. 예컨대 30년대로 말하면 현재의 케인즈는 스티글리츠 정도이지만 그의 해법도 지극히 미봉적입니다. 오바마의 금융정책은 더 말할 나위도 없고요.


그런데 통계를 들여다 보면 볼수록 제4의 위기, 즉 유가와 곡물가 급등으로 초래될 생태위기가 불과 몇 년 안에 다가와 있다는 것이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구온난화라는 가장 뚜렷한 계기 외에도 이 지구가 자본주의 경제의 무한한 확대를 더 이상 견뎌내지 못할 것이라는 증거는 많습니다.


우리 삶을 생각할 때 가장 위험한 순간이죠. 그 동안은 자본가(또 그를 옹호하는 자본주의자들)이나 사회주의자들이나 사실상 모두 시장의 가격 움직임이 이 모순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나이브하게 생각했지만 심각한 경제위기, 전쟁 위협 속에서 가장 근본적인 생태와 자본주의간의 모순이 폭발할 수 있다는 데 이르렀습니다.


물론 이런 예언은 무수히 많이 나왔습니다. 다만 현재의 경제위기는 계급동맹을 순간적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문제는 비전과 실천이지요. 그동안 나온 무수한 해법을 단기간에, 시스템 차원에서 대규모로 실행할 수 있다는 점이 확연하게 다르지요. 우리가 노력하면 이제 소규모 공동체나 개인차원의 실천이 국가와 국제사회의 공동의 대규모 실천이 될 수 있습니다. 그게 살 길이기도 하구요.

오바마의 녹색정책은 미국 대통령으로서의 한계(자국 제조업 경쟁력의 유지를 우선한다는 점에서... 물론 이건 우리도 마찬가지로 고민할 수 밖에 없습니다만, 특히 오바마는 미국 대통령으로서 생태에 가장 큰 위협이 될 금융의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할 겁니다)를 가지고 있지만 그런 돌파를 충분히 의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 합니다.  


신혜진님의 질문에 이제 막 생태를 공부하기 시작한 사람으로서 초보적인 답을 드립니다.


*** 신혜진님 질문


질문이요. 녹색혁명의 구체적인 모습이 확 떠오르지를 않아서.

환경단체, 생협, 생태주의, 귀농학교....그 단체들이 구성했던 초록연대(초록정당으로 이름을 바꾸지 않았던가....) 등등의

이름이 떠오르는데요.


1. 녹색이미지(?)인 기존의 시민단체들이 표방하는 내용과 정선생님께서 구상하시는 녹색혁명이 어떤 차이점과 공통점이 있는지


2. 공통점이 있다면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실천의 구체적 성과와 한계가 무엇이며,. 한계의 가장 큰 원인이 무엇이라고 판단하시는지.


3. 실존하고 있는 이상적인 혹은 비슷한 사례가 있다면? (저는 '아톰의 시대에서 코난의 시대로'에 소개된 독일, 네덜란드 등등 유럽마을의 사례가 스쳐갔습니다만)


뼈대만이라도(구체적이면 더 이해가 쉽겠지만....) 말씀해 주시길. 혹시 다른 원고에 쓰셨다면 어디에?


그리고 이건, 질문이 좀 모호하긴 하지만, 우석훈씨가 말하는 농업을 살리자 (생태페다고지를 집필중인 걸로 아는데) 를 어떻게 보시는지?

(사실 내용을 잘 몰라서 질문을 구체적으로 할 수는 없는데, 믿을만한 경제학자 둘 다 '생태, 녹색'을 대안이라 말하는구나, 공부해야겠구나 정도라서....)


--------------


1. 아마 기존 시민사회단체의 모든 제안을 다 모으면 같은 모습일 겁니다. 특히 녹색평론의 구체적인 제안은 거의 모두 수용하게 될 겁니다(현재 제가 모든 제안을 검토하고 현실성이나 논리일관성을 평가할 수준이 못 됩니다). 예컨대 풀뿌리 기초공동체의 중요성, 에너지나 식량의 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 소농을 기초로 한 유기농, 로컬 푸드 등은 완전하게 동의합니다.


다르다면 이런 사업을 국가적 차원에서 기획하고 전 국민이 모두 실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녹색평론의 일부 글도 그렇고 더 근본적인 생태주의자들은 이런 국가적 기획을 반대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현재의 위기는 국가, 그리고 이를 넘어 전 세계가 동시에 행동하지 않으면 파국으로 귀결될 겁니다.


