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수도권 규제 완화 움직임이 보다 구체화됐다고 봐야 한다. 수도권 지역의 단체장을 비롯하여 지역구 출신 국회의원 등 정치권의 집요한 규제 해제 요구에 이미 정부의 내부 방향 및 방침이 그 쪽으로 정해졌다는 여러 가지 징후가 보였기 때문이다.

엊그제 마침내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수도권 규제 완화와 관련하여 “욕을 먹겠지만 불합리한 건 풀어줘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10월 중엔 수도권에 관한 대책이 나올 것이다.”며 수도권 규제 완화 방침을 분명히 드러냈다. 이것은 ‘선 지방 발전, 후 수도권 규제 해제’라는 종래의 의견을 완전히 뒤집는 언급이다.

최근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 수도권 중심의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 등 친 수도권 정책으로 비수도권의 반발을 사고 있는 정부가 수도권 규제 완화 방침을 이런 식, 즉 “욕을 먹더라도” 강행하겠다 함으로써 비수도권은 이에 전면적인 저항을 스스로 자제할 수 없다는 입장에 서게 된다. “불합리한 건 풀어줘야 하겠다.”는 것은 또 무슨 소리인지 비수도권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그렇다면 기본적으로 역대 정부가 수도권의 과점적 비대화를 크게 우려하여 공장총량제 등을 내용으로 하는 수도권정비계획법을 제정한 것은 도대체 무엇이었으며,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 수도권 규제 해제의 방향이 아니라 오히려 지방의 규제를 완화하는 방식, 곧 ‘5+2 광역경제권’을 설정한 것은 또 무엇인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사실 ‘5+2’의 방식도 거대 경제권, 즉 수도권 충북권 대경권에 둘러싸인 강원도의 경우 지역 총량의 상대적 열세에 따라 몇 가지 규제가 풀린들 별 실효를 얻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가 들린다. 즉, 이명박 정부의 국가 경쟁력 제고 전략이 보다 덜 합리적이란 비판이 나오는 즈음이다. 그럼에도 국토해양부 장관이 기존의 수도권 규제를 “불합리하다” 하고 있으니, 구체적으로 무엇이 그러한지, 또 과연 어느 것이 더 불합리한지 묻는다.

그동안 지방은 “2012년까지 수도권 규제를 지켜 달라.”고 거듭 외쳐왔다. 그 때마다 정부는 ‘선 지방’을 강조해 왔고, 비수도권은 정부의 이 말을 믿어 왔다. 정 장관의 발언은 따라서 명백한 위약 혹은 식언이다.수도권 규제의 둑이 마침내 무너지는 10월 발표 이후 발생할 국가적 논란 및 혼란을 염려한다. 그로 인해 국가 에너지와 경쟁력은 또 얼마나 유실될지 심히 걱정스럽다. 

강원도민일보 2008년 09월 29일 (월) 

작성일 : 2008-09-29 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