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상황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 세계적 금융위기의 여파로 원·달러 환율과 주식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실물경제로의 파급도 나타나고 있다. 일각에선 1997년 외환위기 때만큼 상황을 심각하게 바라본다. 정부는 수출 촉진과 감세 등 경기부양을 통한 경제회생에 초점을 두고 있다. 성장주의 기조의 연장선이다. 경제위기의 상황은 과연 어느 정도인가. 정부가 내놓고 있는 처방전은 맞는 방향인가. ‘진보의 시각’으로 그 진단을 듣기 위해 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를 만났다. 심 대표는 지난 10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가 금융자본주의 깊숙이 편입돼 있기 때문에 금융위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면서 “그런 취약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써야 하는데, 오히려 절망의 끝이라도 보려는 듯 오히려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정부의 대응 기조를 비판했다.
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가 지난 10일 여의도 진보신당 대표실에서 경제위기에 대한 진단과 대책을 밝히고 있다. |서성일기자
특히 종부세 완화 및 감세 정책을 겨냥, “대기업과 부자의 세금을 깎아주어 투자와 소비를 늘리겠다는 취지를 내세우지만, 대기업이 세금 때문에 투자하지 않는 것이 아니며 부자들의 소비는 주로 해외소비여서 내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정적자 확대와 지역불균형 확대, 복지 축소로 이어져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경기침체를 구조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제위기 대응 해법과 관련, 심 대표는 “지금은 수출이 아니라 강력한 내수진작 정책을 써야 한다”면서 “금융 선진화의 이름으로 추진했던 개방과 규제 완화 등의 정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이 정권이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교체”라고 강조했다.
-현재의 경제상황을 어떻게 진단합니까.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적인 위기로 발전되고 있는데, 문제는 우리나라가 이런 위기에 가장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대외의존도가 75%에 달하고, 미국 금융자본주의에 깊이 편입돼 있기 때문이죠. 이럴 때일수록 위기의 책임을 배분하는 정부와 정치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두 가지 모두 무력화됐기 때문에 위기상황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고, 서민의 삶도 더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봅니다.”
-1997년 외환위기 상황과 현재를 비교한다면.
“정부는 97년보다 외환보유액이 12배나 많다면서 그 때와 지금은 다르다고 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외환보유액의 질(質)입니다. 유동성 위기의 가능성과 조건에 대해 주밀하게 살펴봐야 합니다. 실제 정부가 2400억달러라는 돈을 가지고 있지만, 단기차입이 1600억달러 정도로 비중이 높고 단기외채의 상환기한도 단축되고 있습니다. 해외투자 자산의 막대한 부실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중요한 것은 양(量)이 아니라 2~3개월 이내에 가용할 수 있는 외환보유액의 실질 규모입니다. 정부는 800억달러를 이야기하지만, 우리 계산법으로는 그 절반 이하로 판단됩니다. 금융시스템 경색에 따른 유동성 위기 가능성이 높은 상황입니다.”
-위기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것입니까.
“정부는 기업의 펀더멘털(기초)도 튼튼하다고 하는데, 소수 대기업의 이야기입니다. 중소기업과 가계는 매우 어렵습니다. 금융위기가 심화되면 가계 부채에서 펑크가 날 겁니다. 가계 부채의 대부분은 부동산 담보대출이기 때문에, 가계 부채가 심화되면 저축은행 등 취약한 고리가 터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가 제2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정부의 대응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정부가 거꾸로 가는 정책을 쓰고 있다’고 누차 강조했습니다.
“국민들은 경제대통령을 원했는데, ‘선무당 정권’이 경제를 잡고 있습니다. 수출과 부동산을 통한 성장주의라는 시대착오적 경제관이 가장 큰 문제이지만,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정부의 무능과 비일관성이 사태를 키워 왔다고 봅니다. 내수를 강화해야 하는데 오히려 수출드라이브를 하고, 거품을 잡아야 하는데 키우는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환율이 오르는데, 가속페달을 밟는 등의 사례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국정감사 답변에서 “고환율정책을 쓰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강만수 장관 등 관료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말을 뒤집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당당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보면 ‘소망교회 장로 출신들은 거짓말에 대한 면죄부라도 받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과거 정권의 책임은 없습니까.