2. 생태문제의 해결에 가장 큰 걸림돌은 아주 강력한 외부성입니다. 그 때문에 집단행동의 원리가 강하게 작용합니다. 나를 빼곤 아무도 실천하지 않으면 내 실천은 자기 만족에 그칠 수 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나만 실천하지 않으면 생태적 실천의 이익을 고스란히 누릴 수 있습니다. 그 귀결은 아무도 실천하지 않는 게 됩니다.
 
이런 약삭빠른 행동의 대표가 미국입니다. 교토의정서에 따라 모든 나라가 노력해서 탄소배출을 줄인다면 전 세계 배출량의 40%를 차지하는 미국은 마음 놓고 탄소를 배출할 수 있게 되거든요. 그렇다면 다른 모든 나라도 탄소배출을 줄일 유인이 없어지겠죠. 이 뒤를 이어 중국이 미국처럼 행동한다면 사실 지구는 희망이 없어지는 거죠.


그러나 다른 계기가 주어졌는데 그것은 유가와 곡물가가 급등하리라는 사실입니다. 이는 경제적 차원에서 생태적 실천에 대한 유인이 됩니다. 소비를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늘리고, 유기농의 생산과 유통을 확보한 나라는 가장 적은 타격을 받습니다. 지금 전환하면 우리 경제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인 수출과잉경제를 벗어나서 내수주도 경제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녹색혁명은 현재의 경제위기에서 대규모 수요와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위기대책이기도 합니다. 무분별하게 땅을 파헤치는 것이 아니라 녹색경제를 향해서 체계적으로 일자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특히 풀뿌리 기초공동체의 녹색 복원(제가 세박자경제론에서 사회적 경제라고 부르는 제1층위)은 수많은 일자리와 복지, 그리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동시에 가져다 줄 겁니다. 제2층위 즉 네트워크 산업 등 공공성 분야는 그 자체로 대규모 녹색수요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에너지 산업이 가장 중요한 구성부분(전기, 가스)이기 때문에 이들 공기업의 정책은 재생에너지 산업의 사활을 좌우합니다.
 
에너지와 물의 경우에는 가격정책에 의해 획기적으로 소비를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철도 등은 에너지를 가장 많이 쓰는 산업이기도 합니다. 교육과 건강에 대한 녹색 투자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일반 공공부문 모두 국가가 대규모로 생태적 변환을 시도할 수 있는 분야입니다. 오바마가 핵심적으로 제기한 친환경자동차등은 제3층위(즉 시장원리가 작용하는 곳)의 정책이겠죠. 


생태위기를 심각하게 생각하기 전에는 제1층위가 최소한 10%를 차지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지만 지금은 30%까지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통계를 보고 있습니다. 실로 4개의 위기가 겹친다면 농촌 밖에는 생존할 수 있는 곳이 없어질 겁니다. 제가 어느 정도 상황을 급박하게 보느냐면, 경향신문에 최근 쓴대로 전시경제 체제로 녹색혁명을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입니다.  


1,2를 합쳐서 만일 기존 생태주의와 다른 게 있다면 제가 경제학을 공부하는 사람이기에 경제의 문제와 생태계의 문제를 종합해서 아마 더 현실적인(적어도 시장원리를 최대한 이용할 것이기에) 정책을 체계적으로 내 놓을 가능성을 조금 더 가지고 있다는 점이겠죠.


3. 독일이나 북구가 가장 가깝습니다. 그러나 구상으로는 최근 미국과 영국에서(하하 가장 문제가 심각해서 그럴까요?) 그린뉴딜이나 그린동맹 개념이 적극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글로 번역된 "그린칼라경제"는 구체적인 정책은 별로 제시하고 있지 않지만 많은 영감을 주는 책입니다(아마 생태주의자들이 보기엔 불철저하고 가벼운 책이겠습니다만^^).


지금 저는 1. 생태경제학(ecological economics)이나 2. 환경경제학(environmental economics), 3. 주류경제학의 일반 해법(피구세나 코즈해법)을 모두 들여다 보면서(셋은 모두 다른데 2는 환경문제를 3의 해법을 종합하는 처방이라고 할 수 있고 스티글리츠는 2,3을 종합하고 있습니다만 1의 문제의식은 받아들이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완화라도 할 수 있는 정책과 체계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우석훈박사와의 차이요? 하하 그건 님이 판단하십시오. 그 광활하게 반짝이는, 발칙한 상상력을 어찌 따라가겠습니까?^^

작성일 : 2009-03-07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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