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론회장의 모습

촛불의 진로를 놓고 8월 19일 저녁 7시에 원주시민 토론회가 있었다.

원주YMCA청소년 수련관 2층 강당에서 열린 이 토론회에서는 대책위 관계자와 일반 시민들이 약 30여명 정도 참석하였으며, 예정된 9시를 넘겨 10시까지 열띤 토론이 진행되었다.

이 토론회는 원주청년회 장승완 회장의 사회로 진행되었으며, 21세기정책연구소 서연남 연구원의 경과보고, 민주노동당 이현민 사무국장의 재정보고가 사전에 진행되었다.

발제에 앞서 사회자는 대책회의의 논의결과를 보고하였다. 이에 의하면 (1) 광장의 촛불을 지속시키는 한편 (2) 생활 속의 촛불을 드는 두 가지 체계로 가자는 논의가 있었고, 오늘 토론도 그러한 방향에서 두 가지 발제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책위 까페에 올라 있는 의견도 함께 발제하자는 의견이 나와 추가로 발제를 한 건 더 하기로 결정하였다.

사회자는 이어지는 모두발언을 통해 이번 토론은 촛불의 성과와 한계를 진단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이후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지를 모색하는 방향으로 토론하자고 주문하였다.

이후 발제가 진행되었는데, 그 내용은 (1) 민주노총 원주시협 강성택 부의장이 '의제를 확대하여 다양한 내용과 형식으로 촛불을 지속적으로 들고 나가자'는 내용으로 발제를 하였다. 또한 (2)  원주시민연대 이선경 실장이 '촛불의 계승과 정치적 대응 모두 필요하며, 변화된 촛불에 맞게 운동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라는 내용으로 발표를 하였고, (3) 진보신당의 이건수 당원이 '생활정치를 통해서 진보정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촛불을 계승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첨부파일 참조)

이어 토론이 진행되었다. 토론에서 나온 의견들을 거칠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MBC의 상황에 대해 원주MBC 노조위원장의 상황보고가 있었다. 권력다툼에 끼여 편가르기에 내몰린 언론의 상황을 설명하였고, 전두환보다 치사한 방법으로 탄합하는 이명박정권을 폭로하였다.

2) 생활정치포럼, 촛불만민공동회, 2010년지방선거에 대한 대비 등의 제안이 과연 대책위의 주축인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과부하인 상태를 고려하고 한 제안인지 알고 싶다. 그리고 그 제안은 어느 정도의 구체성을 가지고 하는 제안인지 알고 싶다. 

3) 의제를 쇠고기에 제한해서는 안 된다. 언론문제로 확대해야 한다.

4) 성과와 한계 등 거대담론을 이야기하는 것은 재미없다. 앞으로의 촛불의 진행을 어떻게 해야 할지 의견을 내자. 구체적으로 당장 있을 촛불을 의료원4거리에서 할 것인지, KBS앞에서 할 것인지 등의 논의가 필요하다.

5) 문화제 형식의 촛불을 지속할 것인지가 먼저 논의되어야 한다.

6) 먼저번에 촛불광장에서 토론을 통해 촛불을 계속하자고 결론이 난 상태다. 개인적으로는 접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결정이 났으므로 현재 우리의 역량에 맞게 계속하면 된다.

7) 달라진 차원과 정세에 맞게 변화되어야 한다. 문화제라는 집회형식, 대책위라는 조직형태는 맞지 않는 상황이 되었다. 촛불행동과 생활정치 두 축으로 분화되어야 한다.  

8) 촛불은 끄지 않되, 유연한 방식으로 역량에 맞게 계속해 나가자.

9) 대책위 회원단체의 회원들을 더 열심히 조직해보자.

10) 확장된 의제와 애초 촛불광장 사이의 괴리를 생각해야 한다. 확장된 의제로 촛불을 지속하려면 새로운 전망과 조직형태가 필요하다.

이상의 의견들이 있었고, 토론의 흐름을 요약하면...

애초부터 대책위 차원에서는 (1) 광장의 촛불을 지속시키는 한편, (2) 생활 속의 촛불도 들자는 두 가지 체계로 논의가 되었음을 밝힌 바 있다. 결국 두 가지를 모두 하자는 것인데 오늘의 토론회에서도 그런 분위기가 지속되었으며, 어떤 면에서는 (1) 광장의 촛불을 어떻게 잘 진행할지에 대해 논의하자는 주장이 우세했다.

그러나 변화된 국면에 맞게 새로운 내용으로 전화될 필요성이 있으므로, 현재와 같은 방식의 촛불은 대책위의 현실적 능력으로는 무리라는 의견도 있었다.

결론적으로 아직은 현재와 같은 촛불을 지속하자는 의견이 우세했고, 결국 다음 주에는 KBS앞에서 촛불을 밝히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토론회를 통해 한 가지의 우려를 갖게 되었고, 다른 한 가지의 확인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날의 토론회에 대한 평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끈질긴 관성의 힘을 재확인했다'는 것이다.

한 가지의 우려란? 변화된 상황에도 불구하고 촛불을 이어가고자 하는 충정은 이해된다. 하지만 촛불의 계승을 현재의 형태와 같은 광장의 촛불을 지속하는 것으로 협소하게 이해된 측면이 없지 않다. 광장의 촛불과 생활 속의 촛불, 두 가지를 모두 병행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결국은 둘 다 놓치는 우를 범하게 되지는 않을지 우려된다.

다른 한 가지의 확인이란? 이번에 촛불이 보여준 바는 쇠고기라는 생활의제가 정치투쟁의 소재가 되었다는 점이다. 이날 토론의 결론은 이러한 촛불의 발생동학을 무시하고, 확대된 의제를 또 다시 촛불의 소재로 삼아 시민들과 유리된 소수의 정치투쟁으로 되돌아가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촛불의 교훈에도 불구하고, 이전의 관성이 얼마나 무겁고 끈질긴 것인지 확인하는 자리였다.

작성일 : 2008-08-20 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