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당 홈페이지 논쟁을 보면서 미뤄두었던 고민을 슬쩍 꺼내어 보았다. 지금까지 미루어 두었던 이유는 '내가 굳이 고민을 안해도 될 일'이었고 '내가 생각해 봤자'였고 '당분간 관망'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상당히 궁금한 것이었고 또 알고 싶어서 - 역시 배운것들이 문제다. 논쟁에 나와 있는 많은 글들을 현장에서 이해하기란 어렵다. 그런데 나도 대중들에게는 외계어인 고상한, 깊이 있는, 뭔가 있는 듯한 말들을 쏫아낸다. 나 역시 배운놈이거나 혹은 배운놈인 척하는 놈일 것이다.- 관심있게 읽고 나름 고민도 해보았다.

읽어 본 결과 -짜잔! 흥미진진, 기대만발- 뭔 얘기인지 모르겠다는게 솔직한 심정이다. 내 머리로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뭘 하자는 건지, 뭘 하기위해서 어떻게 하라는 건지, 그냥 가만히 앉아 있으라는 건지...나는 배운놈이 아니라 배운 놈인척 하는 놈이었다. 칭찬인가? 욕인가?

눈에 확 들어오도록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글은 없나? 아마 없었던 것 같다. 아니, 주대환의 글은 좀 일목요연했다. 그의 주장을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이해하는 것과 동의하는 것은 다른 개념이다.

당의 정체성과 진로에 관하여 누구나 고민을 하지만 왜 그것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듯한 느낌을 받는 것일까? 사회당과 녹색과의 연합 테이블이 중요하고 2010이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지는 않을까?

왜 진정한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는가? 우리지역은 왜 하지 않는가? 중앙에서 하고 있다면 그 과정과 내용이 당원에게는 어째서 오고 있지 않는가?

도당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것에 사실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사업계획이 제출되면 집행을 해야할 것이고, 그러다 보면 정작 해야할 것을 놓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시기좌파에게 필요한 것은 1. 진정한 평가의 과정과 내용 2. 당의 정체성과 진로에 관한 공부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된다면 사회당과 녹색의 관계정립도 쉬울텐데 아쉬운 부분이다. 지금은 운동을 구걸할때가 아니라 나를 버리고 해체함으로써 새로운 대안을 찾을 소중한 시기이다.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당이 중간과정으로서 존재한다고 들었는데 실제로는 당의 중심성이 굉장히 강해진것 같다. 내 느낌에 진보신당의 정체성은 무조건 깨지면 안되는 것이고 진보신당을 중심으로 좌파의 논의가 되어야 하는 것쯤으로 여겨진다.

2010에 관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하는데, 2010에 관한 고민을 이해는 하지만 동의할 의사는 없다. 어쩔 수 없이 따라가는 것일 뿐이다. 내 능력으로는 내 의견을 관철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2010에서 패하면 당도 없어지고 존립기반도 힘들고 대중들로부터 잊혀지기도 할 것이고 결국 자멸할 것이다라는 판단인것 같다. 하지만 선거를 하면서 당이라는 구조와 체계와 권력을 지키기 위해 많은 무리를 해야 하고 그 결과 우리는 진보신당의 틀안에 완전히 갖혀 버릴 것만 같다. 우리를 유지하기도 바쁜데 언제 우리를 평가하고 정체성을 확립하고 진로를 결정하고 비전을 세우나? 앞으로 10년간은 선거용 정당은 안했으면 한다.

나는 진보신당을 하러 당에 들어온 것은 아니다. 좌파의 갈 길을 모색하러 들어온 것이다. 얘기할 만한 사람들과 얘기를 하고 싶었고 고민을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사회주의정치연합과도 소통을 하려고 한다. 그런데 요즘은 당이 점점 더 견고해지는것 같아 걱정이다. 이것인지 저것인지 결정도 못했는데 그냥 견고해지고 나면 어떻게 푸나?

중앙당에서, 지역에서 많은 고민을 했으면 좋겠다. 사업계획서에 평가와 전망을 위한 토론과 논의와 공부의 내용이 많았으면 좋겠다.

작성일 : 2008-09-18 1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