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가구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규정을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강부자 정권’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1가구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규정을 폐지하더라도 정부 기대만큼 부동산 거래 활성화 효과가 나타날지는 의문시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부동산학부)는 28일 “부동산 가격 안정기나 침체기에 양도세를 완화하면 가격을 더 하락시킬 수 있기 때문에 현재 시장상황과 맞지 않는다”며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시키기보다는 특정 계층을 위한 정책이란 비판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현재 상황은 매물이 없는 게 아니고 수요가 부족한 만큼 오히려 수요를 늘리는 쪽으로 부동산 거래 활성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진보신당도 이날 “1가구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폐지는 투기소득을 감면해주겠다는 것으로 부유층에게 무제한적 부동산 투기를 허용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밝혔다.

현재 1가구 2주택자가 집을 팔 때는 양도차익의 50%, 3주택자 이상은 60%의 양도세율이 적용되고 있다. 양도세 중과가 폐지되면 1주택자와 같이 양도차익에 각종 공제를 제외한 과세표준에 따라 일반 양도세율(현재 세율 9~36%, 개정안 6~33%)을 적용받게 된다.

정부와 여당이 양도세 중과 규정을 폐지한다면 단기적으로 집값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소장은 “정부가 1가구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규정을 폐지한다면 부동산 정책이 실수요자 중심에서 투자자 중심으로 완전히 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수도권 지역의 1가구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규정 폐지는 좀더 부동산 시장 상황을 지켜본 뒤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시중금리가 낮아진 상황에서 정부가 부동산에 유입되는 자금을 활용해 침체된 부동산 경기를 살리려 할 경우 시장 불안요인을 키우는 꼴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참여정부 시절 만들어진 1가구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규정이 징벌적 성격이 강한 만큼 다주택자들에게 집을 팔 수 있는 퇴로를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1가구 2주택자 중에는 불가피하게 2주택자가 된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입장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1가구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규정 폐지는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지금 상황에서는 뭐라 얘기하기 어렵다”며 “정무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관철기자>

“고분양가·미분양 증가 후폭풍 올 것”

ㆍ분양가 상한제 폐지·재건축 규제 완화 검토…부동산규제 ‘0’ 가시화, 투기 조장 우려

정부가 분양가상한제 폐지와 소형 및 임대주택 의무비율 등 재건축 규제 완화를 검토하는 것은 주택건설 물량을 늘려 건설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전매제한 완화 등 그동안 펴온 수요진작책의 효과가 미미하자 추가로 규제를 푸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부동산 규제 제로(0)’ 시대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분양가상한제 폐지는 고분양가를 부추겨 미분양이 증가하게 되는데, 이를 막기 위해서는 투기를 용인해야 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28일 “분양가상한제는 반시장적인 제도여서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그러나 아직까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간 협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폐지 여부에 대한 최종 결론이 나지 않았지만 폐지를 포함한 제도 개편 가능성이 언제든지 있다는 얘기다.

분양가상한제는 정부가 정한 기본형 건축비와 택지비를 기준으로 아파트 분양가를 규제하는 제도다. 1998년 분양가 자율화 이후 치솟는 분양가가 주변 집값을 상승시키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 도입됐고 지난해부터 민간택지까지 확대됐다.

국토부는 이 제도가 분양가를 인위적으로 규제해 건설업체들의 주택건설 공급을 줄이는 문제를 야기했다는 판단이다. 특히 정부는 시장에 직접 개입해 가격을 통제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했다. 건설업체들도 줄기차게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요구해 왔다.

그러나 분양가상한제 폐지는 분양가 상승을 부채질할 수밖에 없다는 게 문제다. 현재의 부동산 경기 침체도 고분양가로 인한 미분양이 근본 원인이다. 게다가 집값 하락으로 주택 수요가 사라진 상태에서 고분양가 아파트는 그대로 미분양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를 막기 위해서는 향후 분양권 전매제한 폐지, 미분양 아파트 양도세 비과세 등 투기를 부채질할 각종 수요진작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즉 규제완화를 통해 가수요를 높이게 되면서 주택가격이 상승해 서민·중산층의 내집마련이 더욱 어려워지는 부작용을 감수해야 된다.

재건축 규제 완화 역시 수요자보다는 건설사를 위한 정책이라는 문제가 있다. 85㎡ 이하 주택을 의무적으로 60% 이상 짓도록 한 소형주택의무비율과 늘어나는 용적률의 25%를 임대주택으로 짓도록 하는 임대주택의무비율을 낮추는 것으로 건설사들의 개발이익을 높여 건설경기를 살리겠다는 것이다.

<박재현기자>

작성일 : 2008-10-29 1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