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당 당게에서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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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제 인사부터 드려야겠지요?!

저는 마포구에 있는 모 한의원에서 부원장으로 진료하고 있는 한의사입니다.

여러분들이 흔히 떠올리시는 것처럼 머리가 호홈한, 연세 지긋한 한의사는 절대 아닙니다.

(한의대도 매년 졸업생을 배출합니다. 그러니까 저처럼 젊은 한의사도 많이 있는 게 당연하잖습니까 @.@)

물론 저희 원장님도 저도 모두 진보신당 당원입니다.

마포가 묘한^^ 동네라서 이런 한의원도 있습니다.

저는 월급에서 꼬박꼬박 세금 내고 있구요,

당비 잘못 인출해 갔다고 제 통장으로 다시 환급했을 때 무척 가슴 아파했습니다. ㅋㅎ

저희 원장님은 창당기금 꽤 낸 것으로 알고 있구요^^

당직자분이 '감사합니다' 했을 때, '어이쿠~ 누가 할 소릴 ...' 했던 사람 중 한명입니다.

저는 원래 K대 사학과(동양사) 93학번이었습니다.^^

졸업하고 나서 남들보다 밥좀 더 편하게 벌어먹어 보겠다고 한의대엘 다시 갔지요.

아무튼, anyway,

제가 신입생이었을 때는 김영상 정권 첫 해였습니다.

소위 '문민정권'이라고 사람들이 많이 혼란스러워하던 그런 때에 대학 생활을 시작했지요.

'문민정권'은 그 본질이 까발려지기 전까지 국민들은 물론 꽤 많은 진보인사들에게조차

어느정도 인기가 있었습니다. 하나회 숙청이니 금융실명제니 무대뽀 인기정책을 더러 폈으니까요.

그치만 좌파들에게는 아주 냉혹했지요.

당시 대학 신입생으로서 겪은 '문민정권'의 첫모습은 쇠파이프와 화염병 엄벌이었습니다.

소위 '운동권'들은 기본적인 저항의 물리력을 빼앗기는 것에 대해 엄청나게 두려워했지만

결국 대세를 따라 서서히 양순한 양들이 되어 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러다가 93년 가을쯤 접어들면서 '원진레이온 투쟁'이 터졌습니다.

그해 서울 시내에서 폭투를 박았던 거의 유일한 투쟁이었을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 물론 전해투 투쟁도 있었지만, 학생단위 쪽에서는 동력이 거의 모이질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제가 원진레이온 투쟁을 '따라' 다니면서 느꼈던 것은

아! 넘지 말아야 할 것으로 생각되었던 경계선도 옳다고 믿는다면 넘어도 되는구나 ...

뭐 그런 깨달음이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세상이 정한 합법과 불법이 모두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

다소 사설이 길었지요?!

제가 원래 말씀드리려던 것은 원래 이런 얘기였습니다.

어제 촛불집회를 따라가다보니 문득 예전의 그 기억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길거리를 가득 메운 시민들을 보면서,

그리고 12시 이후 많은 사람들이 떠난 상태에서 그래도 자리를 지키고 남은 대오들이

전혀 새로운 형태의 투쟁을 벌이는 것을 보고서 정말 많이 놀랐습니다.

그리고 가슴 벅찼어요!!

듣기에 따라서 궤변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지도단위가 없다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도부가 없으니 연행할 지도부도 없고

해산시키고 싶어도 누굴 붙잡고 '쇼부'쳐야 할 지 몰라 경찰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더군요.

시민들이 그동안 쇠파이프와 화염병을 내려놓고 있어서 우왕좌왕한 만큼

경찰들 역시, 신병들이건 낙엽도 조심해야 한다는 말년 수경이건 긴장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방패와 방패 사이는 엉성하게 띄어져 있고, 닥달은 당했는데 독기는 빠져있고 ... ^^

아마도 이제부터는 서로에게 익숙치 않은 투쟁의 현장들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상황은 우리 모두에게, 투쟁하는 자와 투쟁을 막으려는 자 모두에게 익숙치 않은 것인데도

양자 모두 과거의 익숙함에 유혹을 느끼겠지요.

그리고 그 과거의 익숙함은 모두 '폭력'으로 연결돼 있다는 점이 안타까운 점이고

때문에 그것이 우리가 그 과거의 익숙함으로 결코 돌아가서는 안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런 익숙함으로부터 탈출하는 대신 새로운 투쟁 전형을 만들면 되잖을까 생각되네요.

경찰이 이쪽을 막으면 반대편으로 돌아가면 되고

방패가 대오를 반으로 나누면 나뉘었다가 또 합치면 되고

잡혀서 닭장차에 실리면 묵비권 행사하고 전화 한통화하면 되고 ... ...

대신 끈질기게 평화적으로 대대적으로 투쟁하면 되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꼭 청와대를 갈 필요도 사실 없잖습니까?!

말이야 바른 말이지, 청와대 진격해서 뭐할라고요? ㅋㅎㅎㅎ

그냥 우리들의 투쟁 대오는 질긴 가죽 물풍선처럼 이리 누루면 저리 튀어 나가고

저리 누루면 도로 여기가 튀어 나오는 ...

