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는 놈'이란 말의 유래

출처 :  http://blog.naver.com/reapgun/70034413590

옛날 옛적에 어느 이름 없는 자가 있었으니, 그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터를 돌아다니며 그의 재주를 팔아 연명을 하는 자로서 말하자면 광대였다. 그런데, 이 이름 없는 광대의 재주가 무어냐 하면 바로 이름난 사람들의 결점을 들추어 헐뜯고 비방하여 조롱거리로 삼는 것이었다. 더구나 그가 조롱거리로 삼은 사람들이 대개 자기의 잘난 재주로 이름이 높거나, 혹은 훌륭한 덕으로 사람들이 우러르거나, 또는 성실하게 장터를 가꾸어 많은 사람들이 칭송하는 자들이었으니 이름없는 광대의 조롱을 접한 사람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하였다.

이 광대가 선한 사람들을 조롱하는 작태를 볼작시면,

위인들의 훌륭한 점을 칭찬하는 자가 있으면 '위인들의 아름다운 점을 거론함으로써 다른 사람을 깎아내린다'고 하고,
어리석은 자에 관해서 논하면 '남을 욕함으로써 자기의 장점을 한결 돋보이게 한다'고 조롱하였다.

모든 사람들이 총애하는 사람을 칭찬하면 '그 사람을 이용하여 아양 떤다'고 하고,
모든 사람들이 미워하는 사람에 관해서 논하면 '어느 정도로 미워하고 있나를 시험하는구나' 하고 조롱하였다.

말을 간결하게 하면 무지하다고 무시하고, 광범하게 예증을 많이 들면 말이 많다고 조롱을 하였다.
 
사실에 따라 조심성 있게 의견을 말하면 소심한 자로 겁이 많아 자신의 견해를 충분히 펴지 못한다고 하고,
또 대담하게 거침없이 말하면 예의를 모르는 시골뜨기로 거만한 놈이라고 조롱하였다.

이와 같이 조롱을 한바탕 늘어놓은 연후에 마지막에 또 엉뚱한 충고를 잊지 않고 덧붙였는데, 예를 들면 이러하였다.

높은 명성을 얻고자 하는 자에게는 큰 이익을 취하라고 충고하였으니, 세상 물정에 어둡다하여 채택되지 않을까 두려워하였기 때문이었다.

반대로 큰 이익을 얻고자 하는 자에게는 명성을 높이라고 충고하였으니, 절조(節操)와 견식이 낮은 비천한 인물로 취급될까 두려워하였기 때문이었다.
또한 속으로는 후한 이익을 얻고자 바라면서도 겉으로만 높은 명성을 얻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명성을 높이라고 충고하였고, 

이와 반대로 속으로는 높은 명성을 얻고자 바라면서 겉으로는 무관심한 척하는 사람에게는 공명심을 버리고 덕을 쌓으라고 충고하였다.

이는 겉으로는 받아들이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멀리하거나, 속으로는 그 언설을 채용하면서도 겉으로는 버릴 것을 염려하였기 때문이었다. 

이와 같이 조롱을 일삼으니 뜻하지 않게 조롱당하게 된 선한 사람들은 이윽고 분통을 터트려 혹은 광대와 더불어 싸우고, 혹은 무시하고, 다른 사람은 광대의 말이 맞다하여 옹호하고, 대개는 쌈 구경에 여념이 없었다.

이와 같이 하기를 되풀이하니 어떤 사람은 쌈질에 넌더리를 내고, 혹은 쌈 구경에 식상하게 되고, 이윽고 선한 자들이 장터를 가꾸기를 그만 두게 되었다. 그러자 곧 장터는 파리를 날리는 신세가 되고 말았지만 오직 저 이름 없는 광대만은 장날이 되면 어김없이 나타나 선한 사람들을 비방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전날 이름 없는 광대에게 조롱을 당한 선한 자들이 어느 날 다시 모여 다른 곳에 장터를 세우자고 의논을 하였고, 선한 사람들은 각고의 노력으로 전날의 장터와 같이 훌륭한 장터를 다시 만들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 이름없는 광대가 또 다시 나타나더니 예의 자기의 비방하는 재주를 선보이는 것이었다. 이에 전날 조롱당한 선한 자들이 어쩌지를 못하고 마음 속으로 끙끙 앓게 되었다.

선한 자 중에 생각이 깊은 사람이 하나 있어서 그가 생각하기를 '광대는 그저 광대일 뿐인데 사람들이 예전에 광대와 싸워서 장터를 혼란케 한 것은 지나쳤다'라고 생각하였다. 그가 조롱 당한 사람들을 위로하여 말하기를,

'이보게, 친구. 저 이름 없는 광대가 하는 어릿광대 짓은 그저 웃자고 하는 짓이니 너무 괘념치 말게나. 개그는 개그일뿐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여 성을 내어 그 자와 싸우니 자네도 역시 웃음거리가 된 게 아닌가? 저 이름 없는 광대가 조롱거리로 삼은 사람들을 보게나. 다들 자기의 잘난 재주로 이름이 높거나, 혹은 훌륭한 덕으로 사람들이 우러르거나, 또는 성실하게 장터를 가꾸어 많은 사람들이 칭송하는 사람들이 아니던가? 그러니 저 이름 없는 광대의 비웃음을 사지 않은 사람은 진정으로 선한 사람이 아닐세. 또한 저 자가 비웃으며 조롱하여 사람들의 웃음거리로 만들 만큼 자네의 이름이 드높이 알려져 있으니 그 아니 기쁜가?'라고 하였다.

그러나 조롱을 당한 사람들이 반박하여 말하기를,
'자네가 한 번 당해보면 그런 말을 못할 걸세'라고 하였다. 이에 생각이 깊은 사람이 그 말도 옳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생각이 깊은 사람도 이름없는 광대에게 조롱을 당하기에 이르렀다.
이윽고 광대의 조롱이 끝나자 생각이 깊은 사람이 말하였다.
'참으로 웃기는 놈이다'
그러자, 구경꾼들이 박장대소하며 이르기를
'맞는 말이다. 웃기는 놈이다'
하며 더욱 즐거워하였다.  

그 후로는 실컷 조롱을 당한 후에 선한 사람들이 모두 '참으로 웃기는 놈이다'라고 한마디씩 하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웃기는 놈'이 나타났다는 소문이 널리 퍼져 이름 없는 광대의 공연은 더욱 유명하게 되었고,
결국에 이름 없는 광대는 마침내 '웃기는 놈'이란 이름을 얻게 되었다 한다.

여기까지가 '웃기는 놈'이란 말의 유래로서, 더도 덜도 없이 내가 들은 대로 전하는 바이다. 

작성일 : 2009-06-13 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