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있다” 생활지원 제외
봉사단체 도움 받아 연명
“무자식 상팔자” 신세한탄

▲ 이순옥 할머니가 약을 먹기 위해 평소 복용하던 약들을 챙겨 놓은 채 누군가를 기다리듯 밖을 내다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 최원명

“손자 대학 보낼 걱정보다 당장 올 겨울 기름값 걱정이 앞설 때 가슴이 미어져….”

기초수급자 이순옥(72·춘천)할머니는 10년전 큰 아들을 심장병으로 잃은 후 장애를 앓고 있는 둘째 아들, 손자 3명과 함께 힘겨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둘째 며느리는 아들이 장애로 실직한 그해 소식이 끊겼다. 이 할머니네 다섯식구가 지원받는 정부 보조금은 한달 80만원. 월세 20만원을 내고 나면 남는 돈은 60여만원에 불과하다.

대학교 진학을 앞둔 손자가 대학을 포기하고 군에 입대하겠다고 했을 때 할머니는 마음이 무너져 내렸지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 할머니는 “당장 다음 달부터 보일러를 돌려야 하는데 기름값이 너무 올라 막막할 뿐”이라며 “약값이라도 줄여 연료비로 써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 할머니 가족은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이다.

심 모(70·철원)할아버지는 자식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에서 제외됐다.

현재 봉사단체에서 주는 쌀과 일주일에 한번 배달되는 도시락에 의존해 근근히 생활해나가고 있다. 하루 12시간을 돌아다니며 폐휴지를 모아 근근히 살아가고 손에 쥐는 돈은 1만원에도 못미친다.

심 할아버지는 “아들 둘이 있지만 둘 다 연락이 안된다”며 “차라리 자식이 없으면 수급자라도 지정돼 끼니걱정은 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됐지만 지원금이 턱 없이 부족해 기본적인 생활마저 영위하지 못하거나, 기초생활 수급대상자에서도 제외돼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차상위 계층은 다가오는 계절이 스산하기만 하다.

도내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 3만7330가구 가운데 4861가구는 소득이 전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소득이 30만원 미만인 가구도 64.3%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더욱이 도내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지난 한해에만 1만명 이상 늘면서 노인 수급자도 1000명 가까이 증가했으나 성인 자녀가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노인도 상당수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노인계층에 대한 현황 파악이 시급한 이유이다.

대한적십자사 도지사 관계자는 “매년 동절기를 맞아 수급자 가정이나 불우 이웃에 구호물품을 지원하고 있지만 도움의 손길을 원하는 가정이 많아 지원량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기초생활수급자도 문제지만 자식들이 외면하고 있는 노인들에 대한 대책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안영옥 okisoul@kado.net

강원도민일보 2008년 10월 07일 (화)

작성일 : 2008-10-09 1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