그러면서 계속 커져만 가는 그런 대오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커지다 커지다 빵!! 하고 터지겠지요. 그럼 곧 혁명입니다. ^^ 아닐까요?

아직 4년 9개월 남았고, 그래서 물풍선 커지려면 더 시간 걸릴 것이고,

그래서 오래 싸우려면 어떤 방법이 필요한가 고민해 보게 되네요.

조급함에 지면, 그래서 과거의 익숙함으로 돌아가게 되면 그땐 흐물흐물

김빠진 물풍선되기 금방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 ㅠ.ㅠ 글을 쓰다보니 논지가 갈수록 흐려집니다. 죄송합니다.

아래에 간단한 문장들로 제 주장을 다시한번 정리해 보겠습니다.

1 담배피지 말자.

정 담배피고 싶으면 대오에서 이탈해서 좀 멀찍이 떨어져서 담배피고 들어오면 되지 싶어요.

물론, 저도 담배를 피우는 사람인데 담배 연기 싫어합니다. 담배 싫어하는 사람들 어떻겠습니까?

촛불 집회 때는 물론이거니와 도로 행진 때도 사람들 많은 곳에서는 담배 피지 맙시다.

2 물 한통씩 준비하자.

여름철에 탈수 조심해야 하니까 번거롭더라도 생수 한통씩. 맥주나 소주는 자제^^

3 대오를 순환하자.

너무 격양돼서 방패받이 오래 하다보면 감정 오르는 게 당연지사. 그러다 보면 또 쌈 나고 ...

전경 잡아먹을 것도 아니니까 대치 상황이 오래된다 싶으면

스스로 알아서 선두 대오 순환 좀 하는 건 어떨까 싶어요.

후미에 선 사람들도 방패 만져보고 싶단 말이지요~

더 크게는 집회 참여 날짜도 조절을 어느정도 해야 할 듯 싶습니다.

사람 적을 것 같은 날, 사람 많을 것 같은 날 잘 살펴서 삼삼오오 짝지어 참여하시는 건 어떨지?!

4 폭력을 자제하자.

전경 때려봐야 되로 주고 말로 받습니다. 전경 중대 한 개 깼다고 해서 이명박 물러나는 것도 아닙니다.

힘있는 남성분들, 혈기 왕성한 청년 여러분들~

지금까지는 참 부드럽게 잘 해 주시고 계십니다만, 앞으로가 문제겠지요.

계속 지금처럼 적당히 몸싸움하고 그만둡시다. 하루이틀 할 것도 아닌데 ... ...

5 전경들 너무 놀리지 말자. 불쌍하지 않나?!

저도 나름대로 군생활 빡세게 한 사람입니다. 특공대 나왔습니다. 후방 특공대가 뭐 하는 데냐면,

80년 광주처럼 민중항쟁이 일어나면 전방에서 특전사 빼오기 위험하니까 83년부터 만든 군대입니다.

지금이야 간첩 잡고 테러 방지하러 다닌다고는 하지만 원래 그런 목적의 부대였습니다.

저 특공대 차출됐을 때 무지 고민했습니다. 모래시계 주인공(박상원) 꼴 나는 거 아닌가 해서 말입니다.

다들 군생활 해보셔서 아시지 않습니까? 그런 고민 한두번씩 다들 해 보셨을 것이고,

군 도바리 친 분들도 많이 계실 테지요.

우리 당원들 중에 군대에서 양심선언한 사람들 수두룩한 것도 아니고 ...

너무 전경들한테 애국심도 없는 놈들, 양심도 없는 놈들, 폭력만 아는 놈들 욕하지 맙시다.

전경을 두둔하자는 게 아니라, 전경과 감정적으로 물리적으로 싸울 일이 아니란 얘깁니다.

여론이 좋을 때 항상 조심하고 어떻게 더 대중적인 운동으로 확산시킬 것이냐 고민해 보잔 말이죠.

그러려면 보다 다양한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무엇보다 폭력성이 거세되어야 한다는 결론입니다. 제 결론은 그렇습니다.

(쇠파이프없이 화염병없이 대중투쟁을 계속하기에는 성에 안 차시더라도 좀더 자제합시다.

물론 혁명 정국이 온다면야 물리력이 필요하겠지요?!

그땐 두말않고 혁명군에 입대하면 되는 것이고 ...)

우리는 집회하러 나온 시민들이지, 용병이 아니지 않습니까?!

아, 그리고 어제 끝까지 인터넷 방송해 주신 진중권 교수님 정말 감사했습니다.

끝까지 이성을 잃지 않고, 현장 소식 차분히(이리저리 치여대서 많이 안쓰럽더이다^^) 전해 주셔서

뭐라 감사의 말씀을 드리기가 힘듭니다.

저로서는 요즘 집회 현장이 더 신나고 흥분되는 게 사실입니다.

대신 국민들의 여론이 국민들의 시선이

우리에게 거리를 활보할, 이만큼 거리를 되찾게 해 준 권리를 쥐어 줬을 때

그걸 마지막까지 현명하게 사용해야 되지 않나 싶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만 나오기 때문이니까요~~
 

작성일 : 2008-05-27 17: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