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처음에는 "당에서 이 정도는 해줘야 하지 않겠나?" 라는 생각, 그리고 "민노당이 대학생 캠프 하는데 우리가 가만히 있어야 되나?"란 생각에 철없이(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철이 없었습니다. 당 재정 상황이 이런 거 할 상황이 아니었는데-_-;) 이런거 한번 해볼까요? 하면서 기획안까지 당원게시판에 올렸고, 많은 당원분들이 호응해주셨습니다. 그래서 88만원 세대 위원회 강상구 선배님, 그리고 저와 함께 경희대학교 당원 활동을 해왔던 기획단들이 모이게 되었지요.
그게 6월 말이었고, 제대로 된 기획은 7월 초부터 시작했습니다. 사실 상반기 사업계획, 특히나 정치캠프와 같은 규모있는 사업은 보통 4~5월에 기획이 어느 정도 완료가 되어 있는 상황이고 그때쯤에는 홍보와 조직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인데 말이죠.
그래도 어찌 되었든 결국엔 기획을 끝내고 홍보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홍보를 위한 웹자보를 만들어주셨고, 다시 캠프에도 따라와주신 병덕이 형에게 감사.
그런데, 홍보를 하다보니, 그리고 예산을 계속 짜다보니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우리 진보신당의 재정상황으로는 도저히 60명을 2박 3일 정치캠프에서 원활히 소화하지 못한다는 그런 문제. 회계상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저는 또 다시 철없이 민노당이 3박 4일 6만원(여자는 5만원이라고 괄호에 써주는 민노당만의 센스!-_-;;)이라길래 2박 3일인데 6만원 할 순 없다는 생각만으로 2박 3일 5만원 이상으로는 할 수 없다고 이야기를 했었고, 당에서는 60명을 넘으면 지원 예상 가능한 금액 전액을 지원할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이 사업은 하지 않는 것으로 하자고 결정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정말 어떻게든 사업 성사시키려고 여기저기 곳곳의 카페,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 등에 홍보 웹자보를 올리고 당원게시판과 학생당원분들에게도 부탁들을 드렸지요. 학생당원들이 조직되어 있었던 서울대, 성대, 고대 쪽에서는 왠일인지 오시지 않으셨고, (아마 주경복 선거 패배 이후의 후유증이겠지요...) 그 외 당원 분들도 생각보다는 참가신청을 해주시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극적으로 비당원 2 : 당원 1의 비율로 60명을 모집했지만, 아뿔싸, 역시나 중앙당에서는 150만원 이상의 예산은 지원해주기 어렵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당원게시판에 후원해주십사 하는 글을 올렸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올렸을 뿐인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따뜻한 손길을 보내주셨습니다. 사실 저는 그때부터 혼자서 남모르게 감동받았다죠.^^;;
정말로 돼지고기 1근 값을 보내주신 질풍노도님, 그리고 조금 보내주신다고 리플 남기시고 생각보다 많이 보내주셨던 냥냥이님, 심심이님, 쏘녀님, 이석봉님, 밥풀꽃님, 그리고 아무 리플도 달지 않으시고 묵묵히 후원해주신 다른 당원님들께, 모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10만원 보내주신 분을 우리 기획단 사이에서 "용자 당원님 ㄷㄷㄷ ㅠ^ㅠ"이라고 칭했답니다.)
그리고 저희에게 책임의식도 없느냐. 믿을 수가 없다. 그리고 결국 아드님을 불참시키셔던 사이 님의 후원에도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저희는 아직 미숙하고, 그런 채찍질이 필요합니다. 그러한 걱정과 염려의 말씀으로, 저희는 미성년자에게는 절대절대 술을 주어선 안된다는 확고한 원칙을 세울 수 있었고, (과도한 규제로 - 술을 안 드리기 위하여 편성한 - 10대조, 즉 8조 분들에게 "애들 취급 하지 말아줬으면 한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 있는가" 식의 비판도 들어야 했지만^^;; 사실 우리 진보신당 당원의 상당수도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바로 애 취급하고 조언과 규제의 대상으로만 바라봤던 것은 아닌지 하는 반성도 들었답니다.) 이 원칙은 기획단도 놀랄 정도로 정말로 잘 지켜졌습니다.