“한 돌도 안 된 이명박 정권이 온갖 성인병에 걸렸다면, 그 부모에게도 책임이 있습니다. 제가 2006년 국정감사 때 ‘무분별한 자유화에 대해 규제해야지, 오히려 잔뜩 거품이 낀 해외시장으로 돈을 내몰면 부실화되어 금융위기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노무현 정부 때 해외투자 자산의 부실로 지금 자산이 부실화됐고, 그것도 금융위기의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세계적 금융위기가 결국 신자유주의의 실패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1929년의 대공황이 자유무역 지상주의로 대표되는 구자유주의의 실패에서 왔다고 보면, 이번 금융위기는 신자유주의의 실패에서 왔습니다. 미국 금융자본주의가 선도해 온 신자유주의가 수습 불가능한 사태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금융위기의 근원지인 미국이 무역·재정의 양대 적자를 해결하고 중국의 도움을 얻기 위해 ‘달러 패권’을 포기해야 하는데, 월스트리트를 구하려는 미봉책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차원의 토빈세(국경을 넘는 단기성 외환거래에 부과하는 세금)와 같은 자본 자유를 규제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데, 의지가 없어 보입니다. 29년 대공황 이후 일어난 2차 세계대전 같은 세계전쟁은 아닐지라도, 무역과 통화와 같은 경제전쟁 상태가 도래할 수 있습니다.”
-국회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넘어 왔습니다. 한나라당에선 한·미 FTA를 빨리 비준해 경제위기를 타개하자고 주장합니다.
“기가 막혀 말이 안나옵니다. 미국의 위기가 무분별한 개방과 시장만능 정책으로 인한 양극화 심화에서 시작됐고, 이걸 극도로 심화시키고 다시 돌이킬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 한·미 FTA라고 생각합니다. 위기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는 발상입니다.”
-민주당 등에선 경제의 컨트롤 타워가 없다면서 경제부총리제 부활을 주장합니다.
“국제 금융은 기획재정부, 국내 금융은 금융위원회가 맡고 있기 때문에 엇박자가 난다는 점에서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과거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때 경제부총리가 있었어도 개방과 시장만능주의 때문에 양극화는 심화됐습니다. 단지 경제부총리가 아니라, 노동·복지·환경을 아우르는 경제사회부총리를 신설해야 합니다. 그것이 소득과 자산 재분배를 통해 내수를 진작시키고, 양극화를 해소함으로써 경제위기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좌파세력이 이념갈등을 불러일으킨다”고 했습니다.
“수구보수 세력들이 ‘색깔론’을 앞세워 이념대립을 부추기는 것으로 자양분을 삼아오지 않았습니까. 위기의 책임을 이념갈등으로 돌려 상황을 호도하려고 하는 얄팍한 발상이라고 봅니다.”
-원외정당으로서 진보신당의 한계, 소외감 같은 것이 없습니까.
“국회가 일을 잘해서 국민의 박수를 받고 있으면 소외감 같은 것이 들 수 있을 텐데, 요즘 보면 국회가 국민으로부터 소외돼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방탄복에 ‘쪽수정치’라는 창으로 무장한 여당과 국정 동반자라는 명분으로 조로한 야당이 벌이는 그들만의 리그에 국민들은 없습니다. 차라리 우리가 소외감을 느낄 정도로 국회가 역할을 다한다면 소외감을 즐겁게 감수할 수 있겠습니다.”
