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가 비무장지대(DMZ)의 평화적 이용관리 전략을 선언하고 나섰다.

세계 유일의 분단 상징물이자 냉전의 역사가 담긴 인류유산인 DMZ에 대한 평화적 이용전략 마련은 대한민국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DMZ가 더 이상 정지되고 폐쇄된 공간이 아닌 한반도 평화와 번영,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DMZ의 상징적 중심 공간인 ‘강원도’가 이에 대한 평화적 이용전략을 선언했다는 것은 도가 DMZ 평화적 이용의 주체로 나섰다는 의미도 있다.

김진선 지사는 “강원도가 주도해 DMZ를 전 인류가 공유하는 생명과 평화의 상징지역, 한반도의 기능·공간적 중심지대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분단의 상징에서 평화, 번영의 상징으로 변모하고 있는 DMZ의 현황과 가치, 이용전략, 전략 추진계획 등을 집중 조명해본다.

산림·습지 등 희귀 동식물 서식 … 문화재 산재

설악권 연계 남북공동 국제관광자유지대 구상

세계유산 등록 추진 … 생태·문화적 가치 무궁무진

도, DMZ 관광청 설치 세계적 명소화 전략 마련

>>■DMZ 현황 및 가치

DMZ(Demilitarized Zone)는 군사분계선에서 남북 각각 2㎞의 지역을 말한다.

동∼서 전체 길이는 248㎞이고 면적은 907㎢이다.

이 가운데 길이는 145㎞, 전체 면적의 58%인 529㎢가 도에 속해 있다.

오랜기간 출입이 통제된 DMZ는 세계 유일의 특이한 생태계 및 생태경관을 형성하고 있다.

철원 철새도래지, 대암산 용늪, 향로봉·칠전동 계곡, 산림·습지생태계는 국토의 생태녹지축 연결고리 및 산림생태축으로 평가되고 있다.

보전이 잘된 저습지와 늪지 등에는 동·식물 2,716여종, 희귀 동식물 146종, 멸종위기·보호야생동식물 67종이 서식하는 등 높은 생태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생태적 가치 뿐 아니라 역사·문화적 가치도 크다.

국가지정문화재 14점, 지방문화재 20점, 문화재자료 13점, 등록문화재 13점, 유적 221개소(산성 67, 평지성 15, 봉수터 57, 기타 82) 등 선사시대부터 근대까지의 역사와 문화 자원이 다양하게 남아있다.

DMZ는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유일한 자연 및 문화, 역사적 가치가 있으나 그동안 국가안보상 토지 이용이 규제되며 ‘가치있는 공간’이 아닌 ‘낙후지역’으로만 인식돼 있다.

>>■평화적 이용 관리를 위한 실천전략

실천전략은 비단 강원도만의 몫은 아니다.

도는 정부와 협의해 강원도만의 구상이 아닌 정부과제로 삼아 추진하고 북강원도 등 북한과도 여러 경로를 통해 협의하겠다는 방침이다.

◇한민족 평화지대 구축

DMZ는 한반도의 공간적 중심지에 자리잡고 있다.

반세기가 넘게 분단된 남과 북의 소통과 협력을 위한 기반을 DMZ를 정점으로 구축하게 된다.

우선 최근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으로 인해 남과 북의 관계가 완전히 순탄하지만은 않지만, 역으로 순차적으로 다시 금강산, 여기에 설악산을 잇는 국제관광자유지대를 조성함으로써 평화의 물꼬를 틀 수 있을 거란 기대다.

이는 설악권과 양양공항 일대를 관광자유투자지역으로 설정하고 원산, 강릉을 배후지역으로 하는 국제관광자유지역으로 확대 형성하는 것이다.

장기간 침체일로를 겪고 있는 설악동을 외국인 중심 관광지구로 재개발하고 단계적으로 남북이 공동운영하는 국제관광자유도시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18대 국회에서 여야가 남북관계에 대한 생각만큼은 정쟁으로 삼지 않는 가운데 통일관광특구법을 제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접경지역인 철원에 남한의 자본, 기술과 북한의 노동력을 활용한 평화산업단지를 조성한다.

이는 현재 북한에 위치한 개성공단의 역 개념이기도 하다.

정부와 강원도가 공동으로 IT, 섬유가공, 전자부품, 기계조립 등의 업종에 대해 1,500만㎡ 규모로 3단계에 걸쳐 개발하는 것이 현재 로드맵이다.

철원은 남북 통일 전에는 시범도시, 거점도시로, 통일 후에는 남북통합 평화시로 건설할 계획이다.

남북의 교통망을 복원하고 물류환적기지를 설치함으로써 동북아와 유라시아를 잇는 복합 물류, 교통체계 구축에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동서축으로는 강화∼철원∼고성 간 323.9㎞를 평화관광로 국도로 지정, 개설하고 남북축으로는 중앙고속도로 철원 구간 연장, 동해고속도로 건설 등이 필요하다.

강릉∼저진 간 동해북부선, 경원선, 금강산선 등을 단계적으로 연결하고 경원선상에 철원 컨테이너기지(ICD)를 설치한다는 방침이다.