(비록, 돈이 없어서였긴 했지만) 술은 둘째날에만 풀었고, 첫째날에는 아예 마시지 않는 방향으로 했는데, 그럼에도 캠프 전체의 분위기가 너무나 친근했고 좋았습니다. 간단한 다과회만이었는데도 충분히 친해질 수 있어서, 더 좋았습니다. 물론 이것은 정치캠프라는 특수성이 단순한 MT와는 다른 데서 기인하겠지만, 그럼에도 술을 많이 안마셔도 충분히 좋은 유대감을 가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신선한 충격이었답니다. 비단 이번뿐만이 아니라, 앞으로의 당 행사에서도 과도한 운동권식 술 문화 대신 보다 상큼발랄 캐샤방한 자리(운동권은 좀 칙칙함^^;)에 대한 고민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출발 당일날에도, 사실 예산에 대한 고민은 계속되었습니다. 모자라는 예산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 채울 것인가 전전긍긍하다가 기획단이 5만원씩 내기로 결의하기도 했고, 강상구 선배님이 "내 통장에 지금 50만원 있는데, 에혀, 알았습니다. 강상구 30만원. 됐죠? 나머지는 또 알아서 고민해봅시다 우리." 이렇게 하셔서 한때 감동먹었음에도 말이죠.(기획단이 "30만원 내시니까 저희는 "신자유주의의 역사와 진실"을 사서 보겠습니다!" 이러니깐 순간적으로 급방긋하시며 40만원 낼뻔 해서 위험했다고 하심...) 그런데 "일단 이걸로 해요"라고 하면서 저와 효정이(제 학교 같은 학부 후배로, 기획단에서 회계를 맡았음)에게 주시더군요. 나중에 확인해보니까 50만원.
통장 다 터셨구나...ㅠㅠ 하는 마음에 되게 죄송스럽고, 고맙고, 부끄러웠고, 꼭 잘해야겠다는 의지가 충만해졌습니다. 사실, 그것 때문에 더더욱 2박 3일 중간중간에도 흐트러짐 없이 재미있는 추억들을 만드는 일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본인 사정, 당 사정 모두 힘든 데, 그렇게 50만원 "선뜻" 내 주시는 모습, 앞으로도 잊을 수 없을 거에요.
남들은 민노당 2/3 혁신 당대회때 버벅거리신 모습을 많이 기억하겠지만, 전 8일의 그 모습을 기억하겠어요 ㅋㅋㅋ
저와 꽤 늦게 스탭으로 참여한 임한솔, 장지혁, 나연준, 임장원을 제외한 나머지 기획단들은 운동권도 아닐 뿐더러 학생회 활동조차 해본 적이 없어서, 이번 기획에서 좀 서툴렀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럴 때마다 강상구 선배님의 질책이 있었고, 그래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이 기획을 해낼 수 있었습니다. 새삼 채찍질해주는 "선배"라는 존재의 필요성을 느꼈죠. 물론, 때로는 너무 갈궈서-_-;;; 야속했던게 사실이지만 ㅠㅠ 그래도 돌아보면 우리들, 그리고 많은 학생들에게 열정, 애정을 보내주신 강상구 선배님께 이 글을 통해 또 고마움을 표하고 싶네요.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9일날 아무 말씀도 없이 "목우촌 또래오래" 소세지 보내주신 <넥타이 부대>님께 정말 감사의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 그때 모두 다 환호성 질렀습니다. 뭐랄까, 마치 아무 말 없이 단지 '키다리 아저씨' 하나만 휙 정체만 드러내고 사라지는 그런 포스랄까. 하여간 우리 진보신당 당원들의 훈훈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2.
강연하러 와주셨던 노회찬, 심상정 대표님과 정태인, 홍세화 선생님, 그리고 장석준, 최현숙, 김현우, 윤영상 선배님, 마지막으로 진중권 선생님까지, 정말로 죄송스럽고 감사했습니다. 특히 정태인 선생님, 제가 홍세화 선생님과 같이 가실때 "저 선생님 강연료..."이 말 하니깐 바로 "야, 너 게시판에선 그렇게 죽는 소리 해놓고 나한테 강연료는 주려고 그러냐? 넌 정치해도 되겠다 야. 허허. 안 그래도 돼." 라고 말씀하셔서 캐감동....ㅠㅠ 그리고 저희가 기획한 "이불 토크"의 친근한 분위기도 가장 잘 연출해주신 것 같아서 더욱 고마웠고 감사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노회찬 의원님은 전날 15시간 동안 밤을 새고 와서도 2번 연강을 뛰셔서, 피곤하심에도 불구하고 열띤 강의 정말로 좋았습니다.(근데 옆에서 보고 있을 때 약간 피곤한 티가 나셔서 정말 죄송스러웠습니다.)
