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는 4시간 동안 치열하게 토론되었으며, 토론회의 내용을 보다 충실하게 전달하기 위하여 몇회로 나눠 연재한다.
이강익 강원도당 정책연구원은 수도권 의존적이며 지역의 부가 수도권으로 유출되고 있는 현실을 비롯하여 고용불안과 소득수준은 최하위권이며, 인재가 유출되고 도내 계층간·지역간 격차가 심화되어 낙후지역화 되고 있는 강원도의 현실에 대해 구체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설명하였다.
이러한 강원도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주요 과제로 “△자립적 순환경제구조로 전환해야 하며, △고용여건과 교육여건 마련을 통해 지역주민 유출을 막고, 내발적 혁신주체를 육성하고, △저출산고령화 추세에 대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며, △정규직-비정규직간 양극화 해소방안 마련 및 노조의 적극적 개입, △자영업 및 구도심 활성화 방안 마련, △도내 지역간 불균등 발전의 해소를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강원도의 열악한 현실과 지역 주민의 어려움데 대해 진보진영은 지역을 바꿀 대안과 역량이 있는가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하였다.
이강익 정책연구원은 “강원도내에서 민주노총 조합원은 2만 5천명으로 지역내 최대조직이지만, 그에 걸맞는 지역내 영향력이 없다”고 지적하고, 그 이유로는 “△보수적인 지역 분위기 △노조가 행정 담당자들와 연계를 꺼려하며, △시민단체도 노조와의 연계를 꺼려하고, △기업별 노조주의의 전통으로 인해 작업장을 넘어서는 지역사회 문제에 대한 무관심하며, △중앙 중심주의의 관행이 강하고, △지역에 대한 중장기적 비전·전략이 거의 없다”는 점을 적하였다. “지역 사회를 바꾸는 핵심 주체가 노동조합인데, 노동조합이 지역사회를 바꿀 전략을 세우지 못하고 선거때만 조금 이야기하는 수준이다보니 지역내 영향력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반면 시민단체와의 연대 과정을 보면 “노동계급 중심주의가 강하며, 문제 해결 능력 보다는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높은 수준의 요구사항을 내걸고 투쟁하는 최대강령주의가 강하고, 시민단체는 개량조직이므로 변혁 운동의 부수물 정도로 생각하는 활동가들이 많다. 이런 인식으로는 지역사회와 같이 하는 것은 힘들다”는 것이다.
"문제 해결 능력없이 목소리만 내는 최대강령주의"
최대강령주의의 문제점에 대해 비정규직 문제 해법을 예로 들었다. “노동운동에서는 현재 정치지형에서 관철이 불가능한 비정규직 정규직화에만 매몰되다 보니 중소기업 노동자의 문제 등을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 노동자의 경우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크게 나누지 않고 있으며,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안을 좀 더 폭넓게 찾아야 하는데, ‘비정규직 정규직화’ 요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2006년, 정부에서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완전한 정규직이 아닌 ‘무기계약화’하겠다고 했는데 지역의 진보진영에서는 ‘무기계약화는 정규직화를 외면하고 무기계약으로 묶어 놓을 수 있다’는 이유로 무기계약 확대를 거부하고 실현가능성이 없는 ‘비정규직 정규직화’만 주장하였다”는 것이다. 그 결과 “제주도의 경우 80% 가량이 무기계약화 되었지만, 강원도의 경우 단 5.9%만이 무기계약화로 전환되었다”는 것이다. “조금 개량적이더라도 구체적이고 세부적으로 접근해서 비정규직의 삶을 높이는 개입전략을 펴야 하는데, 최대강령주의는 이러한 다양한 전략을 거부하고 목소리만 내는 것 외에는 달리 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민연금에 대한 사회연대전략의 경험을 소개하였다.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이 34만명에 달하는데, 정규직이 일정정도 부담하고 사용자와 정부를 끌어들여 국민연금 사각지대를 해소하자는 전략이었는데, 주로 노동운동과 민노당내의 급진적인 그룹에 의해 개량이라는 이유로 거부되었다. 이런 방식으로 노조가 서민의 대변자로서 헤게모니 전략을 펼칠수 있는가에 대해 회의적”이라는 것이다.
