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관광객 피격 사건 미묘한 입장차
ㆍ선진당 김정일위원장 사과 요구 등 강경
ㆍ진보신당 “北 무책임” 비판 민노와 차별화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에 대해 여야는 13일 “신중하면서도 철저한 진상조사”를 정부에 촉구했지만, 반응과 접근법은 판이했다.

보수 진영에서 여당인 한나라당은 북한의 책임론과 함께 진상조사를 촉구했고, 자유선진당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과를 요구하는 등 가장 강경하게 대응했다. 진보정당에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북한 책임론을 두고 대비된 입장을 보였다.

한나라당은 북한의 책임론을 제기하며 진상규명을 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조윤선 대변인은 논평에서 “북한이 책임을 전가시키는 억지 태도를 보이고 있다”면서 “민간인 관광객을 상대로 총격을 가한 것은 명백한 과잉 대응이며,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한나라당은 현지조사를 바탕으로 한 진상규명과 이를 통한 사태 해결에 초점을 뒀다. 그러면서도 이번 사건과는 별도로 남북대화가 단절되거나 남북관계가 필요 이상으로 경색되어서는 안된다는 기조도 정리했다. 집권여당으로서 향후 남북관계를 염두에 둔 대응이다.

홍준표 원내대표, 한승수 국무총리 등은 이날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고위당정회의를 갖고 “남북관계가 단절되지 않는 선에서 진상조사를 철저히 한다”는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진하 제2정책조정위원장은 “이번 사건은 대단히 중요하지만, 관광에 관한 사항이다. 정치적으로까지 북측 지도부와 연결시키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사후 대책반’을 구성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퍼주기’ 논란 속에서도 햇볕정책을 통해 금강산·개성 관광의 기반을 마련한 세력이기 때문이다. 남한 내 ‘이념 갈등’으로 옮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 최재성 대변인은 서울 당산동 당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전 정부에 대한 현 정부의 평가가 어떻든 남북 정책만큼은 계승 발전해야 한다”며 “그런데도 정부의 대응 능력이 없어 야당이 도와줘야 할 판”이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동시에 “진상이 어떻든 민간인임을 식별할 수 있었는데도 총격을 가해 사망케 한 것은 지나치고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북측을 겨냥했다.

자유선진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과 및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등 가장 강경하다. 개성관광 중단, 국회진상조사특위 구성도 제안했다. 한나라당과 ‘보수성’을 경쟁하면서, ‘대북 노선’을 차별 지점으로 삼아온 선진당의 색깔이 반영된 대응이다.

13일 열린 당 금강산특위에서 권선택 원내대표는 “(북측의) 상당한 고의성이 있거나, 고의성이 없다 하더라도 최소한 미필적 고의가 있다”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회창 총재도 전날 “관광객을 총격으로 살인하고도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는 북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대화를 제의했다”면서 “대북정책의 철학이 무엇이냐”고 비난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입장도 미묘하게 갈렸다. ‘종북주의’를 놓고 등을 돌렸던 양당 입장이 반영된 것이다.

민주노동당 강형구 부대변인은 “있어서는 안될 일이 발생했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이어 “사실을 왜곡해 사태를 사실과 다르게 증폭시킴으로써 남북관계 전반에 의도적 어려움을 조성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고 이념적 문제로 번질 것을 우려했다.

반면 진보신당은 ‘북측 책임론’도 제기했다. 사건 당일만 해도 신장식 대변인은 “민감한 사건일수록 사실이 말하도록 해하지 특정한 선입견이나 판단이 사실을 대신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13일에는 “북측이 남측 조사단 파견 요청 전통문 수신 자체를 거부한 것은 무책임하고 독선적”이라며 북한의 태도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최우규·박영환·김재중기자> 

작성일 : 2008-07-14 1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