장석준, 최현숙, 김현우, 윤영상 선배님들께선 아침부터 오셨음에도 불구하고 참가자들에게 유익한 시간을 만들어주셔서 정말 좋았어요. 그때 점심 준비가 일찍 되었어야 했는데...ㅠㅠ
마지막으로 진중권 선생님. 솔직히 섭외 과정에 있어서 저는 섭외 안될까봐 조마조마했었고, 다른 스텝들이 전화를 걸 때도 그다지 따뜻한 느낌이 아니라고들 해서, "아 이거 불안불안 한데..."라는 느낌이 들었었는데, 흔쾌히 오시고, 더구나 예정된 시간보다 더 일찍 오셔서 골든벨 시상식 저 대신 해주시고 ㅋㅋㅋ 저녁도 같이 참가자들과 드셔 주시는 센스! 그리고 뒷풀이까지 밤을 새시고 버스로 저희와 함께 돌아오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피곤하실텐데도 팬들의 싸인 공세와 질문 공세(거의 순복음 교회 분위기였음...진중권 팬덤현상 ㄷㄷㄷ)에 웃음띈 얼굴로 모두 응해주신 점, 끝까지 남으셔서 다음날 여의도에 와서 점심까지 같이 한 점 등등,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특히, 2일날 밤에 아이들과 술자리에서 기타 연주와 노래를 비롯한 진중권 선생님의 인간적인 면들, 취미활동이라든가 가족 이야기라든가 등등 을 들을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아, 코고시는 것도 미학적이었어요 ㅠㅠ
'진중권 선생님꼐서도 "정말 오랜만에 MT온 기분이다."라고 하셨다고 들었어요. 그때 참석한 친구들도 진중권 선생님과 인간적으로 친해질 수 있어서 너무 기뻤다고 하더라구요. 정말 진중권, "킹.왕.짱!" 입니다 ㅠㅠ
#3.
저 개인적으로도 이번 캠프는 많은 걸 느끼고, 모두에게 고마움을 느꼈던, 그런 나날이었습니다. 그간 저는 민노당에서부터 엔엘들이 싫었고, 그들이 짜증났으며, 제 필명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다함께랑 정말 많이 싸웠고, 지금도 그들을 좋아할 수 없습니다. 그렇게, 그들과 싸우면서 나는 점점 까칠해졌고, 그래서 내 의견과 반대되는 의견에 대해서도 상당히 까칠하게 굴면서도 혼자 힘들어하는 그런 상황들이 늘어만 갔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이번 기획을 통해 저와 함께 해주는 많은 당원 분들과 좋은 친구분들, 그리고 기획단 여러분들이 있다는 것으로 인해 그런 제 모습을 돌아보고, 반성하고, 이제 더는 그러지 않아도 괜찮겠다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2박 3일간 총괄하면서 가장 기뻤던 것은, "'많이 기대를 안하고 그저 진중권 보러 온 건데 정말정말 모두 대만족이었다"라고 말씀해주셨을 때, 그 모든 참여자분들께 고맙고, 각별한 정을 느꼈었습니다. 같이 기획하고 제가 총괄하는데 일손 도와주신 기획단 여러분들께도 정말 고마웠습니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 라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그리고, 자기 일이 아닌데도 스텝으로 참여해준 임한솔, 장지혁, 나연준 등 우리 예비역 노땅 스텝 3인방에게도 민노당 토마토 시절부터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많이 의지가 되었습니다. 찍사 임한솔, 광대 나연준 등 ㅋㅋㅋㅋ 우리 캠프에 없어선 안되었던, 그런 스텝들이었습니다.
마지막날 밤에, 진중권 선생님이 화장실 나오시고 잠깐 담배피러 밖에 나가실 때 저한테 말씀하시더군요.
"우리 언제 처음 만났지?"
"2003년이요 하하."
"아 벌써 5년전이네."
"네. 그땐 어렸었죠."
"아 맞아, 그땐 정말 꼬마였는데. ㅎㅎㅎ"
"...^^;;"
담배를 무시더니 바로,
"좋네, 분위기." (쿨하심...ㅠㅠ)
그렇게 말씀해주실 때, 새삼 민노당 청소년 정치캠프가 있었던 2003년 8월부터, 지나간 저를 돌아봤었죠 문득.
정말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 진 선생님이 진보누리 후기에 "우리의 새끼 빨갱이들은 이렇게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라고 말할 때의 그 <새끼 빨갱이>였는데, 어느새 정치캠프의 참여자가 아니라, 정치캠프 기획과 총괄을 하게 되었네요. 그때 솔직히 방에 들어가서 저 혼자 감회에 젖어가지고 계속 웃으면서 다른 스텝들한테 술마시면서 얘기했답니다.
나는 혼자가 아니었고, 지금까지의 내가 오기까지 많은 분들이 저를 지켜봤고, 지켜보고 있고, 도와주시고, 영향을 주셨다는 걸 느꼈죠.
그랬었습니다. 이번 캠프, 2박 3일간 고되고 힘들었지만, 그만큼 따뜻했던 "날아가기" 였습니다.
다시 한번, 많은 당원 선배들과 강사 선생님들, 강상구 선배님, 그리고 참여해준 캠프 구성원 여러분께 기획단 전체를 대신하여 감사의 말씀 드리면서, 이만 이 긴 글을 끝맺을까 합니다.^^;;
p.s. - 사진기가 제 컴퓨터에서 인식이 안되서..ㅠㅠ 이건 내일 다른 컴퓨터에서 제 컴퓨터로 전송한 다음에 내일 일정별로 정리해서 사진과 동영상 올리겠습니다..^^;;
* 출처 : 진보신당 중앙당 당원게시판 / 레온트로츠키
http://newjinbo.org/board/view.php?id=discussion&page=1&no=16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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