시민운동, "단체를 넘어서야"
그는 또 시민단체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지적하였는데, “△단체에 갇힌 시민운동, △전문성 취약, △시민없는 시민운동, △정부의존적인 시민운동, △지역 서민의 삶과 멀어진 시민운동, △지역사회를 바꿀 장기비전과 전략이 취약”한 점을 지적하였다. 그러나 “시민운동의 문제를 알고 있고, 바꾸고자 하는 고민과 노력이 많다는 점에서 노동운동보다는 훨씬 낫다”며 시민운동에 대한 희망을 피력하였다.
특히 시민운동의 중요한 사례로 원주협동조합협의회와 춘천고용포럼의 예를 들었다. “원주협동조합협의회는 앞서 열거한 시민운동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단체를 넘어선 네트워크, 국제교류, 지역의 미래를 만들기 위한 다차원적인 활동, 지역을 바꾸기 위한 비전과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원주를 바꾸기 위한 가치 공유를 하고 있고, 협동조합운동의 중심축이고, 로컬푸드 운동의 중심축이고, 최근에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춘천의 경우에도 춘천고용포럼에서 단체의 틀을 넘어서서 지역의 장기적인 비전을 고민하고, 단체를 넘어서서 로컬푸트 사업단을 만드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소개하며, 이런 측면에서 희망을 발견한다고 언급하였다.
진보신당은 민노당의 오류와 한계를 극복했나?
그의 비판은 진보신당으로 이어졌다. 민노당의 위기 원인으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이 없고, △국민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는 대중 지도자, △노동계만 대변하는 편협한 이미지, △민족문제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친북이미지, △경직된 운동권적 정파구조와 조직문화” 등의 문제점을 소개하고, “민노당을 나오면서 낡은 진보를 극복하고 생활속의 진보를 구현하겠다고 했지만, 전혀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진보신당은 왜 민노당의 오류와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을까를 고민해 봐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결론적으로 그는 “진보신당의 입장에서 무엇을 할지 고민하지 말고, 지역의 시각에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보고 진보신당이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전략을 써야만 진보신당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보았다. “지역의 문제에 대해 진보신당 독자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풀어가야 하며, 사회적 경제를 중심으로 생활정치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하였다.“ 춘천, 원주는 로컬푸드 사업을 시행하고 있고, 지역화폐, 대안교육센터, 민중의 집 등에 대해 고민하고 있으며, 이러한 일에 적극 참여하고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무리한 사업보다는 포럼을 통해 토론을 조직하고 공부하는 사업에 참여하면서 지역사회의 대안, 전략조정의 대안, 미래를 제시하는 대안 세력으로서의 자기 역량을 확고히 인정받는 것을 통해 지역 시민사회의 전략조정센터를 만드는 역할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문하였다.
마지막으로 "노동운동의 전략과 노선을 바꾸는데 진보신당이 역할을 해 줄 것"을 요구하였다. “지금 우리 노동운동은 조합원의 이해를 대변하면서 전투적인 전술을 펼치는 ‘전투적 경제주의’에 머물러 있는데, 이것을 비정규직이나 서민의 이해를 대변하는 ‘사회연대적인 노조’나 ‘사회운동적인 노조’로 바꿔야 한다”고 주문하였다.
정규직화 요구가 최대강령의 의미로 해석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뜻하지 않게 비정규 노동운동이 그렇게 비쳐질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규직화의 요구가 구체적이고 현실적이고 다양하고 대중적이고 세부적으로 접근하는 방안을 거부하는 것은 아닙니다. 구체,현실,다양,대중,세부적인 방안도 '정규직화'라는 원칙이 튼튼하고 흔들림이 없을때 가능한 것인데 현재 총연맹, 각 산별의 노동운동은 '정규직화'라는 원칙을 저버리고 현실적인 타협안을 최대과제로 설정함에 따라 비정규운동 진영에서는 더 강하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하게 되는 것이죠.
중소영세사업장,건설,기타일용 노동자의 현실은 비정규직 노동자와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러한 노동자들은 지역노조(일반노조)에서 조직화와 생존권 투쟁을 담당하고 있는데 여러가지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비정규직 투쟁과 중소영세,건설,기타일용 노동자 투쟁은 큰 틀에서는 같은 맥락이지만 운동의 성과를 위해서는 다른 개념이 필요할듯 합니다. 비정규 운동의 개념으로 모두 처리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벅찬면이 많습니다. 노동운동이라는 동일한 비전을 지향하지만 중소영세,건설,기타일용노동운동에 관한 전략은 새롭게 재구성되어야 함에는 동의합니다.