심상정은 누구
대학(서울대 역사교육학과) 3학년 때인 1980년 말 학교를 떠나 봉제공장 미싱사로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 최근 펴낸 자서전 ‘당당한 아름다움…심상정’에서 얼치기 운동권이던 그가 사회변혁운동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책 한 권, 바로 <전태일 평전>이었다고 고백했다. 1985년 6월 한국노동사의 한 획을 그은 구로동맹파업을 주도했다. 10년간의 수배생활을 했고, 93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금속산업연맹 사무처장·금속노조 사무처장 등을 역임하는 등 25년 동안 노동운동에 헌신했다. 2004년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1번으로 국회에 입성, 한·미 FTA 저지 특별위원장과 삼성비자금 특별대책본부장 등을 지내면서 진보정치계의 대표적 ‘경제통’으로 매김됐다. 18대 총선 직전 ‘진보의 재구성’을 외치며 민주노동당을 나와 진보신당을 창당했다. 18대 총선에서 고양시 덕양구에 출마했으나, 한나라당 후보에게 근소한 차이로 패해 국회 재입성에 실패했다.
[레디앙] '선무당 정권'이 경제 잡아 심상정 "한미FTA로 위기 타개? 어이없어 말 안나와"
“국민들은 경제대통령을 원했는데, ‘선무당 정권’이 경제를 잡고 있습니다.” 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는 13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명박 정권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며 이같이 말했다.
'선무당 정권' 경제 잡고 있다
심 대표는 이명박 정권의 “수출과 부동산을 통한 성장주의라는 시대착오적 경제관이 가장 큰 문제이지만,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정부의 무능과 비일관성이 사태를 키워 왔”으며 “내수를 강화해야 하는데 오히려 수출드라이브를 하고, 거품을 잡아야 하는데 키우는 정책을 펴고 있고, 환율이 오르는데, 가속페달을 밟는 등의 사례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강만수 장관이 국감에서 “고환율정책을 쓰지 않았다”고 한데 대해 “‘소망교회 장로 출신들은 거짓말에 대한 면죄부라도 받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심 대표는 현재의 위기적 국면에 대한 노무현 정권 시절의 책임 문제와 관련해 “한 돌도 안 된 이명박 정권이 온갖 성인병에 걸렸다면, 그 부모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전 정권의 공동 책임론을 들고 나왔다.
그는 자신이 “2006년 국정감사 때 ‘무분별한 자유화에 대해 규제해야지, 오히려 잔뜩 거품이 낀 해외시장으로 돈을 내몰면 부실화되어 금융위기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며 “노무현 정부 때 해외투자 자산의 부실로 지금 자산이 부실화됐고, 그것도 금융위기의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무현 정권도 책임 있어
심 대표는 또 한나라당이 한미 FTA를 빨리 비준해 경제위기를 타개하자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온다”며 여당의 태도를 강하게 몰아붙였다.
그는 “미국의 위기가 무분별한 개방과 시장만능 정책으로 인한 양극화 심화에서 시작됐고, 이걸 극도로 심화시키고 다시 돌이킬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 한·미 FTA라고 생각”한다며 한나라당의 입장은 “위기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심 대표는 이와 함께 세계적 금융위기가 신자유주의의 실패라는 평가에 대해 “1929년의 대공황이 자유무역 지상주의로 대표되는 구자유주의의 실패에서 왔다고 보면, 이번 금융위기는 신자유주의의 실패에서 왔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 금융자본주의가 선도해 온 신자유주의가 수습 불가능한 사태로 접어들고 있고, 금융위기의 근원지인 미국이 무역·재정의 양대 적자를 해결하고 중국의 도움을 얻기 위해 ‘달러 패권’을 포기해야 하는데, 월스트리트를 구하려는 미봉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심 대표는 또 “세계적인 차원의 토빈세(국경을 넘는 단기성 외환거래에 부과하는 세금)와 같은 자본 자유를 규제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데, 의지가 없어 보인다”며 “1929년 대공황 이후 일어난 2차 세계대전 같은 세계전쟁은 아닐지라도, 무역과 통화와 같은 경제전쟁 상태가 도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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