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진보신당이 내세우는 새로운 가치에 공감하는 한 사람으로서 강원도당 위원장 선거를 놓고 벌어지는 현재의 상황이 본질은 놓친 채 상호 간 비방으로 채워지는 것 같아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다.

2.

사안은 비교적 간단하고 명료함에도 이 문제는 이 곳에서 무척 어지럽고 혼란스럽게 다루어지고 있다. 길기수씨는 당시 ‘봄소풍’에서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욕설과 폭력을 행사했다. 그리고 다른 사례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가벼운 징계인 6개월 자격정지를 받았다. 그 후 당시 징계기관의 권고사항이었던 피해자에 대한 자발적 사과도 하지 않은 채 10개월이 지난 후 강원도당위원장 후보로 나왔고 사과문은 그 후 3일 만에 올라왔다. 길기수씨 반대진영은 길기수씨의 이러한 폭력에 대한 성찰과 반성, 피해자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가 없는 모습은 새로운 진보를 주장하는 진보신당 정치인의 자격으로는 모자란다고 판단하고 길기수씨의 사퇴를 주장했다.

이들의 요구는 평소 진보진영이 한국사회에 요구하는 일체의 폭력에 대한 엄격함(성폭력 포함), 정치인으로서의 도덕적 자질에 대한 기준으로 놓고 볼 때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우리사회의 일반적 상식기준에서 놓고 볼 때도 당시 사태는 크게 문제가 될 만한 사안이어서 우리사회로부터 더 높은 도덕적 잣대를 요구받는 진보진영으로서 어렵지 않게 선택할 수 있는 요구조건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2006년 길기수씨가 민주노동당 강원도당 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한나라당 최연희 의원 성추행에 대해 강원도당은 의원직사퇴를 촉구했었고 이러한 요구는 당시 일반적인 국민여론이기도 했다.

3.

길기수씨 낙선운동 진영의 주장과 요구에 모든 사람이 다 동의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들 또한 자신들의 요구에 대해 강원지역 당원 모두가 100% 동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물론 이들의 방식은 광우병정국 당시 촛불시민들의 상품불매운동처럼 다소 거칠고 잘못된 측면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과정 상 나타나는 몇 가지 오류가 이들이 제기하는 문제의 본질 자체를 왜곡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또한 이들이 문제 삼는 길기수씨의 자질에 대한 문제는 새로운 진보를 시작하겠다는 진보신당 정치인으로서, 공인으로서의 도덕적 자질이지 한 개인에 대한 인격적 폄하운동으로 잘 못 해석돼서도 안 될 것이다. 어느 누구도 공인이 아닌 한 개인으로서의 인격을 함부로 평가할 수는 없다. 여기서 벌어지고 있는 현재의 논란을 보면 이들이 제기하는 폭력에 대한 성찰과 공인으로서의 후보자의 도덕적 자질문제는 모두 빠져버린 채 이들의 과정상의 오류가 문제의 본질인 냥 돼 버린 느낌이다. 게다가 길기수씨는 자신의 2차 사과문에서 고성방가가 있었거나 피해자가 먼저 욕설을 하여 자신의 폭력이 어쩔 수 없이 유발됐다는 등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자신의 폭력을 합리화하려다 오히려 피해자에게 또 한 번의 상처를 입혔고, 이 후 다시금 사과문이 올라오는 등 길기수씨의 도덕적 자질이 계속적으로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음에도, 오히려 이들이 처음에 제기한 문제의 본질은 점점 그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느낌이다.

4.

이미 길기수씨는 사퇴를 거부했고 선거를 끝까지 진행한다는 판단을 내린 듯하다. 또 반대진영은 계속적으로 낙선운동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어느 한 쪽의 생각이 일방적으로 옳다는 주장이 큰 의미가 없는 상황에서, 폭력에 대한 성찰과 반성, 진보정치인으로서, 공인으로서의 후보자의 도덕적 자질에 대해 어느 쪽이 유권자들에게 보다 설득력있게 자신들의 주장을 전달하느냐에 따라 그 정당성을 인정받게 됐다. 오류는 줄이되 본질은 놓치지 말고 남은 기간 동안 이성과 상식에 맞게 논쟁이 진행되길 바란다.

작성일 : 2009-03-25 07: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