◇자원의 남북공동 이용 및 관리

DMZ와 동해연안 자원을 남북이 공동으로 보전, 관리하며 활용방안도 모색한다.

평화의 댐과 금강산댐 간 수자원 공동이용이 대표적인 전략 중 하나다.

금강산댐 용수를 공동으로 이용함으로써 북한강 수계 물부족 현상을 해소하고 북한에 전력공급을 지원할 수 있게 된다.

또 단계적으로 교류협력여건 조성(1단계), 남북연계수로 복원(2단계), 수로를 통한 연계관광 추진(3단계)의 과정을 밟는다는 계획이다.

해양협력도 진행된다.

휴전선 남북 20㎞, 연안으로부터 20마일 이내 수역에 평화의 바다 공원을 조성하고 북 강원도 고성∼함남 신포 앞바다 수역 약 5만8,000㎢에 남북공동 조업구역을 설정해 관리한다.

독일 로만틱 가도(Romantische Strasse:독일 중남부의 뷔르츠부르크에서 남쪽으로 오스트리아와의 국경에 가까운 퓌센까지 약 300km에 이르는 도로)와 같은 낭만가도를 동해 연안에 조성한다.

또 금강산 육로관광 남북 출입사무소(CIQ) 중간지점에 남북 강원도 각각 절반 가량 규모로 생태공원 개념의 태양광, 열 에너지단지를 조성한다.

남북협력기금 등을 활용해 126억원 규모로 생태공원과 휴게, 회의, 관람시설, 태양광 발전시설, 태양열 급탕, 난방 시설 등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철원 홍원리 일대의 궁예도성을 발굴, 복원하고 한반도에서 개마고원 다음으로 높은 평원으로 DMZ로 경작이 중단된 평강공원을 공동 개발한다.

◇DMZ의 세계적 명소화 추진

DMZ의 생태, 자원, 문화적 가치를 활용해 전세계, 인류의 자산으로 가꾸어 나간다는 계획이다.

우선 DMZ 자원을 국내외 전문가의 지속적인 조사연구를 통해 기록으로 보존하고 나아가 세계유산으로 등록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DMZ를 브랜드화해 기념상품을 개발하고 역사문화, 평화투어, 생태투어, 농촌체험 투어를 개발하고 강원도 내 DMZ에서 독일, 베트남, 예멘, 키프로스 등의 방송국이 참여하는 ‘2009 DMZ 피스캠프’ 개최계획도 갖고 있다.

휴전협정일인 매년 7월27일을 기념해 세계평화·생명축제 개최도 추진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철원∼고성 간 투어 축제나 투게더 마라톤대회, 세계NGO축제, 세계 DMZ 자연생태 사진 및 미술대전 등을 통해 자유롭게 DMZ를 생각해 보는 기회도 만들려 한다.

DMZ 내 평화, 과학기술사회, 새발, 환경, 거버넌스 등 5개 영역을 연구하는 UN대학연구소 설립을 추진중이다.

UN대학은 현재 일본 도쿄에 본부가 있으며 코스타리카 평화대학, 스웨덴 세계해양대학 등 총 13개소의 연구, 연수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도의 DMZ 활용 및 추진계획

DMZ의 평화적 이용 관리를 위한 실천전략은 DMZ관광청 설치, 운영을 통해 구체화된다.

도는 DMZ관광청을 설치, 운영함으로써 역사와 현상, 문화, 생태계 등을 조사, 연구하고 기록을 보존하고, 세계적 수준의 기념상품 및 관광상품 개발, 세계적 명소화 추진 및 해외마케팅 홍보활동 추진 등 다양한 역할을 해내겠다는 각오다.

DMZ관광청의 책임자는 도청 과장급인 4급 수준으로 할 계획이나 공무원 임명과 외부인사 영입 모두가 검토되고 있다.

도는 관광청을 지원할 자문위원회도 구성해 연구, 개발 활동의 전문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이미 관련 조직개편안이 도의회를 통과했다.

도는 정부의 DMZ 관련 계획에 도의 의지와 실천계획을 함께 담아낼 예정이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발표한 4대 초광역개발권 가운데는 남해안 선벨트, 서해안 신산업벨트, 동해안 에너지·관광벨트 등과 함께 남북교류·접경벨트도 포함돼 있다.

오는 11월까지 통일부의 DMZ 평화적 이용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과 내년 6월까지 진행되는 행정안전부의 평화지대 조성 추진방향 연구용역, 같은 기간까지 실시되는 환경부의 생태평화공원 조성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에 도 입장을 반영할 계획이다.

다음달 24일에는 서울 코엑스 장보고홀에서 한국 DMZ평화포럼 ‘2008 국제콘퍼런스’를 개최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 스칼라피노 버클리대 교수, 사무엘 김 컬럼비아대 교수 등 200여명이 참여해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DMZ의 역할, 남북경제공동체 형성과 DMZ의 활용, DMZ 평화지대 이론정립 및 조성 방안 등에 대해 토론한다.

이규호·정영선기자  
 
 (강원일보  2008-8-4 기사 )

작성일 : 2008-08-04 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