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구조조정이 가속화되고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되는 세계화 시대에 바람직한 국가의 역할은 무엇인가. 작은 정부론을 내세우면서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규제 완화, 감세, 공기업 민영화 정책은 바람직한가.

이런 고민을 하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 ‘국가의 역할’(부키)이다. 이 책에서 장하준 교수는 작은 정부론을 교리로 규제 완화, 감세, 민영화를 내세우는 신자유주의에 대항해 바람직한 국가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있다. 장 교수가 강조하는 국가의 역할은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고 그에 필요한 제도를 만들어내는 ‘기업가적 역할’과 사회갈등을 조정하는 ‘사회통합적 역할’이다.

공기업을 통한 저렴한 원자재와 물류의 제공, 기술 및 인력개발의 촉진, 부동산 규제 등을 통한 생산적 방향으로의 기업투자 유도 등 국가의 기업가적 역할은 국가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중요한 원천이다. 또한 수출의존도가 높아 대외개방과 산업 구조조정 압력에 시달리는 나라에 절실하게 필요한 국가의 역할이 ‘사회통합적 역할’이다. 개방과 구조조정은 ‘희생자’를 양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에 대한 희생자의 동의를 끌어내고 이들을 구제할 방안은 공공부문의 일자리 창출, 사회복지 및 직업훈련 강화, 이를 위한 조세기반의 확대이다.

이명박 정부는 과도한 공기업 민영화와 규제 완화에만 열을 올리며 기업가적 역할을 포기하고 있다. 사회복지는 안중에도 없고, 그나마 있는 조세 기반마저도 깎아내리는 ‘부자를 위한 감세’에 올인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장기적인 국가경쟁력은 약화될 것이고, 사회갈등은 심화될 것이다. 미래를 설계하는 기업가적 역할과 사회통합적 역할로 국가의 역할을 되돌릴 새로운 정치가 필요하다.

<이강익 춘천노동복지센터 대표> 
경향신문 2008년 09월 28일 19:01:46

작성일 : 2008-09-30 1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