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고용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고 있는 가운데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을 제외한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5년 만에 처음으로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비수도권 지역의 고용 부진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 미국산 쇠고기 시장 개방 등의 영향으로 농업 인구가 1년 전에 비해 7만명 이상 줄었으나 이농 인구를 흡수할 지방 대도시의 제조업, 도·산매, 음식·숙박업 등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방으로 노동력을 유인할 만한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한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고용의 쏠림 현상’은 개선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24일 경향신문이 통계청의 ‘고용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 상반기(1~6월)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지역에서는 1년 전에 비해 취업자가 19만1000명 늘어난 반면 비수도권의 취업자 증가는 1000명에 그쳤다. 비수도권은 상반기 기준으로 민간소비가 마이너스 성장을 한 2003년(-9만7000명)을 제외하면 2004년 6만2000명, 2005년 6만명, 2006년 7만6000명, 지난해 6만6000명 등 4년 연속 취업자가 6만~7만명 늘었으나 올해는 5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올들어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부산(-1만5000명), 대구(-1만7000명), 강원(-2000명), 충남(-1만8000명), 전남(-1만2000명), 경북(-2만3000명) 등 6개 시·도에서는 취업자수가 감소했다. 참여정부 5년간 행정도시, 기업도시 이전 특수에 힘입어 취업자가 늘었던 충남은 올들어 취업자가 줄었고, 전남은 3년 연속, 경북·강원·부산·대구는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서울(1만3000명), 인천(2만2000명), 경기(15만7000명) 등 수도권 지역에서는 취업자가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전체 취업자에서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 47.6%에서 지난해 49.4%로 높아진 데 이어 올해는 49.8%에 달해 조만간 50%를 넘어설 전망이다.

지방의 고용사정이 악화된 데는 농업을 포기하는 인구가 급증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올 상반기 비수도권 지역의 농림어업 취업자는 1년 전에 비해 7만6000명이 감소했다. 여기에 내수경기 부진으로 문을 닫는 지방의 도·산매, 음식·숙박업소들이 속출하고,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수도권 규제완화 분위기가 나타나면서 비수도권 지역으로 공장을 옮기는 기업들이 거의 없어 지방의 고용창출 여력은 전무한 상태이다. 실제로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올해 상반기에만 도·산매, 음식·숙박업(-6만1000명), 건설업(-3만7000명), 제조업(-2000명) 등에서 취업자가 10만명 감소했다.

황한식 부산대 교수는 “수도권 집중현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시장 논리에만 맡기면 지방의 고용사정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진구기자>

작성일 : 2008-07-25 1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