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아쉬운 점이 있어 한 마디 합니다. 다수에게 열려있는 인터넷시대에 비판의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고 변화된 시대상을 반영하기도 할 것 같습니다. 논문과 같은 과학적 엄밀함을 요구되는 글이 아니고 인터넷에서 보통 이루어지는 논쟁에서 비판의 대상이나 범위에 대해 일일이 한정해서 표현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사립학교법안을 개악한 수구보수진영은 꼴통이다”라고 ‘씹고’ 싶을 때 수구보수진영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어떤 사람들’이라고 논문에서처럼 ‘조작적 정의’를 통해 구체적으로 한정하여 정의하기는 힘듭니다. 당시의 논쟁과정이나 대립구도에서 상황과 맥락, 문맥에 따라 단지 한나라당 국회의원이거나 이 법안에 찬성하는 보수적인 사람들로 어림잡아 짐작하는 것이겠죠.

  한나라당 당원이라고 해도 사립학교법에 반대하는 사람이 있을 텐데, 그런 사람들이 ‘꼴통’이라는 말로 느낄 모욕을 걱정해서 구체적으로 “여기서 꼴통이라 함은 한나라당 당원도 포함, 단 반대하는 사람은 제외”라는 식으로 비판대상의 범위를 일일이 한정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면 논문처럼 100여 쪽 이상의 글로 매번 자신의 입장을 나타내야겠죠.

  물론 서로 불필요한 오해나 감정대립을 줄이기 위해 정확하고 세심한 표현을 쓰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인터넷과 같은 민주적이고 개방적인 소통수단이 보편화된-과거에 비하면 한 개인 누리꾼이(미네르바나 진중권같은) 조중동과 같은 거대언론권력과 대등해질 수 있는 의사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21세기에 부당한 권력이나 몰상식에 대해 거리낌 없는 비판이나 독설(악독하게 혀를 놀려 남을 해치는 말)과 다를 바 없는 풍자적 표현은 한편에서는 문화적으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고 봅니다. 저는 이런 점에서 거친 비판이나 풍자는 어느 정도 수용될 수 있다고 보고 저도 그렇게 표현하기도 합니다. 물론 그런 글들이 갖는 부정적 측면을 전부 옹호할 수는 없고 제 글의 한계도 알며 또 사회적인 경계도 있을 것이지만(명예훼손죄 등), 인정되는 측면이 크다는 것입니다.

  님의 글에서 대한민국 모든 경찰은 졸지에 ‘개’가 됐습니다. 사람을 개로 취급했는데, 개는 한국말에서 욕을 이루는 대표적으로 상스럽고 천한 말입니다. 범죄에 맞서며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는 다수의 경찰들, 험하고 그늘진 곳에서 공공의 안전을 위해 묵묵히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는 다수의 경찰들은 님의 글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요? 혹시 당원들 중에 경찰을 친구로 두거나 가족으로 둔 분들은 어떤 기분을 느낄까요?

  그러나 저는 님이 어떤 의도에서 경찰을 ‘개’로 만들었고 어떤 맥락에서 표현한 것인지 문맥을 이해하고 있으며, 또 ‘견찰’이라는 표현(손가락)보다 님이 전달하고자하는 내용(달)이 본질이기 때문에 별로 신경 쓰지 않습니다. 다른 분들도 그럴 거라 믿습니다. 당연히 님의 의도는 맥락을 잘 보면 대한민국 모든 경찰을 ‘개’라고 모욕하기 위해 쓴 글도 아니고요.

  그러나 님은 이런 식으로 어떤 대상을 함부로 규정하는 것에 대해 폭력이나 딱지붙이기라며 극도로 엄격했던 것으로 압니다. 시비를 걸자는 뜻이 아니라 님이 일전에 보여준 모습이 평소의 소신인지 아니면 당시의 일시적 대응이었는지 일관적이지 못하거나 모순적인 것 같아 한 마디 남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