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생산 먹거리 지역에서 소비 ‘지산지소(地産地消) 운동’

일본의 로컬푸드 운동은 ‘지산지소(地産地消) 운동’으로 불린다.
지역에서 생산된 먹거리를 그 지역에서 먼저 소비하자는 운동이다.
최근 멜라민 파동에 이어 컵라면이나 피자 등 가공식품에서의 문제점으로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어 일본은 이를 기회로 지산지소 운동의 확산을 더욱 기대하고 있다.

일본 지산지소 운동은 신선한 제철식품을 구입할 수 있으며 지역별 전통 식문화를 유지, 계승한다는 측면에서 장점을 보인다.
단순한 정부 차원의 노력만으로 키워지는 것이 아니라 농산물을 직접 소비하는 소비자의 먹거리에 대한 경각심, 신선하면서 안전한 농산물을 공급하려는 생산자(농민), 지자체, 일본농협(JA)이 머리를 맞댄 결과다.
지난 10월28일부터 31일까지 일본 효고현을 방문, 지산지소 운동의 성장과정과 지자체, 일본농협 등의 움직임을 취재했다.




신선한 제철식품 구입·지역 전통식문화 계승 장점
10여년전부터 직판소 운영 생산자-소비자 직접연결

■ 주민 먹거리를 책임지다

일본 혼슈(本州) 서쪽에 위치한 효고현(兵庫縣)은 교토부(京都府)와 오사카부(大阪府) 서쪽에 접한 지역으로 북쪽으로는 한국의 동해, 남쪽으로는 세토나이카이 등 2개 바다를 접하고 있다.

효고현에서 재배되는 농산물의 대부분은 쌀이 주종을 이루고 있지만 온난한 기후 덕분에 다양한 농산물이 생산되면서 이른바 ‘일본의 식당’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양파와 양상추, 무화과의 생산량은 일본내 전국 3위를 차지하며 배추와 양배추는 8위에 랭크돼 있다.2개의 바다를 끼고 있다 보니 수산물 생산량은 종류별로 전국에서 1∼2위를 차지한다.이에 따라 일본 내에서도 지산지소 운동이 가장 활발한 지역으로 꼽힌다.

이곳에서의 지산지소 운동은 소비자와 생산자가 서로 보완하는 관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세워놓고 세부 계획을 착실히 진행해 나가고 있다.

효고현은 이를 통해 안전한 먹거리를 지역 주민들이 안심하고 소비할 수 있도록 지난 2004년 7월부터 ‘효고현 식품 인증제도’를 도입, 각광을 받고 있다.이 제도는 현내 농수산물 중 국가에서 정한 기준 이하의 제품에만 적용될 정도로 선정기준이 엄격하다.

■ 지역 농산물 소비의 날 제정

효고현은 ‘농림수산 비전 2015’를 통해 직판소를 2015년까지 현재 430여개 수준에서 540개로 확대하고 학교급식에서 차지하는 지역내 농산물 공급비율을 25%(지난해 기준)에서 30%로 확대하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또 ‘지역 농산물 100% 소비의 날’을 신설, 지역 농산물만을 사용한 메뉴로 학교급식을 실시하고 있으며 이날은 교내 방송이나 수업을 통해 지역 농산물 사용의 의의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갖는다.

무엇보다 아직 시내 중심에 들어서지 못한 직판소를 현행 7개소에서 30개소로 늘리는 방안도 마련해 놓고 있다.기존 상인과의 마찰을 줄이기 위해 시내 중심가의 슈퍼마켓이나 유통매장의 일부 코너를 지산지소 매장으로 꾸미는 ‘인숍(in shop)’ 형태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현재 대기업이 운영하는 유통업체에서 지산지소에 대한 관심이 커 이 같은 지자체의 방침에 먼저 손을 내밀고 있다.

효고현 농정기획국 종합농정과 타다 카츠토시 계장은 “일본의 지산지소 운동은 단순히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것만이 아니라 학생들의 안전한 급식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안전한 먹거리를 위해 현에서 운영하는 6개의 농업시험장에서는 농약저감 방안 등 농산물의 품질 개량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 생산자와 소비자를 이어주다

일본 효고현의 지산지소 운동이 폭발적인 신장세를 보인것은 직판소가 설립되면서부터다.일본의 지산지소 운동은 지난 30년전 태동해 20년전 구체적인 계획이 수립되기 시작했으며 10여년전 농산물을 판매하는 직판소가 세워지면서 본격화되고 있다.

비로소 생산자(농어민)들이 가꾼 지역 농수산물을 소비자(지역 주민)들이 사들이는 공간이 실제화되자 체계가 잡힌 것이다.

직판소 설립 이후 농산물에 쓰이는 화학비료의 사용량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유기농 제품의 공급이 늘게돼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도 일본내 각종 먹거리 제품에서의 문제가 잇따르면서 원산지 표시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가 고조된 것도 직판소가 중심이 되는 지산지소 운동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 농협이 직판소 운영

이 중심에는 일본의 지자체와 함께 농협이 있다.

일본농협은 지산지소 운동을 통해 농가에는 90년대 들어 수입 농산물의 봇물과 농산물 공급 과잉에 따른 가격하락, 농업노동력의 고령화 등을 극복하고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소비자인 시민들에게는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기회를 만들어준다.

또 직판소 운영 외에 대형 유통매장의 지역 농산물 직매코너 설치, 지역 소매점과의 계약 판매, 학교에 안전한 급식 제공 등으로 지산지소 운동을 확산시키고 있다.

일본농협 효고현중앙회 코테라 오사무 부장은 “현재 일본의 식료품 자급률은 40% 정도로 매년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는데 지산지소 운동의 활성화로 45∼50%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허남윤기자 paulhur@kwnews.co.kr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