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학영 사무총장이 당시 자신이 폭행 당한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민중의소리 김미정 기자

"이러다 정말 죽는구나 생각했어요. 두려움과 고통으로 숨도 제대로 쉬질 못했어요"

경찰의 방패와 곤방으로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 이학영 YMCA 사무총장은 낮은 목소리로 침착하게 지난 29일 새벽의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그의 몸에 남겨진 생체기는 당시 상황이 얼마나 긴박했는지 짐작케 했다.

머리 정수리와 얼굴 미간과 코에는 응급처치를 받고 난 뒤 반창고가 붙여져 있었다. 마이크는 깁스를 한 오른팔 대신 왼손으로 잡았다. 정강이가 경찰의 방패에 찍혀 제대로 걸을수도 없었다. 휠체어에 앉아 이동을 하는 상황이다.

이학영 사무총장은 이날 새벽에 자신이 폭행당한 상황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시위가 거듭될수록 경찰의 폭력진압에 다치는 시민들이 늘어나는 것에 안되겠다 생각했어요. 그래서 YMCA 회원들과 시위대 맨 앞에 누워 경찰이 오면 그냥 연행되자고 논의했죠. 그렇게하면 시민들을 보호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죠. 29일 새벽에는 진압상황이 아닌지라 시민들 대오 속에 회원들과 함께 있었어요. 그러다 경찰 진압이 불시에 시작됐고 우리는 시민들 80여명과 조선일보 옆 골목으로 몰렸죠. 다들 스크럼을 짜고 노래를 부르며 길바닥에 누웠어요. 연행해가라는 의미였어요. 하지만 경찰은 우리를 연행하는게 아니라 방패와 곤봉으로 찍고 두들겨 패기 시작했어요. '때리지 마라'고 외쳤지만 소용없었어요. 여성 시민의 비명소리가 높아졌고, 전 숨도 제대로 못 쉬었어요. 이것이 군사 정권도 아닌, 선거로 당선된 정부가 할 일입니까? 시민을 이렇게 탄압하는 의도는 폭력으로 시위를 억누르려 하는 것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정치는 힘으로 하는 게 아닙니다."

그나마 이학영 사무총장은 나은 편이었다. 29일 새벽에 벌어진 경찰의 폭력진압으로 대책위가 현재까지 파악한 바로는 112명의 시민들이 다쳤다. 김아무개(40)씨는 시청 앞 진압 과정에서 방패로 얼굴을 가격 당해 광대뼈와 안구뼈가 골절 당했다. 갈비뼈도 2대가 나갔고 손가락은 개방형 골절을 당했다.

서울시의회 앞에서 누워 비폭력 연좌시위를 벌이던 강아무개(30대)씨는 방패로 코, 눈, 후두부 등을 가격 당했다. 이로 인해 앞머리와 눈 부분이 골절 후 공기가 유입된 기뇌증 증상이 나타났고, 안면부가 W자로 크게 골절됐다.

경찰이 던졌다고 주장되는 물품들이 이날 공개됐다.

ⓒ 민중의소리 김미정 기자

29일 광우병 대책위는 시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9일 새벽의 광화문을 '전쟁터'로 명명했다. 여기저기서 경찰이 저지른 폭력으로 인해 수많은 시민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는 것.

이들은 "경찰은 시위대에게 돌과 쇠뭉치, 소화기 등을 던지는 살인 미수 행위를 했고, 심지어 부상당한 시민들을 응급처치하던 의료진마저 연행해가는 만행을 저질렀다"며 또 "비무장 여성을 4~5명의 경찰들이 수차례 발로 밟고 곤봉으로 집단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날 새벽 경찰쪽에서 날라왔다는 물건들이 공개됐다. 여기에는 소화기, 펜치, 조약돌, 소화기 등이 포함됐었다.

이들은 "지금 진정으로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는 것은 바로 국민들"이라며 "미친 듯한 경찰 폭력에도 불구하고 촛불집회 참가자 수가 15만으로 더욱 증가한 것은 국민들이 더 이상 정부의 거짓말에 참을 수 없음을, 협박에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대책위는 경찰의 폭력 행사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지켜온 것처럼 평화적인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비폭력이 폭력을 이기는, 우리 역사의 위대한 전통을 오늘에 되살려, 반드시 전면재협상을 쟁취해 낼 것이다"라고 앞으로도 평화 시위를 진행할 것임을 밝혔다.

작성일 : 2008-06-30 0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