제주도의 경우에는 공공연맹에서 집단조직화하여 80%의 성과를 낸 것으로 알고 있고 진보진영에서 무기계약전환을 공식적으로는 비판했지만 무작정 반대하면서 '거부'한 것은 아닙니다. 강원도는 여러여건상 적극적으로 조직화가 어려웠던 결과가 반영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강익 정책위원님의 예리한 질문에 다시금 긴장하게 됩니다. 더욱 많은 정책연구를 부탁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지역 일반노조에서 열심히 활동하시는 붉은발레단님의 말씀을 십분 이해하지만, 제가 보기에 이강익 연구원은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요구 자체가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비정규직 정규직화만 주장하고, 개량이지만 나름대로는 의미가 있는 '무기계약화 확대'를 거부한데 대해 문제제기 하는 것입니다.
붉은발레단님의 지적처럼 "강원도에서는 여러 여건상 적극적으로 조직화가 어려웠다"기 보다는, 현실적으로 개입하면서 성과를 낼 수 있는 '무기계약화 확대'는 '개량주의'라는 논리로 거부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주장한 분들은 실현 가능성이 없는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외친 것 외에는, 달리 아무것도 한 일이 없다는 아쉬움이겠지요.
'비정규직 철폐'를 가장 열심히 외치는 곳은 분명 민주노총과 진보정당이지만, 정작 비정규직들은 민주노총과 진보정당을 신뢰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가슴 아프게 반성하고 있습니다. 권력과 자본과 언론에 의해 왜곡된 측면도 있겠지만, 진보진영 또한 잘못은 없는지 겸허하게 되돌아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책연구원님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대해서 틀렸다는 지적을 하신 것은 물론 잘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부의 '무기계약전환'을 수용하는 것을 꼭 '개량'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럼 세상에 '개량' 아닌 것이 뭐 있나요(우리 노동조합의 단체협약서는 완전 '어용'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비정규, 중소영세, 건설, 기타 일용 노동자 운동의 자세와 관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세와 관점과 내부 역량이 튼튼해지면 '무기계약전환'을 충분히 활용하여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가지 궁금한건 꼬리찌빠님의 말씀대로라면 강원도에서 무기계약전환에 대해 거부하고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는 내용인듯 한데 저는 처음 듣는 얘기거든요. 민주노총 강원본부에서 그랬다는건지, 공공연맹 강원본부에서 그랬다는건지...아님 지역일반노조에서 그랬다는 건지,,, 무기계약전환 발표가 있고 나서 각 조직이 공식적으로는 비판 성명을 냈지만, 조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판단하고 현장조직화를 많이 했었거든요. 제주에서는 공공연맹 가입을 통해 무기계약전환 대상자의 수도 늘리고, 2년이 안된 노동자도 고용보장 투쟁을 하며 조직화가 되었구요. 우리 노조에서도 지자체에 근무하는 무기계약전환 노동자를 조직화하기도 했었습니다. 연구원님과 꼬리찌바님이 동일하게 '거부'라는 입장을 갖고 계시다면 '사실'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듯한데... 어느 조직인지 굉장히 대단한 조직인걸로 보여집니다.
발레단님의 토론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지역차원에서 우리가 풀어나갈 수 있는 구체적인 비정규직 사업안은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전통적인 비정규직 조직화 방식으로는 10%의 성공도 거두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그 투쟁과정이 너무 힘겹고요. 물론 그렇다고 기존 방식을 포기하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만 저와 진보신당의 입장에서 볼 때, 이 문제와 관련하여 좀 더 창조적이고 지역사회의 협력을 끌어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노조 방식으로 넘어서도 사업을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대안교육센터'를 통해 사립학원 강사 및 대학비정규직 교수 문제에 접근하는 방안을 고민 중에 있습니다. 이 센터는 장기적으로 공교육 리모델링의 일환이지만 다른 한 축으로 강사(비정규직)의 소득증대, 일자리 질 개선, 의미있는 대안교육 과정에의 참여 등 소중한 노동의 의미가 부여되는 장이기도 합니다.
그 날 토론회에 참석한 한 사람으로 소회를 풀어놓자면 이제 논리의 체계는 구체적인 정보, 데이터와 함께 뚜렷한 연구결과로 제출되어야 한다는 것. 설명하자면 지역과 세대, 정책에 대해 그만큼 시간과 공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동의 여부를 떠나 이강익 연구위원 수고했습니다. 춘천, 원주와 강릉 나아가 강원도에 이강익 연구위원 같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 진보신당의 큰 자산입니다.
![[중앙당] 당원가입](/images/menu_top_ipdang.gif)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