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혼자 계시는 칠순이 넘으신 어머님은 집에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면
이른 새벽에 정화수를 놓고 두 손 모아 가족들의 평안을 빌고 또 빕니다.
어머님이 이렇게 하는 것은 조상들이 조왕신 모셔놓고
그 앞에 정화수를 떠놓고 빌었던 풍습이 지금까지도
어머니 몸에 무의식적으로 체화되어 있기 때문인 듯싶습니다.

어머님은 간절히 빌면서 자기 마음을 다스리는데
어머님 앞에 놓인 물은 노모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까요?
노모의 절실한 마음의 물결은 그릇에 담겨 있는 물에 전해질까요?

『물은 답을 알고 있다』라는 책을 편 에모토 마사루씨는
물에게 감사하다, 사랑한다...등의 마음을 담긴 말을 하거나
글자를 보여주고 물의 결정을 사진으로 찍어냅니다.
물은 마치 그것에 화답이라도 하는 듯 정말 아름다운 결정체를 보여줍니다.

저자는 물을 샬레에 담아 영하 25도로 두 시간 반을 냉동시킨 뒤
그것을 영하 5도 온도가 맞추어진 방에서 200배 현미경으로 바라봅니다.
물이 자신의 결정체를 보이는 시간은 불과 2분이고 곧 사라져버린다고 합니다.

사실이 이렇다면 정화수를 떠 놓고 비는 제 어머니의 마음은
물에 전달된다는 것이겠지요. 사람과 물은 어떻게 마음을 주고받을까요?
마사루씨는 파동이론을 이야기합니다. 

양자역학이 세상에 나오면서 우주만물은 각기 독자적인 주파수로
진동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져 있다고 합니다. 사람들 간에도 ‘저 사람 싫어’하고
말은 직접 하지 않지만 생각만 가져도 상대는 분위기만으로도
‘아 저 사람이 나에게 나쁜 감정을 가지고 있구나’ 금방 아는 것처럼 말입니다.

저자는 “물의 오염은 우리 마음의 오염”이라 말하면서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조차 마실 수 없고 페트병에 담긴 물에 마지막 희망을 걸게 된
현재 자본 문명에 절망을 하고 새로운 희망을 찾고자 노력합니다.

히로시마의 현의 작은 섬에서 유효미생물군을 (EM)을 만들어
각 가정에서 배수로 흘려보내자 오염된 갯벌 흙이 사라지고
물고기들이 돌아오는 사례를 말합니다. 또 흘러야할 물을 가두면
어떤 재앙이 오는지 세계각국 댐의 피해사례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한개 댐도 이러하는데 전국의 모든 강을 하나로 연결하여 가두는
기가 막힌 일들이 성장이란 미명으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성장 중독증에 걸려있는 사람들이 서울-부산 운하를 어떻게든지
만들 욕심을 부리고 있습니다.  일본 마사루씨를 우리나라에 불러
대운하를 만들기 위해 강 바닥을 10미터 이상 파서 물을 가두고
그 위에 화물선을 띄우겠다고 강물들에게 말하고 나서
물의 결정체를 찍어보라고 하면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까요?

우리 강물들은 두려움과 공포에 떨며 자기 결정체를 보이지 않을까요?

그런데 정작 두려움에 떨어야할 당사자는 물이 아니라 사람들이어야겠지요..
사람이 마시는 물에 어떻게 화물선을 띄울 생각을 할 수 있을까요?
10미터 이상의 땅을 파버리면 농사 질 지하수는 어떻게 될까요?
기후이상으로 한반도에는 예상할 수 없는 집중폭우가 쏟아지는데
가두어 놓은 물이 홍수로 넘쳐 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예전에 생협 아이들과 공지천 상류에 수서 곤충을 보러 갔습니다.
사람 눈에는 보잘 것 없는 샛강이지만 거기에는 수많은
수서 곤충과 생물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미꾸리, 하루살이, 달팽이, 강도래...
전문가 선생님이 들려주신 수서곤충들의 대대로 내려온
유전자의 지혜 이야기는 경이스럽고 감탄 그 자체였습니다.
이러한 수서곤충 등 모든 지구생명은 우주에서 와서
서로 밀접하게 관계를 맺고 조화로운 질서를 유지하며 살아왔고
그 안에 인간이 자연의 일원으로 살아온 것입니다.

시골 어머님이 물에 자기 마음을 담듯이 우리 조상들은 인간과 분리된 자연을,
또 인간중심의 무모한 생각을 꿈에도 하지 못했지요.
불과 몇 백 년 사이에 우리 후손들은 우리 삶의 근본을 잃어버리고
개발이라는 명분으로 뭍 생명들의 생육권을 박탁하고 무자비한 자연파괴를 자행해
자연의 자정작용의 범위를 넘어서는 지경에 처하고 말았습니다.

마사루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눈에 보이는 세계만 보지 말고 무한한 자연과 하나가 되어 살라고 합니다.
욕망을 버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욕망의 노예가 되지 말자고 합니다.
또 욕망은 또 다른 욕망을 낳고 아무리해도 만족할 수 없으니
무간 지옥으로 떨어지는 길을 가지 말자고 말합니다.

운하를 해보았던 서유럽 나라들은 환경의 가치를 재인식하고
생태적 전환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강이 자연 순리대로 수 억 년 흘러 왔듯이
앞으로도 쉼 없이 흐르고, 우리 강에 깃들어 사는 뭍 생명도 인간과 함께
이 땅에 영원히 살아가야 하건만 대운하 건설이 집행될까 참으로 두렵기만 합니다.

* 한재천 / 춘천생활협동조합 이사장

작성일 : 2008-03-01 16: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