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금, 여기’에 살아간다는 의미를 어떻게 해석하시는지요?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지금, 여기’에 살아가는지
아니면  ‘지금’이 아닌 ‘과거나 미래’로,
또 ‘여기’가 아닌 ‘저기’로 살아가는지 되돌아 볼입니다.

지난 일에 상처받지 말고 더 이상 연연하지 말자고
마음먹어 보지만 자기도 모르게 우리 마음은
특정한 과거 일에 얽매이게 됩니다.

앞일을 걱정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불안을 떨치지 못하고,
마음이 초조하면 고통스러운지 잘 알면서도,
애간장을 녹이며 마음을 졸이기도 합니다.

누구를 기다리는 시간은 참으로 더디게 가고
재미있는 일에 빠져든 시간은 매우 빠르게 지나가는 것처럼
우리는 주어진 객관적 시간과는 관계없이
느리게 혹은 빠르게 자기 시간을 만들어 냅니다.

상대는 나에게 열심히 말하고 있는데
나의 마음은 ‘여기’ 아닌 ‘저기’로 달려가기도 합니다.
또 좁은 시야에 갇혀 부분의 작은 공간만 보면
전체를 읽어내지 못하고 제자리에 맴돌기도 합니다.
또 자기의 상황과 위치에서 따라 만든 자기의 공간은
남의 처지를 헤아리기 어렵게 만들고
거기에 자기 집착과 편견까지 더해지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가 만든 공간에 갇히고 휘둘리기도 합니다.

이렇게 우리는 ‘자기 시간’과 ‘자기 공간’을 만들어내는데
자기가 만든 특정한 시간에 얽매이거나,
특정한 공간에 갇히기에 문제가 일어나는 듯싶습니다.
자기만의 특정한 시공간을 적게 만들수록
이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고
자기만의 특정한 시공간에 집착하지 않고 빨리 벗어날수록
자신도 자유로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2.
도시문명이 거대화 되면서
도시 시공간은 자연의 시공간과 점점 멀어져 갑니다.
도시와 공장의 거대 톱니바퀴 시계는 쉼 없이 돌아가고
도시인의 시간은 이것에 맞추어 정신없이 돌아갑니다.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도시 시간은
삶의 질을 누리고, 자기 필요에 따라 일하는 시간이 아니라
조장된 경쟁에 살아남기 위해
죽어라고 일할 수밖에 없는 타율의 시간입니다.

한겨울에도 시간을 잃어버린 수박, 딸기가 올라오는
도시의 시간은 더 이상 씨 뿌리고, 거두는 자연의 시간이 아닙니다.
어쩌면 도시의 시간이란
산업자본의 끝없는 상품 생산을 위한 시간과
광고에 이끌린 소비를 위한 가짜 시간인 줄 모릅니다.

철새들이 마음 놓고 쉴 공간이 없어지고
생명의 보고인 습지들이 사라지고
사람의 목숨 줄인 농토가 줄어들고
자연의 온전한 뭍 생명체들이 목숨을 다해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거대한 도시문명은
아무리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는 아귀처럼
닥치는 대로 자연 공간을 삼키며 바벨탑을 쌓아 올라갑니다.

자연과 고립된 실험실 공간은 자연에서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유전자 조작,생명복제, 인공생명을 쉼 없이 만들어 냅니다.  
오랜 자연의 시간에서 진화해온 생명체는 점점 죽어가고
과학 실험실이라는 공간에서 탄생하는 인공 생명체가
미래에는 주인 행세를 할지도 모르지요.

인공적으로 쌓아 올리는 탑의 꼭대기에는 전혀 예상치 못한
파국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줄도 모릅니다.
자연과 유리된 시공간의 도시문명.
자연의 생명 시간흐름을 역행하는 도시 문명이
인류 역사상 오래간 적이 없었습니다.

삶의 터전을 가꾸고, 삶의 질을 이야기하며
생명 순환의 질서를 거스르지 않고
열린 도시공간을 만드는 노력이 절실한 때입니다.

작성일 : 2008-04-16 20:39