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졸업선물로 막내누님이 시집 한 권을 선물해주었습니다. 시인은 우연찮게도 성과 이름이 저와 같은 박용주였지요. 시집 제목은 '바람찬 날에 꽃이여 꽃이여'였습니다.

시인은 80년 5월 광주민중항쟁을 목격했던 소복같은 아픔을 88년 중학교 2학년이라는 어린 나이에 '목련이 진들'이라는 시로써 표현, 88년 전남대 주최 '오월문학상'을 수상하였습니다.

82학번의 선배 한 분에게 20대에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

"**형, 형은 지금 삶의 부채가 뭐에요?"

**형이 말합니다.

"내 삶의 원죄의식은 광주인 것 같아. 그 자리에 있지 못한~~"


<목련이 진들>
                 

                                 - 박용주

목련이 지는 것을 슬퍼하지 말자
피었다 지는 것이 목련 뿐이랴
기쁨으로 피어나 눈물로 지는 것이
어디 목련 뿐이랴.
우리네 오월에는 목련보다
더 희고 정갈한 순백의 영혼들이
꽃잎처럼 떨어졌던 것을

해마다 오월은 다시 오고
겨우내 얼어붙었던 이 땅에 봄이 오면
소리없이 스러졌던 영혼들이
흰 빛 꽃잎이 되어
우리내 가슴속에 또 하나의
목련을 피우는 것을

그것은
기쁨처럼 환한 아침을 열던
설레임의 꽃이 아니요
오월의 슬픈 함성으로
한 잎 한 잎 떨어져
우리들의 가슴에 아픔으로 피어나는
순결한 꽃인 것을

눈부신 흰 빛으로 다시 피어
살아있는 사람을 부끄럽게 하고
마냥 푸른 하늘도 눈물짓는
우리들 오월의 꽃이
아직도 애처러운 눈빛을 하는데
한 낱 목련이 진들
무에 그리 슬프랴

작성일 : 2008-05-18 13: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